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상이몽' 스킨십 부녀 논란…제작진의 '위험한 착각'

부수정 기자

입력 2015.07.20 09:44  수정 2015.07.20 09:52

18일 방송 직후 시청자 비난 봇물…가족 SNS 글 파장

공식입장 "의도와 다른 불편한 방송 죄송, 사과"

유재석 김구라가 진행하는 SBS 예능 프로그램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이하 '동상이몽')이 조작 방송 논란으로 구설에 올랐다.ⓒ SBS

유재석 김구라가 진행하는 SBS 예능 프로그램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이하 '동상이몽')가 조작 논란으로 구설에 올랐다.

지난 18일 방송에서 '동상이몽'은 '딸 바보 아빠 좀 말려줘요'라는 제목으로 적극적인 스킨십을 하는 아빠와 이를 거부하는 고2 딸의 사연을 전했다.

이날 딸은 "아빠가 내 엉덩이를 때리거나 허벅지를 만진다. 심지어 손을 허벅지에 얹어놓기도 한다. 아빠의 스킨십이 부담스럽고 불편하다. 몸도 마음도 컸다고 생각했는데 날 아기 대하듯 다룬다"고 털어놨다.

딸은 또 "아빠는 남자고 힘이 세서 결국 잡힌다. 강제적으로 잡는다는 생각이 들어서 더 기분이 나쁘다"고 토로했다.

이후 공개된 관찰 카메라에선 딸이 아빠와 뽀뽀 거래를 하는 모습이 그려지기도 했다. 방송 후반부 아빠가 스킨십에 대해 딸과의 의견 차이를 좁혀가겠다고 말해 훈훈하게 마무리 되는 듯했다.

문제는 방송이 나간 후 일어났다. 누리꾼들이 각종 온라인 게시판에서 아빠의 스킨십에 대해 논쟁을 벌인 것. "지나치고 일방적인 애정표현", "성추행 수준", "가족이 이상하다" 등 가족을 비난하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으나 "아빠로서 할 수 있는 표현"이라는 반응도 있었다.

논란이 소지가 될 수 있는 내용, 특히 가족 간 문제를 전문가 의견 없이 그대로 내보낸 제작진을 비판하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논란이 커지자 방송에 출연한 딸의 언니라고 밝힌 한 여성이 나섰다. 그는 19일 자신의 SNS을 통해 "우리 가족이 이상한 가족으로 평가받는 것 같아서 글을 올린다"고 밝혔다.

이 여성은 방송이 제작진의 의도에 따라 연출됐다고 폭로했다. 그는 "우리 가족은 돈을 주고 스킨십을 하고, 돈으로 뽀뽀를 사야 하는 그런 가정이 아니다"며 "작가님들에게 촬영 내내 카톡이나 문자로 '00 좀 해주세요'라는 연락을 받았고 그것을 따랐다"고 토로했다.

이어 "아빠도 '스킨십하는 게 지겹다 어렵다 너무 많이 한다'는 말을 달고 다녔을 만큼 방송이라 만들어진 장면이 많다. 촬영 내내 작가들이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구체적인 행동을 요구했다. 모바일 메신저와 문자 메시지는 지우라고 해서 다 지웠다. 왜 다들 방송인 건 생각을 못 하고 우리 가족에게만 돌을 던지느냐"고 불만을 나타냈다.

유재석 김구라가 진행하는 SBS 예능 프로그램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이하 '동상이몽')이 조작 방송 논란으로 구설에 올랐다.SBS '동상이몽' 화면 캡처

프로그램 출연과 관련해선 "작가가 동생을 섭외했다"고 말해 조작 논란에 불을 지폈다

그는 또 "아빠가 촬영 중 '두 딸은 나에게 다 소중한데 어떻게 한 딸에게만 다정하고 한 딸에게만 덜 다정할 수가 있느냐, 똑같은 사랑을 나눠주겠다'라는 말을 계속하셨는데 그건 방송에 나가지 않았다. 한 가정의 가장을 범죄자로 몰아가는 행동은 옳지 않다. 우리 가족은 화목하고 행복하다"고 강조했다.

이 글로 논란이 확산되자 제작진은 이날 오후 프로그램 홈페이지를 통해 입장을 전했다. 제작진은 "직접 신청 또는 섭외로 출연 신청을 받고, 출연 여부를 결정하기 전에 가족을 만나 인터뷰를 한 뒤 출연 여부를 결정한다"며 "이 가족은 처음 취재 단계부터 화목하고 서로를 사랑하는 평범하고 건강한 가족이라는 것을 느꼈다. 단지 유일하게 스킨십 문제로 의견 차이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아빠가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잘 알고 있는 딸이 '자칫 아빠가 서운해할까를 걱정하는 모습과 다시 태어나도 아빠의 딸로 태어나고 싶다는 말'에서 아빠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며 "아빠도 어른스러워진 딸을 통해 딸에 대한 애정표현 방식을 다시 생각해보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스킨십이 적어지는 딸이 서운하다는 아빠와 자신을 아이로 보는 아빠가 이해가 안 된다는 딸이 서로의 마음을 털어놓을 기회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녹화를 했다"면서 "딸과 아빠가 대화하면서 따뜻한 분위기 속에 녹화를 마쳤다"고 말했다.

이후 제작진은 사과의 뜻을 전했다. 이들은 "프로그램 기획 의도에 맞게 아빠와 딸 각각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자 하는 출연자와 제작진의 노력이 방송으로 전달되지 못해 아쉽다"며 "진행자들도 녹화를 진행하면서 한쪽으로 편향되거나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녹화 분위기를 밝게 이끌기 위해 했던 이야기들이 의도와는 다르게 시청자들에게 불편하게 전달된 점을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마지막으로 "좋은 의도로 함께해준 가족과 출연진에게도 죄송하다"며 "이번 기회를 거울삼아 더욱 노력하고 앞으로도 가족들의 소통과 갈등 해결의 창구가 되는 동상이몽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제작진은 방송 조작 의혹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제작진의 입장 표명에도 누리꾼들의 비난은 이어졌다. 민감할 수 있는 가족 간 문제를 자극적으로 다뤘다는 이유에서다.

네이버 아이디 oj****를 쓰는 한 누리꾼은 "마지막에 눈물과 편지로 급정리하는 게 제작진의 일인가? 딸과 아빠만 이상하게 만들었다"고 꼬집었고, kw****는 "일반인이 출연하는 예능 프로그램은 자극적인 주제를 찾기 마련이다. 그러다 과장, 조작으로 이어진다. 이 프로그램도 얼마 못 갈 것 같다"고 지적했다.

전문가 패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lia****는 "이런 문제는 전문가가 출연해야 한다. 전문적인 조언이나 대안 제시가 반드시 있어야 하는데 예능의 자극적인 재미 요소로만 소모됐다"고 안타까워했다.

처음부터 제작진의 의도가 적절하지 않았다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jj***는 "시청자는 바보가 아니다. 제작진의 의도대로 생각하길 바랐느냐"고 했고, ju****는 "시청자가 로봇이냐? 제작진이 의도한 대로 판단하게"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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