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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라시는 찌라시로 막는다' 바뀌는 풍속도


입력 2015.09.29 10:31 수정 2015.09.29 10:32        문대현 기자

찌라시에 유포되면 바로 반박 내용 찌라시 유포

SNS 발달로 유포 방법 속도 변화 '해명 창구'로

최근 한 기업인을 대상으로 떠돈 SNS 찌라시 캡처.

SNS 찌라시 : SNS와 증권가 정보지를 뜻하는 은어인 '찌라시'의 합성어

주로 증권사 직원, 기업체 직원, 국회의원 보좌진, 기자 등 정보 접근도가 높은 사람들이 빠르고 손쉬운 SNS의 전달력을 바탕으로 퍼뜨리는 SNS 찌라시(이하 찌라시)는 최근 아주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장문의 글을 복사해 SNS 그룹 채팅방에 올리는 데는 10초도 채 걸리지 않다 보니 찌라시의 전파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찌라시에는 주로 언론에 잘 공개되지 않는 연예인들의 사생활부터 정치인들의 뒷 이야기, 기업 관련 정보, 정국 전망, 언론사 경영 문제, 특정인의 사생활 및 상벌 문제 등 다양한 이야기가 담긴다. 이를 접하는 이들은 본인의 이야기가 아닌 이상 가십거리로 넘기며 반자동적으로 복사해 자신이 속해 있는 다른 채팅방으로 넘긴다.

문제는 여기에서 발생한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찌라시 내용을 곧이 곧대로 믿다보니 사실이 아닌 것이 사실로 둔갑해버리는 일이 생기는 것이다. 본의 아니게 찌라시에 오른 인물은 사실이 아닌 경우로 인해 피해를 입을 경우 혼자 끙끙 앓는 것 외엔 물통 속 물감처럼 빠르게 퍼지는 정보를 막을 길이 없었다. 전파자를 찾기 위해 경찰에 신고하는 이도 없진 않지만 까다로운 절차로 인해 그냥 넘기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졌다. 그 어떤 내용이라도 '[받은글]'이라는 문구가 붙을 경우 순식간에 퍼져 나가는 원리를 이용해 이른바 '반박 찌라시'를 돌리는 이들이 생긴 것이다. 특히 자신에 대한 좋지 않은 이야기가 담긴 경우 당사자는 적극적으로 찌라시를 이용해 자신의 입장을 변호하는 것이 하나의 관행으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한 기업의 총수와 관련한 이야기를 두고 찌라시와 반박 찌라시가 함께 돌았다.

#1. 지난 14일 사람들 사이에선 모 그룹의 신입사원 중 한 명이 연수 기간 중 연수원을 찾은 그룹 회장을 향해 '간바떼 구다사이'(파이팅이라는 뜻의 일본어)를 외쳤고, 이에 회장이 굳은 표정으로 "한국말 할 수 있습니다"라고 답변했다는 내용의 글이 돌았다.

이는 회장이 한국말에 서툰 모습을 이용해 신입사원이 장난을 쳤다는 면으로 보여지며 기자와 국회의원 보좌진, 기업인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이 내용은 이어 해당 직원의 성별과 기수와 함께 특정 계열사로 발령이 났다는 내용이 추가로 감겨 재생산됐다. 해당 찌라시를 돌린 근원지도 함께 공개됐다.

그러자 다음날, 그룹 측의 해명이 담긴 찌라시가 다시 돌았다. 거기엔 해당 계열사가 교육 받은 일정과 회장이 연수원을 방문했던 기간이 다르기에 위 내용은 사실이 아니라는 뉘앙스의 이야기가 담겼다. 한 신입사원의 실언에 회장이 즉각 반발했다는 내용을 그룹이 반길리가 없었고 이에 반박하는 내용의 글을 전파한 것이다.

정치권에서도 이와 유사한 사례가 발생했다. 이번에는 한 유력 정치인에 관한 이야기이다.

#2. 최근 새누리당의 A 의원은 유력 정치인인 B 의원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듯한 발언을 해 여권 내부가 발칵 뒤집혔다. 이후 정가에서는 찌라시를 통해 B 의원의 최측근이 A 의원의 사생활까지 언급하면서 비꼬는 반응을 보였다는 내용의 글이 퍼졌다.

추가적으로 찌라시에는 B 의원 측이 불쾌감을 공개적으로 표하기 위해 해당 소식을 각 의원실에 돌린 것으로 추정된다는 내용도 덧붙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정가에서 자신들의 할 말을 언론이라는 공식 창구 대신 찌라시라는 비공식 창구를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 밝혀진 셈이다. SNS가 발달함에 따라 생긴 신풍속도다.

유명인사는 아니지만 정보를 다루는 사람들의 사생활을 갖고도 이런 일은 일어난다.

#3. 7월 말, 국회출입기자와 국회의원 비서관 사이의 부적절한 관계의 염문설이 돌기도 했다. 여기에는 당사자의 실명과 함께 사진까지 공개돼 충격을 안겼다. 또한 입에 담기 민망한 높은 수위의 이야기들이 적나라한 표현으로 나와 있어 이야기의 당사자는 물론 글을 읽는 사람들까지 난처하게 만들었다.

찌라시가 돌자 당사자는 명예훼손을 혐의로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하는 등 즉각 반응했다. 그러면서 '[반박]'이라는 단어를 붙이고 "국회출입기자와 국회의원 비서관 간 불륜 내용을 담은 찌라시성 허위 글을 당사자들에게 확인한 결과 사실무근으로 밝혀졌다"고 시작하는 찌라시를 다시 배포했다. 그 이후 이 내용은 이내 잠잠해졌다. 반박 찌라시의 효과를 입증한 것이다.

빠른 전파력 가진 찌라시…사실 확인 안 된 '유언비어' 전파 우려도

많은 정보가 거쳐가는 국회의원 보좌진 중 한 사람은 "그리 좋지 않은 일로 구설에 올랐을 경우 당사자 측에서 반박 찌라시를 만들어 사실을 바로 잡고자 하는 경우가 많다"며 "정보의 빠른 전파성을 역이용해 자신을 변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찌라시가 퍼지는 속도 만큼 반박찌라시도 빠르게 퍼져나가기 때문에 관련 업계 내에선 오히려 언론과 같은 공식 창구보다 잘 활용된다. 누가 전달하라고 지시하지 않아도 대부분 반사적으로 퍼트리기 때문이다.

찌라시를 자주 접하고 퍼트리는 한 언론계 종사자는 "최근 부쩍 반박 찌라시가 도는 경우가 늘어났다"며 "사실여부와 상관 없이 정보 제공을 위해 반박 찌라시를 꼭 함께 전파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찌라시든 반박찌라시든 기본적으로 출처가 불분명하고 사실 확인이 어렵다는 점에서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다. 무분별한 전파로 인해 사실이 거짓으로 둔갑한다거나 그 반대의 경우도 얼마든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SNS 전문가'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는 "반박찌라시는 기본적으로 허위 사실에 대한 자정적인 기능이기 때문에 나쁘다고는 볼 수 없지만 모바일 SNS를 통한 허위사실 유포가 많은 것은 사실"이라며 "부정적인 영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모바일 SNS가 사회적 미디어가 된 만큼 업체에서도 허위사실을 상습적으로 유포하는 사용자에 대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대현 기자 (eggod6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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