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는 15일 니혼햄과의 원정경기서 홈런 1개 포함, 4타수 4안타 1볼넷으로 팀의 7-4 승리에 일조했다.
현해탄을 건넌지 4년째를 맞이한 이대호는 적응 기간이 필요 없을 정도로 빠르게 일본 야구에 녹아들었다. 오릭스에 몸담았던 2012년 퍼시픽리그 타점을 차지한 이대호는 내친김에 리그 베스트나인(1루수)으로 선정되며 특급 용병으로 분류됐다.
2년 연속 24홈런-91타점을 기록한 이대호는 오릭스와의 재계약 대신 우승을 위해 소프트뱅크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이대호를 붙잡기 위해 소프트뱅크가 내민 조건은 당연히 일본 최고 수준의 연봉이었다.
이대호는 지난해 아쉽게 20홈런 달성에는 실패했지만 타율 0.300 19홈런 68타점으로 팀 우승에 크게 기여했다. 일본프로야구가 극심한 투고타저 현상을 겪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고액 연봉이 아깝지 않은 수준이었다.
올 시즌에도 이대호의 맹활약은 이어지고 있다. 지금까지 79경기에 출전 중인 이대호는 타율 0.331 19홈런 60타점을 기록, 역대 최고 성적 페이스를 보이고 있다. 이와 맞물려 소프트뱅크 역시 가장 먼저 50승 고지에 오르며 2년 연속 우승의 꿈을 현실로 만들고 있다.
특히 지난 3년간 4할 중후반에 머물렀던 장타율은 올 시즌 6할대(0.603)로 수직상승했고, 득점권에서도 강한 모습을 보여 살인타선이라 불리는 소프트뱅크의 중심축을 단단히 잡아주고 있다. 게다가 이대호는 리그에서 단 2명밖에 없는, 10할대 OPS를 기록 중인 공포의 타자다.
타격 전 부문에 걸쳐 최상위권에 랭크된 이대호는 내심 3관왕(트리플 크라운)까지 노려볼만 하다. 현재 타율은 퍼시픽리그 3위에 위치해있으며 홈런과 타점은 나란히 4위를 달리고 있다.
물론 타율의 경우 세이부의 이키야마 쇼고(0.379)와 제법 차이가 나며 홈런과 타점에서도 나카무라 다케야(세이부, 26홈런-85타점)가 무지막한 페이스를 보이고 있지만, 이제 시즌은 절반을 조금 지났을 뿐이다. 게다가 이대호의 올 시즌 타격감이라는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는 수치다.
일본프로야구에서 역대 최고의 외국인 선수를 논할 때 독보적인 지지를 받는 선수가 있다. 바로 한신 타이거즈에 몸담았던 랜디 바스다.
바스는 일본프로야구에서 1983년부터 88년까지 단 6년만 뛰었지만 그가 남긴 족적은 실로 대단하다. 2년 연속 트리플 크라운(85~86년)을 차지한데 이어 1986년 기록한 타율 0.389는 아직까지 깨지지 않는 한 시즌 최고 타율이기도 하다.
바스의 진정한 가치는 바로 팀 우승의 일등공신이라는 점에서 드러난다. 바스는 타율 0.350 54홈런 134타점을 기록했던 1985년, 한신 구단 유일의 일본시리즈 우승을 견인했다. 무엇보다 일본시리즈 1차전부터 3경기 연속 홈런을 터뜨리는 등 리그 MVP에 이어 일본시리즈 MVP까지 차지, 가장 강력했던 외국인 타자로 팬들 기억 속에 자리 잡았다.
이대호 역시 소프트뱅크의 바스가 되기 충분하다. 크고 육중한 몸매가 쏙 닮은 것은 물론 타석에서의 위압감도 리그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 이대호다. 다만 바스와 같이 역대급 외국인 선수가 되려면 홈런왕 또는 MVP 등의 타이틀을 보유해야한다는 마지막 숙제가 있다. 그래서 올 시즌 3관왕 도전이 더욱 중요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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