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만든 애니, 열 대작 안 부럽다…'인사이드 아웃'

부수정 기자

입력 2015.07.20 09:43  수정 2015.07.20 09:48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박스오피스 역주행

다섯 가지 감정 의인화…감동·재미 호평

디즈니 픽사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 포스터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펑펑 울었다", "단언컨대 올해 최고의 영화다", "아이들을 위한 영화가 아닌 어른들을 위한 영화"

지난 9일 개봉한 디즈니 픽사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을 본 관객들의 관람평이다. 영화는 개봉 11일째인 19일 200만 관객을 돌파, 국내 개봉한 픽사 애니메이션 최고 흥행작이 됐다.

무엇보다 영화는 애니메이션 주 타깃층인 어린 관객보다 성인 관객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20일 CGV 연령별 예매 분포에 따르면 10대 예매율은 3.7%에 그친 반면, 20대와 30대 예매율은 41.4%, 35.2%에 달했다. 맥스무비 사이트에서는 10대가 2%, 20대와 30대는 18%, 35%로 집계됐다. 40대 이상은 46%.

지난 5월 열린 칸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인사이드 아웃'은 당시 해외 언론의 극찬을 받았다. 미국 영화매체 버라이어티는 "애니메이션 스튜디오가 할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아이디어가 담겨 있다"고 했고, 영국 언론 텔레그래프는 "인간적이고 가슴 시릴 만큼 아름다운 영화로 픽사의 걸작 중 최고가 될 만하다"고 호평했다.

국내 언론의 반응도 좋다. 시사회 직후 "명작의 탄생", "역대급 애니메이션", "창의적인 애니메이션" 등 긍정적인 평가가 잇달았다.

평단과 관객의 호평을 두루 얻은 '인사이드 아웃'의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첫 번째는 '공감'이다. 영화는 인간이라면 누구나에게 있는 다섯 감정, '기쁨' '슬픔' '버럭' '까칠' '소심'을 귀여운 캐릭터로 의인화해 스크린에 풀어놓는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사춘기 아이 라일리는 낯선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채 힘든 시간을 보낸다. 이에 다섯 감정은 라일리에게 행복을 되찾아주기 위해 모험에 나선다. 라일리의 머릿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감정의 변화가 인상적이면서 애잔하다.

"모든 게 다 잘 될 거야"라고 외치는 '기쁨', "세상은 너무 슬퍼"라는 '슬픔', 화만 내는 '버럭', 독선적인 '까칠', 앉으나 서나 걱정인 '소심' 등 다섯 가지 감정은 관객들의 가진 감정과 같다. 하루에도 몇 번씩 변하는 내 모습은 다섯 가지 감정을 통해 살아 숨 쉰다. "아! 나도 저랬지"라며 무릎을 칠 수밖에 없다.

디즈니 픽사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 스틸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두 번째는 픽사만의 경이로운 상상력이다. '토이 스토리', '벅스 라이프', '니모를 찾아서', '인크레더블', '라따뚜이' 등 수많은 작품에서 선보였던 개성 만점 캐릭터들은 '인사이드 아웃'에서 정점에 오른 수준이다.

다섯 감정이 모이는 '감정 컨트롤 본부', 수많은 기억이 보관된 '장기 기억 저장소, 꿈을 만드는 '꿈 제작소', 무엇을 상상하든 만들어 주는 '상상의 나라', 머릿속 세상이라면 어디는 가는 '생각의 기차', 라일리의 성격을 이루는 '성격의 섬' 등 놀라운 상상력이 깃든 소재들은 관객들을 환상의 세계로 데려간다.

다섯 감정에 어울리는 모양과 색을 반영해 다채로운 볼거리를 제공한 것도 영화의 미덕. 피트 닥터 감독은 "감정의 모습을 디자인하는 것은 감정을 의인화하는 작업이었다"며 "감정을 수천 개의 입자로 이뤄진 에너지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특히 라일리가 아기 때 만들어놓은 상상 속 동물 친구 '빙봉'이 압권이다. 슬프면 '사탕 눈물'을 쏟는 이 앙증 맞은 캐릭터는 영화가 끝나는데도 머릿속을 맴돈다. 후반부 기쁨과 슬픔이 '빙봉'과 헤어지는 장면에선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세 번째는 픽사 특유의 가족주의와 라일리의 이야기. 방황하던 라일리가 결국 돌아간 곳은 따뜻한 가족이 있는 집이고, 그런 라일리를 보듬어주는 건 가족뿐이다. 행복은 거창한 게 아닌 가족과 함께하는 소소한 일상에서 느낄 수 있다고 영화는 말한다.

'슬픔'이라는 감정을 밖으로 끄집어낸 건 감독의 '신의 한 수'다. 그간 외면하고, 외면하고 싶었던 부정적인 감정 '슬픔'을 마주하고 극복해야만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는 삶의 진리를 깨우친다. 또한 '슬픔'을 겪고 있는 타인에게 손을 내미는 용기를 심어준다.

라일리가 행복했던 추억을 떠올리는 장면에서 관객들은 '내가 가장 행복했던 때'를 되짚어 보는 소중한 기회도 갖게 된다.

피트 닥터 감독은 기획 의도에 대해 "명랑했던 딸이 조용하고 내성적인 성격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우리 딸의 마음속에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라는 의문을 품고 딸의 머릿속을 탐험해보고 싶었다"고 했다.

슬픔을 강조한 이유에 대해선 "우리는 슬픔을 부정적인 감정으로 생각하는데 슬픔이 굉장히 유용한 감정이라는 걸 보여주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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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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