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골, 그토록 바라던 가레스 베일 재림
크리스탈 팰리스전 선발 출전해 종횡무진 활약
후반 23분 폭풍 드리블로 홈팬들 들끓게 만들어
그야말로 가레스 베일(26·레알 마드리드)의 재림이었다. 손흥민(23)이 폭풍과도 같은 드리블로 화이트 하트 레인을 들끓게 만들었다.
토트넘은 20일(한국시각) 화이트 하트 레인서 열린 ‘2015-16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6라운드 크리스탈 팰리스와의 홈경기서 후반 23분 터진 손흥민의 선제 결승골에 힘입어 1-0 승리를 거뒀다.
손흥민의 활약으로 승점 3을 챙긴 토트넘은 지난 선덜랜드전에 이어 프리미어리그 2연승을 거두며, 2승 3무 1패(승점 9)째를 기록, 순위를 9위까지 끌어올렸다. 손흥민 역시 주중 열린 유로파리그(2골)에 이어 2경기 연속골로 홈팬들의 확실한 눈도장을 받아냈다.
이날 손흥민의 몸놀림은 확실한 자신감을 찾은 모습이었다. 선덜랜드와의 프리미어리그 데뷔전에서 답답한 움직임을 선보였던 손흥민은 곧바로 극성스러운 런던 언론과 팬들로부터 십자포화를 받기 이르렀다. 반전의 신호탄을 쏘아 올릴 계기는 금세 찾아왔다.
UEFA 유로파리그 조별리그 1차전에 선발로 낙점된 손흥민은 동점골과 역전골을 손수 만들어내며 팀의 3-1 승리를 주도했다. 그러자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던 팬들도 언제 그랬냐는 듯 일제히 환호의 박수를 보냈다. 손흥민 본인도 부쩍 자신감을 얻었다.
이번 크리스탈 팰리스전에서의 모습도 확연히 달라졌다. 무엇보다 자신의 장점인 드리블 능력을 극대화 시킨 점이 발군이었다. 여기에 토트넘 특유의 전방 압박에도 적극적으로 임해 포체티노 감독을 흐뭇하게 만들었다.
전반 31분 선보였던 질풍 같은 드리블은 이날 골의 예고편과도 같았다. 중앙선 부근에서 볼을 빼앗은 손흥민은 그대로 달리기 시작했고, 이를 따라잡을 크리스탈 팰리스 수비수들은 사실상 전무했다. 골키퍼와 마주하기 마지막 순간 한겔란트에게 볼을 빼앗겼지만, 그 순간 화이트 하트 레인을 가득 메운 홈팬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숨죽이며 지켜봤다.
결국 후반에 가서야 결실을 맺었다. 손흥민은 후반 23분, 크리스티안 에릭센으로부터 패스를 받은 뒤 다시 한 번 단독 드리블에 나섰다. 상대 수비수 3명이 뒤늦게 따라붙어 각도를 좁혔지만, 빈틈을 정확하게 노린 왼발 슈팅은 맥카시 골키퍼 가랑이를 맞고 굴절돼 그대고 골문으로 빨려 들어갔다.
토트넘 팬들이 그토록 바라던 화끈한 역습이었다. 그리고 너나 할 것 없이 2년 전 팀을 떠났던 가레스 베일의 모습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베일은 토트넘 팀 역사상 가장 인상적인 모습을 남긴 선수로 기억되고 있다. 2007-08시즌 사우스햄턴에서 이적해온 베일은 당초 왼쪽 측면 수비수가 제 포지션이었지만 공격적인 재능을 인정받아 토트넘에서 공격수 변신을 꾀했다. 그리고 이 선택은 그야말로 신의 한 수가 됐다.
베일은 2010-11시즌부터 두 시즌 연속 두 자리 득점에 성공하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특히 2010년 11월, 인터밀란과의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서의 해트트릭은 새로운 슈퍼스타의 등장을 알렸던 경기였다. 당시 세계 최고의 오른쪽 수비수였던 마이콘은 베일의 스피드에 철저하게 농락당했다.
손흥민의 크리스탈 팰리스전 골 역시 이때와 무척 유사하다. 하프라인에서부터 출발한 드리블은 거침이 없었고, 상대 수비수들도 막을 엄두를 내지 못했다. 손흥민과 베일 모두 느린 화면 속에 홀로 빠른 재생을 보는 듯한 믿기지 않는 플레이였다.
가레스 베일은 2012-13시즌 리그에서 21골을 몰아치는 등 26골을 기록하며 일약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선수로 떠올랐다. 그리고 역대 최고 이적료를 토트넘에 선사하며 레알 마드리드로 떠났다. 1000억원이 넘는 이적자금은 토트넘 전력 보강에 알차게 쓰였고, 올 시즌 손흥민을 영입하는데 까지 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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