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아~주진우 '진실공방'에 수면 위로
尹정책?…국정위 제안에 국정과제로
'반중집회' 대응에 '中눈치보기' 재조명
野 "반미시위 모른척…中 앞엔 공손"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인 단체 관광객 무비자 입국을 둘러싼 정치권 갈등이 재점화되고 있다. 어느 정권에서 먼저 시행했는지를 두고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는 것인데, '반중 정서'가 고조되자 상대 진영에 책임론을 제기하는 것으로 보인다. 여야 공방에 불똥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옮겨붙었다. '친중' 꼬리표를 떼기 위해 집중했지만, 야당은 정부 대응을 두고 "중국 눈치보기"라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3인 이상 중국인 단체관광객 무비자 입국 시행 적절성 여부를 두고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29일부터 시행된 '중국 단체관광객 한시 비자 면제'에 대해 관광 산업과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고 판단한다. 하지만 막상 무비자 입국을 허용한 첫 날 크루즈 관광객 6명이 사라져 국민 불안감이 커지면서 논란만 거듭되고 있다.
앞서 정치권에선 무비자 시행을 앞두고 한 차례 격돌한 바 있다. 국민의힘은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사태로 인해 국가 시스템 부실이 외국인 관리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나아가 무비자 제도를 악용한 범죄조직 입국 가능성을 제기하며 폐지 또한 재검토를 이재명 정부에 요구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에선 "외국인 혐오"라고 날을 세웠다.
여기에 수도권을 중심으로 '반중 집회'가 확산하자, 정부는 칼을 꺼내 직접 대응에 나섰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은 '중국인 혐오'에 대해 공식 석상에서 두 차례 문제로 삼을 정도로 중대하게 보고 있다. 내수 활성화와 경제 회복에 긍정적인 효과를 방해하고, 국가 이미지 훼손한다는 측면에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10일 특정 국가·국민을 대상으로 한 혐오성 집회·시위에 대해 경찰의 적극 대응을 지시했다. 지난달 19일 김민석 국무총리가 경찰청장 직무대행에게 필요시 관련 법률에 따라 강력 조치하라고 지시한 이후 두 번째 정부 대응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극단 성향 단체가 지난 19일 오후 명동 주한중국대사관 인근에서 반중 집회를 벌이고 행진을 시작하자 경찰이 명동거리로 향하는 길을 막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인 관광객 무비자 입국을 둘러싼 반중 집회에 정부는 강경 대응을 펼치고 있지만, 여당 일부에선 무비자 입국 정책이 윤석열 정부에서 먼저 추진됐다고 주장한다. 무비자 입국 시행 이후 국민의힘의 공세가 거세지자 반박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되지만, 야당에선 '반중 정서'가 커지자 소위 '물타기'를 펼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백승아 민주당 의원은 지난 9일 페이스북을 통해 "중국인 무비자 입국은 국민의힘이 먼저 시작한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윤석열 정부에서 추진한 정책임에도 국민의힘이 '친중'이라고 비판하자 "사실을 왜곡해 국민을 갈라치기하고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그러자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윤석열 정부가 추진한 '크루즈 관광객 한정 시범사업'은 찬성했는데, '환승 입국'으로 3일만 체류가 허용되고 불법 이탈률이 0.0014%에 불과했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해당 정책이 윤석열 정부에서 추진된 것은 사실이다. 지난해 12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는 관광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 중국인 단체관광객 무비자 시범 시행을 검토해 시행하겠다고 밝혔고, 다음 해 3월 최상목 권한대행 체제에서 3분기 중 시행 방침을 정했다. 다만 크루즈 선사가 모객한 중국인 단체 관광객을 대상으로 최대 3일만 체류할 수 있는 한시적 방안이었고, 대선과 맞물리면서 시행되지 않았다.
이재명 정부가 추진한 '중국 단체 관광객 무비자 입국 시행'은 윤석열 정부 당시보다 확대된 내용이 포함됐다. 기간은 기존 3일에서 '15일', 크루즈선박에서 동일 항공·선박으로 입국하고 출국하는 방식으로 확대됐다. 더욱이 이번 정책은 대통령 직속 국정기획위원회 규제 합리화 태스크포스(TF)에서 신속추진 과제로 선정해 정부에 제안했으며, 이후 범정부 차원에서 협의를 이어간 사안이다. 나아가 이재명 정부 123대 국정과제 중 '주력산업 맞춤형 규제개선' 부분의 예시에는 '중국 단체관광객 한시 무비자 시행'이 명시돼 있다. 이 과정에서 윤석열 정부에서 추진된 정책이라는 언급은 없다.
김민수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지난 8월 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 대통령은 '친중'이라고 평가하는 일각의 꼬리표에도 '실용외교'를 전면에 내세워 한미·한일 정상회담에서 성과를 낸 바 있다. 특히 중국이 반발했던 '안미경중'(安美經中·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노선을 이전과 같이 유지할 수 없다는 입장도 밝혔다. 그러다보니 정부의 '반중 집회' 대응이나 중국인 무비자 정책에 대한 야당의 '친중' 프레임은 큰 효과를 내지 못했다. 그러나 여야 충돌에 '중국인 무비자' 논란이 재점화되면서, 국민의힘은 이재명 정부를 비판할 여론이 마련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김은혜 국민의힘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10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반중 시위는 혐오라고 호들갑을 떨면서, 정작 반미 시위는 모른 척하는 정부의 행태를 보면 '안미경중 끝났다'는 이 대통령의 발언은 거짓이라고 느끼게 된다"며 "중국 문제에서 기준은 공정해야 하는데, 정부여당은 중국 앞에서 공손하기만 하다"고 비판했다.
김민수 최고위원은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윤석열 정부에서 추진한 것은 무비자 입국이 아니라, 다른 나라에 들어가기 전에 우리나라에 잠깐 머무는 것을 허용한 것"이라며 "현재 민주당은 들끓는 '반중 민심'을 읽었기 때문에 윤석열 정부 당시 추진한 정책이라며 소위 물타기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최고위원은 현재 이재명 정부의 반중 집회 대응이 향후 한미 관세 후속 협상에 영향이 미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국익이나 경제 상황보다 중국 눈치를 더욱 보고 있는 것"이라며 "미국은 중국과 패권 전쟁 중이기 때문에 관세 협상을 경제로만 접근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상대 국가가 우방국인지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는데, (관세 협상이 지지부진한 이유는) 현재 우리나라가 우방국인지 확인이 안 되고 있다는 것으로 봐야 한다"며 "정부·여당의 친중 행보는 관세 협상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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