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D-1, 글로벌화냐 나눠먹기냐
롯데 2개 수성한다면 한국 면세시장 글로벌화 지지...두산·신세계 선정되면 지역상권 살리기 해석
서울시내 면세점 특허권 선정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심사의 초점이 '글로벌화'에 맞춰질 것인지 '나눠먹기'식이 될 것인지에 따라 판세가 바뀔 전망이다.
만약 심사위원단에서 국내 면세점의 글로벌화를 지지한다면 롯데면세점은 소공동 본점과 월드타워점을 수성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만약 동대문시장과 남대문시장 상권을 살리고 신규 사업자에게 기회를 주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두산과 신세계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극단적인 경우에는 SK네트웍스가 워커힐 면세점을 수성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관세청은 이날부터 1박2일 동안 올해 안에 특허가 만료되는 서울과 부산 시내 면세점 운영 사업자를 선정하기 위해 합숙에 들어갔다.
첫날은 각 업체들이 제출한 자료와 관세청의 실사 자료를 바탕으로 서면심사를 진행한다. 둘째 날에는 업체들의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고 오후 7시쯤 결과를 발표한다.
이번 서울 시내 면세점 선정 결과의 가장 큰 핵심은 롯데면세점이 소공동 본점과 월드타워점 수성 여부이다. 본점은 매출이 2조원 가까이 되는 곳이라 수성이 유력시 된다. 하지만 월드타워점의 경우 변수가 크다. 최근 불거진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이나 일본기업 논란 등 국민 정서법상 2개 지점을 모두 수성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만약 롯데면세점이 월드타워점의 사업권을 내 줄 경우 롯데는 호텔롯데 상장은 물론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에서도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이에 롯데면세점은 지난 4일 간담회를 통해 월드타워점을 2020년까지 본점 매출을 넘어서는 세계 1위 면세점으로 키우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또한 롯데면세점은 2020년 세계 면세시장 1위 비전을 밝힌 바 있다. 실제 세계 면세시장은 듀프리와 DFS 등이 인수합병(M&A)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펼치고 있다. 이에 롯데면세점도 이들 기업과 경쟁하기 위해 월드타워점 수성이 필수라는 주장이다.
삼정KPMG경제연구원은 이효정 연구원은 "글로벌 면세시장의 경쟁에 한국 기업들이 밀리지 않기 위해서는 구매력을 키우는 것이 시급하다"며 "글로벌 면세점 사업자들이 M&A를 통해 몸집을 키우는 사이, 국내 면세점 사업자들은 국내 시장만 보고 면세점 사업권을 나눠 가지고 있어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반면 두산과 신세계가 서울 시내 면세점에 신규 진출하게 된다면 동대문시장과 남대문시장 등 재래시장을 살리고 여러 기업들에게 면세점 사업 기회를 주겠다는 의지로 읽힐 수 있다. 신세계의 경우 부산 시내 면세점과 김해국제공항, 인천국제공항에 이어 서울 시내 면세점까지 진출한다면 단기간에 면세점 시장 다크호스로 급부상 할 수 있다.
또 두산의 경우는 명동 다음으로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동대문에 면세점을 연다는 점에서 메리트가 있다. 그룹 입장에서도 부실의 원인이 되고 있는 중공업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개편할 수 있는 시금석이 될 수 있다. 또한 안정적인 캐쉬카우 확보로 그룹 재무 부실에 대한 우려도 다소 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면세 사업 초기 사업자로서의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으며 한국 면세시장의 글로벌화를 위해서는 부정적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SK네트웍스의 경우 워커힐을 수성하고 동대문 진출에 실패한다면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워커힐 면세점 수성 실패하고 동대문 입성도 실패하게 된다면 SK는 면세시장에서 사실상 손을 떼게 된다. 반면 광장동과 동대문에 모두 입성하게 된다면 SK는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과 함께 국내 3대 메이저 면세점 사업자가 된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면세 사업자 선정 심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어떤 기업이 될 지 예단할 수 없다"며 "단지 심사의 공정성이 담보돼야 할 것이며 시장에서 떠도는 사전 내정설과 같은 불신을 잠재우는 것이 관세청의 역할이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