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스포츠 여신들의 퇴사와 변신, 그 불편한 현실

데일리안 스포츠 = 임재훈 객원칼럼니스트

입력 2015.11.18 14:46  수정 2015.11.18 14:57

KBSN 윤태진-정인영 아나운서 계약 만료로 퇴사

"스포츠 이용했다"는 따가운 시선까지 감수해야

정인영 아나운서 ⓒ 풋볼데이

최근 스포츠 전문 채널 ‘KBSN 스포츠’ 윤태진 아나운서와 정인영 아나운서가 마이크를 내려놓았다.

방송사와의 계약이 만료된 이후 정규직 전환이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회사를 떠나게 된 것.

두 명의 아나운서 모두 KBSN 스포츠의 간판 아나운서였고, 상당한 대중적 인기를 얻고 있었던 이른바 ‘스포츠 여신’이었다는 점에서 팬들의 놀라움과 아쉬움은 컸다.

정인영 아나운서는 이달 초 자신의 SNS를 통해 "저 정인영과 동료 윤태진 아나운서는 지난 10월 31일자로 KBSN과 최종 계약기간이 만료됐다"며 "4년이 조금 넘는 시간을 이곳에서 보낸 데다 둘 다 스포츠에 대한 애정이 깊다 보니 이런 말씀을 전하게 된 데 대한 통탄과 함께 송구한 마음이 가장 크다"고 전했다.

지난 2011년 10월 17일 첫 출근의 순간부터 첫 방송, 다양한 인터뷰, 첫 진행자, ‘아이러브베이스볼’의 진행자가 된 것 등 여러 프로그램을 진행했던 경험에 대한 소회를 밝히며 "능력치에 비해 과분한 사랑을 얻은 것, KBSN 덕분이었다”며 “고맙고 또 많이 아쉽다"고 심경을 전했다.

이들의 ‘퇴사’ 소식이 전해지자 아쉬움과 안타까움의 목소리와 함께 이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게 들려왔다.

이들이 정규직 전환의 기화를 스스로 박차버리고 연예인의 길로 들어서려 한다는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들이 난무하고 있다. 결국 이들이 스포츠 전문 방송인이 아닌 연예인으로 성공하기 위해 스포츠를 이용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졌던 것.

이에 윤태진 아나운서는 지난 10일 자신의 SNS를 통해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그는 “기사 내용과 같이 정규직 심사를 앞두고 본인들이 큰 생각이 없었다는 내용은 인기에 취해 회사의 호의를 거절하고 박차고 나온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며 “홍보팀과 팩트를 놓고 서로의 입장을 전화를 통해 잘 정리 했는데 어디서 틀어진 건지 잘 모르겠다”고 밝혔다.

이어 “물론 선택은 최종적으로 스스로의 몫이었고 또 나의 결정도 내가 내렸다.”면서도 “분명한 것은 여러모로 정규직 전환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전했다.

윤 아나운서는 또한 “스포츠를, 야구를, 이용한 적도, 배신한 적도, 배신하려고 든 적도 없다. 야구로 인해 주신 내리 사랑 잊은 적도 없다. 앞으로도 절대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며 “스포츠 현장에서 인정받고 일원이 되기 위해 열심히 살았던 순간들이 이용으로만 여겨진다면 조금 억울할 것 같다”고 심경을 밝혔다.

결국 스포츠 아나운서 출신으로 앞으로 어떤 일을 하게 될지 정해지지 않았으나 그동안 스포츠 현장을 누비며 스포츠 아나운서로서 노력했던 부분이 열정 없이 그저 직업인으로서 처리한 ‘업무’에 불과했거나 대중 방송인으로서 성공을 위한 발판으로 스포츠를 이용하려 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인 셈이다.

스포츠채널과 각 채널에서 방영하는 프로그램들이 양적인 면에서 과거에 비해 엄청나게 늘어나다 보니 시청률 경쟁 역시 날로 치열해져 간다. 그런 와중에 대중들로부터 지지를 얻고 지속적인 관심을 받는 진행자가 된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범위를 넓혀 방송계 전체를 놓고 보면 스포츠와 같이 충성도 높은 시청자를 보유한 스포츠 채널에서 한 번 인지도를 쌓고 대중적 호감도를 높이는 것은 일반적인 방송에서 그와 같은 인지도와 호감도를 쌓는 것에 비해 다소 수월할 수도 있다.

스포츠 여신들의 퇴사에 대해 스포츠 팬들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데는 이와 같은 생각이 기저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스포츠 아나운서 출신의 방송인들이 스포츠 채널을 떠나 연예기획사와 계약을 맺고 펼친 활동을 살펴보면 9할 이상이 스포츠와는 무관한 것들이었다는 점을 떠올려 보면 대중들의 그와 같은 생각은 자연스러운 생각일 수 있다.

문제는 그렇게 애정을 가지고 지켜보던 스포츠 채널의 여성 아나운서들이 대부분 계약기간이 끝나면 재계약 또는 정규직 전환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회사를 떠나야 하는 비정규직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

자신들이 일하는 분야와 직업에 대한 애착에도 불안한 직업적 신분에다 만족스럽지 못한 처우 등은 분명 스포츠 여신들이 대중들에게 보이는 부분 이면에 존재하는 불편한 현실이다.

윤태진 아나운서가 자신의 SNS에서 밝힌 내용 가운데 ‘여러모로 정규직 전환에 어려움이 있었다’는 말은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회사에서 애당초 윤 아나운서의 정규직 전환을 원치 않았거나 회사에서 정규직 전환을 제안했지만 제안된 조건 내지 처우가 이미 유명 방송인이 된 윤 아나운서가 받아들이기에는 만족스럽지 못한 수준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해석하는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후자 쪽이 팩트에 가깝지 않을까. 결국 시청자들은, 그리고 스포츠 팬들은 이와 같은 현실 속에서 혼란을 겪고 피해를 입는다.

스포츠 채널들이 ‘비정규직’ 간판 여성 아나운서들에 대해 재계약 내지 정규직 전환을 제안하는 과정에서, 또는 ‘스포츠 여신’이라 불려온 이들 여성 아나운서들이 자신의 거취를 결정할 때 시청자들에 대한 고려나 배려는 빠져 있다.

어찌 보면 당연할 수도 있는 말이지만 이들 여성 아나운서들에게 애정과 신뢰를 보내 온 스포츠 팬들의 입장에서 보면 그것을 당연하다고 말할 수만은 없는 문제다.

지난 17일 정인영 아나운서가 가수로 데뷔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얼마 전까지도 언론을 통해 스포츠 분야에서 전문성을 인정받고 성공하고 싶다는 인터뷰를 했던 아나운서의 참으로 극적인 변신이라 아니할 수 없다. 그의 성공과 행운을 빌어주고 싶지만 그 전에 당황스러운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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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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