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데 악몽’ 롯데, 이유 있는 첫 9위 추락

김윤일 기자

입력 2015.07.15 11:38  수정 2015.07.15 12:23

4~5월 상위권 유지하다 6월 들어 급추락

불펜 불안 여전, 타자들 주루 미스도 아쉬워

롯데-한화 ‘봄데 악몽’ 롯데, 이유 있는 첫 9위 추락

이종운 감독은 롯데의 9위 추락을 막지 못했다. ⓒ 롯데 자이언츠

한때 프로야구에는 ‘봄데’라는 말이 있었다. 봄에만 야구 잘하는 롯데라는 뜻이다.

‘봄데’는 2008년 롯데가 로이스터 감독 체제로 바꾼 뒤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며 사라지는 듯 했다. 물론 지난해까지 2년 연속 가을 잔치 참가가 좌절됐지만 그래도 성적은 꾸준히 중위권을 유지했다.

지난해 CCTV 사찰 등 내홍을 겪었던 롯데는 시즌이 끝나자마자 대표이사를 포함해 전격적인 물갈이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선임된 이가 바로 이창원 대표였다.

이창원 대표는 올 초 시무식에서 그동안 잊고 있던 단어 하나를 꺼냈다. 그는 “올 시즌 ‘봄데’ 소리 듣지 않도록 하자”라고 선수들에게 말했다. 시즌 초 반짝 성적이 아닌, 꾸준함을 유지하자는 뜻이었다.

대표이사의 일갈에 자극받은 듯 롯데는 이종운 신임감독을 필두로 봄부터 승승장구했다. 실제로 롯데는 4월 한 달간, 단 하루 5위에 내려앉았을 뿐 2~4위를 오갔다. 5월 들어 순위가 조금 처졌지만 그래도 다시 치고 올라갈 원동력은 있었다. 중심타선의 힘이 막강했고, 선발진도 제 몫을 다해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롯데는 치명적 약점이 존재했다. 바로 경기 막판 승리를 지켜주지 못하는 허약한 불펜진이 불안요소였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6월 들어 연패에 빠진 롯데는 8위까지 내려앉았고, 9위 LG와의 승차도 서서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롯데는 14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한화와의 원정경기서 3-4 패했다. 같은 시각 LG가 KIA를 물리치며 두 팀의 승차는 0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승률 높은 LG가 드디어 9위에서 8위로 올라섰다. 롯데는 창단 첫 9위라는 굴욕을 안게 됐다.

단순한 1경기 패배가 아니었다. 롯데의 총체적 문제점이 고스란히 드러난 경기였다. 이종운 감독은 5회 1사까지 무실점으로 막고 있던 선발 송승준을 내렸다. 갑작스러운 제구 난조로 인해 더 이상의 실점은 막아야 한다는 계산이었다. 최근 송승준의 투구 내용과 베테랑 특유의 위기관리 능력을 감안하면 아쉬운 조기강판이었다.

송승준에 이어 등판한 투수는 최근까지 마무리로 활약했던 심수창이었다. 하지만 심수창은 송승준의 승계주자 득점을 막지 못했다. 게다가 7회에는 동점타를 내준 뒤 강판됐다. 이어 등판한 선발 요원 레일리의 기용도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었다. 그만큼 롯데의 불펜 상황이 좋지 못하는 방증이었다.

타자들도 무언가에 홀린 듯 실수를 연발했다. 롯데는 8회 손아섭이 홈으로 들어오다 런다운에 걸려 아웃됐고, 9회에도 김대륙이 무리한 주루플레이로 득점 찬스를 허무하게 날려버렸다. 이후 9회말 정근우의 끝내기 안타를 맞고 패했다. 충분히 이길 수 있었던 경기의 패배라 아쉬웠고, 총력전을 펼쳤기에 그만큼 내상도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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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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