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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당청갈등...그 피비린내 나는 역사 어떻게 끊나


입력 2015.07.11 09:59 수정 2015.07.11 09:59        최용민 기자

5년 단임제 대통령 5명중 4명이 자의반 타의반 탈당

전문가들 "당을 장악하려고만 말고 끊임없이 소통해야"

사진 왼쪽부터 노태우 전대통령, 김영삼 전 대통령, 김대중 전 대통령, 노무현 전 대통령.ⓒ데일리안/연합뉴스

역대 정권에서 어김없이 나타났던 '당청갈등'이 박근혜 정부에서도 예외없이 나타났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로 시작된 당청갈등은 결국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사퇴하면서 봉합되는 모습이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앞으로 더 격렬한 당청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대통령 5년 단임제 이후 임기를 마친 총 5명의 대통령 중 이명박 전 대통령을 뺀 나머지 4명의 대통령은 전부 임기말 당청갈등을 극복하지 못하고 당을 탈당했다. 그렇다고 이 전 대통령이 당청갈등을 겪지 않은 것은 아니다. 당청갈등이 역대 정권에서 매년 반복되고 이런 당청갈등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단임제 대통령 5명 중 4명 탈당...피비린내 나는 역사 반복

1988년 5년 단임 대통령제 실시 이후 역대 정부에서 대통령과 여당 간의 갈등은 끊임없이 반복돼 왔다. 당청갈등은 결국 현직 대통령의 탈당으로 귀결됐고 5년 단임 대통령 5명 가운데 이명박 전 대통령을 제외한 4명은 자신이 몸담았던 정당을 떠났다.

먼저 노태우 전 대통령은 당시 논란이 된 충남 연기군 관권선거 파동으로 임기를 6개월여 남겨두고 탈당했다. 명분상 '관권선거 개입의 폐습을 청산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김영삼 당시 민주자유당 대선 후보와의 갈등 때문에 당을 떠났다.

그러나 김영삼 전 대통령도 5년 뒤 비슷한 상황에 내몰렸다. 집권 5년차인 1997년 차남 김현철 씨가 수사를 받으며 지지율이 곧두박질 쳤다. 아울러 1997년 대선에서 이 후보는 김대중 당시 국민회의 대선후보의 비자금 의혹에 대해 검찰의 수사 유보 결정에 반발해 김영삼 대통령에게 탈당을 요구했고, 이에 격분한 김 대통령은 탈당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역시 '임기 말 탈당'이라는 공식을 피하지 못했다. 진승현 게이트, 이용호 게이트 등 각종 게이트를 양산하면서 민심이 험해졌고, 2002년 5월에는 세 아들이 각종 비리 의혹 사건에 연루되면서 궁지에 몰렸다. 당내에서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집권 5년차 스스로 여당인 새천년민주당을 탈당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때는 집권 초부터 당청관계가 삐걱거렸다. 노 전 대통령은 임기 7개월 만에 새천년민주당에서 나와 열린우리당 창당을 주도했다. 그러다 2005년 재·보선 패배와 당내 계파 갈등을 거치면서 의원들의 탈당이 이어졌다. 여기에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에 연정을 제안했다가 당내 논란이 일어나자 노 전 대통령도 결국 대선을 앞두고 당을 나와야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임기 내 유일하게 탈당하지 않은 대통령으로 남았지만 당시 박근혜 의원과 항상 긴장관계에 있었다. 특히 집권 3년차인 2010년 이 전 대통령이 주도한 세종시 수정안이 당시 박근혜 의원 주도로 부결되면서 당·청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기도 했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은 끝까지 당적을 유지했다.

반복되는 당청갈등 역사, 어떻게 끊어야 하나?

1978년 대통령 단임제 이후 당청갈등이 극에 달하고 급기야 대통령이 당을 떠나는 이런 사건이 반복하는 이유를 하나의 원인으로 통합해서 분석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일단 전문가들은 당청 갈등이 반복되는 근본적인 원인으로 대통령과 여당의 처지가 다르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즉 대통령은 일할 수 있는 시간이 5년으로 제한돼 있고 자신의 임기 중에 성과를 내기 위해 집중해야 한다. 그러나 여당은 선거를 의식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단기적인 지지율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내영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데일리안'과 전화통화에서 "대통령은 자기를 역사에 남겨야 되는 인물이고 국회의원들은 본인의 선거가 중요하니깐 관심사가 틀려 충돌이 일어나게 된다"고 진단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도 통화에서 "87체제를 이야기한다면 대통령이 5년 밖에 못하니깐 5년 만에 뭘 자꾸 이뤄내야 된다는 조바심 때문에 우리 대통령들이 뭐를 자꾸 밀어붙이는 것인데 그럼 획일성을 강조하다보니 법제나 이런 독선 비판을 받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곧 1987년 만들어진 5년 대통령 단임제에 기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 때문에 이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유호열 코리아정책연구소장은 "지금 당장 개헌하기는 어렵겠지만 87체제가 가지고 있는 한계나 모순은 분명히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특히 임기 말에 이런 당청갈등이 집중되는 이유로 전문가들은 임기말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격히 떨어지고 레임덕이 본격화되는 것과 관련이 있다는 지적이다. 정권을 재창출해야 되는 집권당 입장에서는 다음 선거를 위해 지지율이 떨어지는 현직 대통령과 입장을 같이 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특히 임기말에 대통령이 당에 대한 장악력이 떨어지면 그 경우에 어김없이 장악이 안되니깐 여당이 협조를 안하면 탈당을 하거나 갈등이 생겼다"며 "임기 초에는 대통령이 장악력이 있다가 지지도가 떨어지거나 차기 대권주자가 등장하거나 권력의 레임덕이 일어나니 훨씬 반복되서 당청갈등이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당청갈등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대통령과 집권 여당과의 소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와 같은 대통령제를 운영하고 있는 미국은 4년 중임제라는 시스템적인 차이는 있지만 무엇보다 당청 소통이 일반화되어 있기 때문에 이런 갈등이 조금은 덜하다는 지적이다.

홍 소장은 통화에서 "미국도 당청갈등이 있기는 하지만 우리나라 만큼 심하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라며 "대통령이 의회와 많이 소통도 하고 의결 조율을 하고 그러기 때문에 이런 부분들이 많이 제도화되거나 몸에 익숙하기 때문에 갈등이 적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우리는 아직 이런 부분들이 적다. 우리나라는 대통령 중심의 국가를 끌어오는 것이 남아 있어서 국정을 장악하려는 속성이 강하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도 통화에서 "단임제에서 당청관계가 빈번할 수는 있어도 단임제가 없어진다고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소통을 제도화하고 대통령도 변화를 보여야 된다. 대통령 스스로도 여당 대표나 정기적으로 소통을 가져야 된다"고 설명했다.

최용민 기자 (yongmi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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