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전 낀 동아시안컵, 슈틸리케 감독 보호하라

데일리안 스포츠 = 임정혁 객원칼럼니스트

입력 2015.07.21 07:47  수정 2015.07.21 10:04

일본-중국-북한과 맞대결..승패 예민한 매치업

패하면 먹잇감 '긴 호흡' 슈틸리케 감독 흔들지 않아야

애초 슈틸리케 감독을 데려온 이유는 '긴 호흡'이다. ⓒ

"대표팀 문은 항상 열려있지만 나가는 문도 늘 열려있다."

한국 축구대표팀의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20일 동아시안컵 명단을 발표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 안에는 누구나 대표팀에 발탁될 수 있는 반면 누구든 한 번 들어왔다고 안심할 수 없다는 의중이 깔려있다. 실제 K리그에서 상한가를 달리고 있는 염기훈도 이번에 제외됐다. 유럽과 중동에서 뛰는 선수들을 제외한 젊은 선수들이 주로 발탁됐다. 평균 나이가 24.3세이며 지난 1월 호주 아시안컵보다 2.4세 더 어려졌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의 이러한 방침을 보며 은근히 동아시안컵 이후의 그가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다. 중국, 일본, 북한이 참가하는 이 대회에서 결과를 떼어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슈틸리케 감독 스스로는 만족할만한 실험을 했다고 해도 성적이 탐탁지 않다면 여론은 악화할 게 분명하다.

한일전의 뜨거움은 말할 것도 없다. 슈틸리케 감독의 부임 이후 첫 한일전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축구에서는 과거의 일로 복수심을 가질 경우 본연의 색깔이나 철학을 잃게 될 수도 있다”며 “이를 항상 조심해야 하고, 현 상황에서 가장 준비를 잘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일전은 기다려주지 않으며 변명이 통하지 않는 맞대결이다. 자칫 진다면 누군가에겐 경기 내용을 떠나 대표팀을 비판할 수 있는 좋은 먹잇감이 될 수 있다.

중국과의 승부도 마찬가지다. 요즘 중국에 '공한증'이란 단어를 붙이기엔 어딘가 껄끄럽다. 최근 K리그 선수를 빼가고 축구에 엄청난 돈을 퍼붓고 있는 나라가 중국이다. 국내외에서 중국 축구를 보는 시선도 달라졌다. 게다가 대회는 중국 우한에서 열린다. 홈팬들의 열광적인 응원을 등에 업은 중국을 상대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북한과의 경기 또한 진다는 상상이 되지 않는 승부다. 따뜻한 동포애 속에는 항상 대표팀이 북한보다 앞선다는 기대가 팬들 사이에 녹아있다. 따뜻한 경기 내용 끝에 대표팀이 이기는 시나리오가 모두가 바라는 최상이다. 전력 분석조차 힘든 북한은 암초와도 같다.

이렇듯 동아시안컵은 결코 만만한 대회가 아니다. 아시아의 축구 강국이 출전하는 알토란 같은 대회며 국민적 정서나 감성을 자극하는 요소가 서로 얽힐 수 있는 대회다. 약간의 과장을 보탠다면 월드컵이나 올림픽 다음으로 대표팀을 향한 관심이 높아질 수 있는 대회다.

슈틸리케 감독은 젊은 선수들을 데리고 실험까지 하며 좋은 결과도 만들어내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한다. 하지만 그게 쉬운 과정이냐고 묻는다면 쉽게 고개를 끄덕일 수 없다. 그래서 더 동아시안컵 이후의 슈틸리케 감독을 향한 여론의 논조가 궁금하다.

2018 러시아월드컵까지는 3년이 남았다. 애초 슈틸리케 감독을 데려온 이유는 '긴 호흡'이다. 준비할 시간을 충분히 주며 대표팀과 그 아래 단계의 축구 모두를 개선해보자는 것이었다.

현재까지 슈틸리케 감독은 국내 축구 구석구석을 발로 뛰고 있다. 큰 밑그림을 그리는 중이다. 동아시안컵 역시 그 과정 중의 하다나. 혹시나 대회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과정 안에서 뜻을 찾으며 보호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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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혁 기자 (bohemian120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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