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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마이크론 인수설...삼성전자-하이닉스 비상


입력 2015.07.15 10:12 수정 2015.07.15 10:23        이홍석 기자

업계 "중국, D램 등 메모리반도체 사업 본격화 우려 커져"

증권가에서는 이번 인수 성사 가능성 낮게 봐

중국 시안 반도체공장에서 삼성전자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다. ⓒ삼성전자

중국 최대 반도체 설계회사가 전 세계 5위 종합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에 인수를 제의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면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인수 성사 여부와 관계없이 중국이 메모리반도체 시장 진출을 시도하고 있어 경쟁력 유지와 함께 전문 인력 유출도 우려하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중국의 마이크론 인수설에 대해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업체들은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일부 장비와 부품업체들이 단기적 수혜를 입을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국내 반도체 경쟁력에 위협 요소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4일(현지시각)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국영 반도체회사인 칭화 유니그룹이 미국의 디램(DRAM) 제조업체 마이크론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수 제안 규모는 230억달러(약 26조3000억원)로 알려졌다.

칭화 유니그룹은 중국 칭화대학이 설립한 칭화홀딩스의 자회사로 지난 2013년 팹리스(반도체설계전문) 업체인 스프레드트럼을 인수하며 반도체사업에 뛰어들었다.

업계에서는 이번 마이크론 인수 성사 여부보다는 이미 중국이 여러 경로를 통해 반도체사업을 본격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이번 인수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중국은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진출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중국은 이미 D램 사업을 국가 집중 육성 과제 사업으로 꼽아 산업투자 기금을 마련하는 등 국가적으로 본격적인 사업 육성에 나서고 있다. 이러한 정부의 정책으로 자본이 갖춰진 중국 기업들이 정부의 지원을 받아 메모리반도체 시장에 뛰어들 채비를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반도체 업계에서는 막강한 자본력을 갖춘 중국이 관련 기업 인수 뿐만 아니라 전문 인력 확보를 통해 반도체 경쟁력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과거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나타난 국내 전문 인력들의 대규모 유출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마이크론 인수 성사 여부와 관계없이 중국의 반도체 기업 및 전문 인력 확보 노력은 계속 이뤄질 것"이라며 "자칫 반도체마저 중국에 경쟁력을 빼앗기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인수가 실제로 성사될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중국의 반도체 사업 본격화에 대한 우려는 인식하면서도 이번 인수는 쉽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15일 교보증권·한국투자증권·현대증권·KB투자증권 등은 중국의 미국 마이크론 인수에 대해 성사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보고서를 냈다.

최도연 교보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D램 업황을 감안하면 현 시점에서 인수가 이뤄질 가능성이 낮다고 밝혔다. 또 인수에 따른 시너지효과도 제한적이어서 성사될 가능성도 낮게 봤다.

그는 "현재 D램이 기대보다 약한 수요로 업황이 부진하지만 향후 수급 균형 상태로 회귀할 것"이라며 "마이크론 입장에서는 현 시점에서 무리하게 진행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한국투자증권도 이번 인수 제안이 마이크론의 이사회나 주주 승인을 얻기가 어려울 것으로 내다 봤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마이크론의 주가가 1년 전에 비해 47.6% 하락한 상황이고 프리미엄도 19.3%로 낮은 편"이라며 "가격조건 외에도 중국과 미국의 외국인 투자위원회로부터 심사를 거쳐야 해 인수 시도가 성공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박영주 현대증권 연구원도 "인수가격인 주당 21달러는 마이크론 주주들이 수용하기에는 현저히 낮다”며 “중국의 마이크론 인수는 미국 외국인 투자위원회(CFIUS) 검토를 거칠 가능성이 큰데 마이크론 매각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가근 KB투자증권 연구원도 “19.3%의 프리미엄은 주주입장에서 전혀 매력적이지 않은 수준"이라며 "프리미엄이 매우 높다 하더라도 재무적으로 전혀 어려움이 없는 마이크론이 어렵게 끌고 온 사업을 중국에게 넘길 명분이 없는 만큼 성사 가능성도 희박하다”고 분석했다.

다만 양사의 전략적 제휴 가능성은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NH투자증권은 인수 가능성을 낮게 보면서 양사의 전략적 제휴 가능성에 대해서는 여지를 남겼다. 이세철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흑자기조의 마이크론이 회사를 중국 기업에게 매각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면서 "인수보다는 양사 전략적 제휴가 더 유력하지만 이 역시 양사간 이해관계 차이로 난항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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