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27년차 김성령의 '이유 있는' 전성기

부수정 기자

입력 2015.08.31 09:17  수정 2015.09.22 10:25

MBC 50부작 주말극 '여왕의 꽃'서 첫 주연

"30대 지나 자신감 생겨, 후배 롤모델 될 것"

김성령은 MBC 주말극 '여왕의 꽃'에서 레나 정 역을 맡아 50부작을 이끌었다.ⓒ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저 이제 잘 나간다니까요!"

데뷔 27년차. 제 2의 전성기를 맞은 김성령은 자신감이 넘쳤다. 지난 3년간 김성령은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종횡무진 하며 활약했다.

2012년 드라마 '추적자'를 시작으로 '야왕'(2012)·'상속자들'(2013), 영화 '표적'(2014)·'역린'(2014), 예능 '띠동갑내기 과외하기'(2015), 그리고 지난 30일 종영한 '여왕의 꽃'까지. 데뷔 이래 가장 바쁘게 지냈다는 그를 지난 27일 서울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첫 주연을 맡아 50부작을 이끈 김성령은 "드라마 종영이 시원하다"고 털어놓은 뒤 "최선을 다한 작품"이라며 "크게 아쉬운 점은 없다"고 소회를 밝혔다.

'여왕의 꽃'은 야망으로 가득 찬 여자 레나 정과 그녀가 버린 딸 이솔(이성경)이 재회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김성령이 맡은 레나 정은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성공만을 위해 질주한 욕망의 화신이다. 원하는 걸 위해서라면 거짓말, 악행도 서슴지 않는 악녀이기도 하다.

드라마는 다소 자극적인 소재와 억지 설정으로 막장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대해 김성령은 "레나 정 캐릭터가 혼란스러울 때도 있었으나 마음을 다잡고 연기했다"면서 "해피엔딩도 마음에 들고, 이 정도면 훌륭한 작품"이라고 미소 지었다.

딸을 버리고, 거짓 사랑을 시작한 레나 정을 처음부터 완벽하게 받아들인 건 아니었다. "사실 저도 헤맸어요. 제 연기가 부족한 탓이죠. 이해가 안 되는 부분도 있었지만, 현실에선 별의별 일이 다 일어나잖아요? 레나 정 같은 여자가 실제로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진정성을 갖고 연기했어요."

거부감이 들었던 레나 정을 차츰 이해한 김성령은 "레나 정은 어두운 과거 때문에 성공하려는 여자다. 행복하려고 욕심낸 사람인데 보통 여자들은 나이가 들면 현실에 안주하는 편이다. 근데 레나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사는 당찬 여자"라고 캐릭터를 정의했다.

김성령은 MBC 주말극 '여왕의 꽃'에서 레나 정 역을 맡아 50부작을 이끌었다.ⓒ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50부를 촬영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대사 외우기였다. 분량이 많았을 뿐만 아니라 대본이 여유 있게 나오는 바람에 대사를 미리 인지해야 했다고.

김성령은 "어떨 땐 벼락치기가 편할 때가 있는데 이번 작품은 그게 안 됐다"라며 "분명 외웠는데 바로 잊어버리는 내가 짜증 났다"고 툴툴거렸다.

비밀을 품고 있는 레나 정은 극 중 단 한 번도 행복한 미소를 짓지 않았다. 항상 뭔가에 쫓기듯 불안해했기 때문에 감정 소모가 상당했다. "사실 너무 힘들었어요. 김미숙 선배도 같은 말을 하시더라고요. 힘든 감정신이 많아서 배우들끼리 위로하면서 연기했죠. 정신노동을 한 느낌입니다(웃음)."

김성령은 셰프 역을 위해 안 하던 요리를 해야 했다. 댓글 중에 '요리 안 하는 티가 너무 난다'는 글이 있었다고 김성령은 말했다. "친구들도 같은 말을 했어요. 하하.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는데 살림을 안 하다 보니 티가 났나 봐요."

김성령은 또 신분 상승을 위해 박민준(이종혁)에게도 가짜 사랑을 느껴야 했다. 가짜와 진짜를 오고 가는 사랑은 김성령조차 헷갈릴 정도. "남자를 이용하는 연기가 어려웠어요. 이 남자를 진심으로 봐야 하는 순간인가 아닌가 고민했죠."

인터뷰 중 김성령은 댓글 얘기를 자주 했다. 드라마와 관련된 모든 댓글을 다 본다고. 댓글은 곧 대중의 관심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늙어 보인다', '김성령은 거품 배우' 등 안 좋은 댓글들도 보는데 크게 신경 안써요. 제가 트리플 에이형인데도 그래요. 하하. 댓글을 통해 내가 채워야 할 부분을 알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생각해요."

누구는 쉽다고 했지만 김성령이 지금의 위치에 오르기까진 노력과 인내의 시간이 필요했다. '미스코리아 출신'이라는 꼬리표는 짐이 됐고, 30대 때 결혼과 출산으로 슬럼프에 빠졌다. "김성령은 배우가 맞나?", "20대 때 뭐했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성령은 MBC 주말극 '여왕의 꽃'에서 레나 정 역을 맡아 50부작을 이끌었다.ⓒ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한창 촬영하다 갑자기 조기종영하라는 통보를 받은 적도 있어요. '멘붕'이었죠. 당시 욕심을 버리고 마음을 비웠어요. 욕심내기보단 하나씩 채우자는 각오로 연기에 매진했어요. 이후 40대가 되면서 자연스레 자신감이 붙었고요."

'잘나가는' 김성령이 꿈꾸는 50대 배우의 삶이 궁금해졌다. "더는 바랄 게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반응이 좋을 때 만족하지 않고 열심히 하려고요. 좋은 기회가 왔을 때 쉬지 않고 달려야지요. 제가 주인공이 되는 것보단 작품의 중심을 잡아주고, 후배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선배가 되고 싶어요."

여배우들은 나이를 먹을수록 한정된 캐릭터만 맡는다고 말한다. 이와 관련해 김성령은 "요즘 추세가 그런 것 같다. 제작자들이 아이돌, 젊은 스타들만 기용하는 게 안타깝다"고 했다.

아무리 청춘 스타들이 날고 기어도 40대 여배우 김성령이 다져놓은 입지는 꽤 단단하다. 연극 '미스 프랑스'에서 주연을 맡아 이끌었고, 이번 드라마도 마찬가지. "후배들이 활약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었다는 게 뿌듯하다"고 그는 말했다.

김성령은 중년들의 사랑을 밝고, 경쾌하게 담아낼 로맨틱 코미디를 하고 싶다고 했다. 흔히 볼 수 있는 '아줌마 로맨스'는 사절한단다.

두 아들은 둔 그는 "촬영 때문에 아이들을 챙겨주지 못했다"며 미안해하면서도 "애 키워봤자 소용없다. 이젠 엄마보다 친구를 더 좋아한다"고 귀여운 투정을 부렸다.

아이 엄마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변함없는 미모와 몸매를 유지하는 비결을 물었다. "저를 놔 버리고 싶을 때가 있는데 그럴 땐 '폭풍 흡입'합니다. 그러다 관리가 필요할 때 바짝 하는 편이에요. 지금의 김성령을 만든 비결이에요."

기자가 살이 쏙 빠졌다고 하자 그는 "이번 드라마를 촬영하다 살이 좀 쪄서 살을 뺐어요. 어제도 광고 촬영 때문에 밥을 굶어서 힘들었어요. 근데 뭐 괜찮아요. 방금 '폭풍 흡입'하고 왔거든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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