'정부가 뭐라든'…미국 주식에 꽂힌 개미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입력 2025.12.24 09:21  수정 2025.12.24 09:26

美지수 추종 ETF 순매수하는 개미들

지난 금요일 이후 국장서 4조원 순매도

빠르게 늘어나는 美 주식보관액

한은 "국내투자 해외투자 '대체관계' 강화"

한 남성이 뉴욕 나스닥 건물 앞을 지나가고 있다(자료사진). ⓒAP/뉴시스

정부가 증권사 공개 압박 등을 통해 서학개미 운신 폭을 좁히려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개인 투자자들은 아랑곳 않는 분위기다.


미국 지수 추종 상품에 대한 개인 순매수가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 주식 보관금액도 우상향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24일 코스콤 'ETF CHECK'에 따르면, 전날 오후 기준 개인 투자자들이 지난 1주일 동안 가장 많이 사들인 상품은 'TIGER 미국S&P500'으로 파악됐다. 순매수 규모는 1607억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개미들은 'KODEX 미국S&P500' 'KODEX 미국나스닥100' 'TIGER 미국나스닥100' 등도 각각 794억원, 642억원, 545억원 사들였다. 해당 종목들은 개미 순매수 3·5·6위에 각각 이름을 올렸다.


시계를 넓혀 최근 1개월을 살펴봐도 개인 투자자들의 시선은 미국에 꽂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순매수 1~3위 종목이 모두 미국 관련 상품이었다.


가장 많이 사들인 상품은 TIGER 미국S&P500(6039억원)이었고, KODEX 미국S&P500(3093억원), KODEX 미국나스닥100(2418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미국 주식 보관금액을 살펴봐도 서학개미들의 매수 우위 흐름이 확인된다. 특히 '인공지능(AI) 거품론'을 누그러뜨릴 마이크론 실적 기대감이 대두된 지난 17일 이후 매수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산타 랠리 기대감이 현실화될 경우 매수세는 더욱 강화될 수 있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SEIBro)에 따르면, 미국 주식 보관액은 지난 17일 1588억6232만 달러(약 236조원)에서 지난 19일 1662억3398만 달러(약 247조원)까지 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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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론 실적 훈풍은 미국을 넘어 한국 증시에도 온기를 더했다. 국내 반도체주 관련 외국인 수급 개선 덕에 코스피는 4100선을 회복했다. 하지만 개인 투자자들은 연일 국장 투매에 나서고 있다.


실제로 지난 19일부터 전날까지 코스피 지수는 3.07% 상승했음에도 개미들은 국내 주식을 4조원 넘게 순매도했다.


아직 공식 통계가 공개되지 않았지만, 국장을 외면한 개미 상당수가 해외 투자 비중을 늘렸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국은행은 이날 '개인 투자자의 국내외 주식투자 간 관계 분석'이라는 제목의 참고자료에서 개미들의 국내 투자와 해외 투자 사이에 '대체관계'가 강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단기적으로 코스피 수익률이 높게 나타나더라도 장기적으론 미국 증시 수익률이 더 높을 것으로 보고 미국 주식 매입을 늘리는 투자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관련 맥락에서 정부가 강력한 개입 의지를 피력했음에도 원-달러 환율 상승세가 꺾이지 않는 것 역시 해외 투자 수요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수입 업체 결제 수요와 미국 주식 투자 관련 환전 수요를 언급하며 "달러 실수요 매수가 여전한 점은 환율 하단을 지지하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결국 개미들의 국장 복귀를 위해선 국내 증시 체질 개선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한은은 "수익률 기대 격차가 축소될 경우 개인 투자금이 국내로 들어올 수 있을 것"이라며 "일시적 수익률 개선만으론 기대를 바꿀 수 없다. 기업 거버넌스 개선, 주주환원 확대 등 제도 개선을 위한 정책적 노력을 통해 국내 자본시장의 장기 성과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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