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엘리엇 일진일퇴, 결국 '우호지분 확보' 관건
삼성물산 "ISS 반대 예상했던 일...표 대결 자신있다"
법원의 주주총회 소집 및 결의 금지 가처분 신청 기각으로 승기를 잡는 듯 했던 삼성물산이 다시 한 번 시련을 맞았다. 한편 궁지에 몰리는 듯 했던 엘리엇매니지먼트는 반격의 기회를 얻은 모습이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기관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간 합병에 대해 반대 의견을 피력하면서 양사간 합병은 다시 미궁에 빠지게 됐다.
앞서 이날 ISS는 홈페이지에 공개한 보고서를 통해 삼성물산 주주들은 제일모직의 합병에 반대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ISS는 “합병 절차가 관련법을 준수하더라도 삼성물산의 주식 가치가 저평가 돼 있어 주주들에게 피해를 입힐 수밖에 없다"면서 ”삼성 측이 밝힌 합병으로 인한 시너지효과도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에 기대고 있다“고 밝혔다.
ISS가 합병 반대 의견을 내놓으면서 엘리엇과 네덜란드연기금 등 이미 반대 입장을 제외한 외국인 투자자(26.2%)들의 다수도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ISS는 전 세계 주요 기업의 주주총회 안건을 분석해 1700여개 글로벌 기관투자가에게 의결권 행사 방향을 조언하는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주요 기관투자가들은 주총 의결안건에 대한 결정을 내리기에 앞서 주로 ISS 보고서를 활용할 정도로 그 영향력이 크다.
지난 2012년 미국 스탠포드대학의 분석에 따르면 ISS의 주총 의안 분석 가운데 의결권 행사에 반영되는 경우가 74.3%에 달했다. 이를 반영하듯 엘리엇은 ISS의 반대 권고 직후 “합병안에 대한 우리의 우려를 명확하게 입증한 ISS의 권고에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삼성물산으로서는 ISS의 반대 권고 의견이 당초 예상했던 것이지만 표 대결에 대비한 우호지분 확보에는 비상이 걸리게 됐다.
법원이 엘리엇이 제기한 주주총회 소집 및 결의 금지 가처분 소송을 기각하면서 형성된 긍정적 분위기가 ISS보고서로 퇴색된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또 자사주 처분 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결정을 앞두고 있어 긴장감을 더하게 됐다.
삼성물산이 현재까지 확보한 우호 지분은 삼성SDI 지분(7.38%)을 비롯한 13.9%에 자사주를 매각한 KCC 지분(6%)까지 합쳐 19.9%다. 합병반대로 입장을 정한 지분은 엘리엇(7.1%)을 비롯해 일성신약(2.1%), 네덜란드연기금(0.3%), 소액주주연대카페(0.4%) 등으로 총 9.9%다.
현재까지는 삼성물산이 우세하지만, 아직까지 입장정리를 못한 국민연금(11.61%)과 기관투자자(11.1%), 외국계 지분(26.2%) 등이 큰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삼성물산이 주총에서 특별결의사안인 합병안을 통과시키려면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전체 의결권의 3분의 1 이상의 동의를 확보해야 하다. 주총 참석 지분율을 약 70%로 가정하면 47%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하는 것이다. 결국 지금까지 확보한 지분 외에 최근 지분을 늘린 국민연금(11.22%)과 기관투자자(11.3%) 지분을 모두 확보하더라도 외국인투자자와 소액주주들에서도 일부 동의를 얻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삼성물산은 ISS권고에도 불구하고 실제 주총 결과는 다르게 나온 사례가 많다며 표 대결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삼성물산에 따르면 지난 5월 이후 듀퐁 이사 선임, 구글 보상위원회 이사진 재선임, 도요타 신주 발행, 소니 최고경영자(CEO) 재임명 등의 안건이 ISS의 반대권고에도 주총에서 의결됐다.
국내에서도 지난 3월 CJ 사내이사로 손경식 회장 등 3명을 재선임하고 보수한도를 승인하는 안건과 SK C&C와 효성의 사내이사로 각각 최태원 회장과 조석래 회장을 재선임하는 안건 등이 ISS의 반대에도 주총에서 무난히 의결된 바 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ISS가 반대 권고 의견을 낸 만큼 우리로서는 총력적을 펼쳐야만 하는 상황이 됐다”면서 “모든 주주들을 대상으로 합병의 정당성과 이후 시너지 효과 창출 등을 적극 설명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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