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계상 "배우 윤계상, 이제부터가 진짜"

부수정 기자

입력 2015.12.04 09:07  수정 2015.12.07 09:20

'극적인 하룻밤'서 요즘 남자 정훈 역 맡아

그룹 god 멤버서 연기자 전향…어느덧 10년

영화 '극적인 하룻밤'에서 윤계상은 용기 부족 요즘 남자 정훈 역을 맡았다.ⓒ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그룹 지오디 출신 배우 윤계상(36)은 어느덧 연기 인생 10년을 보냈다. 배우로 전향할 때 그는 "딱 10년 해보자"고 다짐했다.

2004년 '발레교습소'로 데뷔해 '6년째 연애 중'(2007), '비스티 보이즈'(2008), '집행자'(2009) '풍산개'(2011), '레드카펫'(2014), '소수의견'(2015) 등 다수의 영화에 출연하며 자신만의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큰 흥행은 못 했지만 의미 있는 작품들이 연기 인생을 증명했다. 올겨울에는 로맨틱 코미디 '극적인 하룻밤'(감독 하기호)으로 관객들을 찾는다. 그간 강하고 무거운 역할만 해온 그가 힘을 뺐다. 현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편한 남자친구이자 소심한 남자 정훈 역. 윤계상에게 꼭 맞는 옷이다.

2일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윤계상은 한결 편안해 보였다. 영화를 어떻게 봤느냐고 묻자 그는 "나 스스로 평가를 할 수 없다"며 "부족하고 부끄럽다"고 했다.

극 중 정훈과 시후(한예리)는 전 여친, 전 남친의 결혼식에서 우연히 만나 '극적인 하룻밤'을 보낸다. 짜릿한 밤을 지새운 시후는 정훈에게 음료 쿠폰을 들이 내민다. "열 칸 남아 있는 음료 쿠폰을 다 채울 때까지 '몸친'으로 지내자." 그렇게 두 사람은 '텐나잇'을 보내고 '몸친' 이상의 감정을 느낀다.

영화는 '원나잇'을 통해 사랑을 알아가는 과정을 독특하면서 현실적으로 담아냈다. 지치고 팍팍한 현실에 많은 걸 포기하는 'N포 세대'의 연애담을 무겁지 않게 그려낸 게 미덕이다.

정훈은 자신을 '지잡대 출신 기간제 교사'라고 한탄한다. "내가 지금 무슨 연애야. 난 지금도 그렇고 죽을 때까지 터널 속에 갇힐 거야. 여자한테 차인 게 아니라 내가 알아서 물러나는 거야"라는 대사가 가슴을 '콕' 찌른다.

영화 '극적인 하룻밤'에서 윤계상은 정훈 역을 맡아 시후 역의 한예리와 호흡을 맞췄다.ⓒ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현실적인 남자로 분한 윤계상은 "캐릭터를 얼마만큼 편하게 풀어내야 할지 고민했다"며 "뭔가 '붕' 뜬 것 같고 '오버'해서 연기한 듯하다"고 자책했다. 그런 그에게 생활 연기가 잘 어울린다고 하자 "외모가 평범해서 그렇다"라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정훈은 연애할 때 소극적인 남자다. 불확실한 미래가 그의 발목을 잡은 탓이다. 윤계상은 "정훈은 대한민국 99%의 남자를 대변한다"고 말했다.

"미혼인 남자들은 무언가를 결정할 때 망설이곤 해요. 사랑할 때도 주눅이 드는 모습에서 요즘 청춘들의 성향이 엿보이죠. 자존감 없이 자존심만 내세우는 남자들, 자존심이 자존감인 줄 아는 남자들의 모습을 나타내요. 겉모습에만 치중하는 게 다 허상인데 말이죠(웃음)."

실제 윤계상도 정훈과 비슷한 경험을 한 적 있을까. "제가 완벽하지 않아서 연인과 헤어진 경험이 있어요. 연예인으로 살다 보면 미래에 대해 고민하잖아요. 저도 그랬어요. 한참을 망설이다가 연인을 놓치곤 했죠."

상대 역 한예리와 같은 소속사 동료인 그는 "동양적인 매력을 지닌 한예리가 참 예쁘다"고 칭찬했다. "제가 처음 연기를 할 당시 쌍꺼풀 없는 남자가 배우로 나설 즈음이었어요. 예리 씨도 저와 비슷해요. 속쌍꺼풀 있는 단아한 미모가 사랑스럽게 느껴져요(웃음)."

친한 사이인 덕에 로맨스 호흡은 최고였다. 사전에 만나서 만들어내는 특별한 케미스트리(배우 간 호흡)도 자연스럽게 나왔다. 베드신도 민망하지 않았다고. 서로 솔직하고 눈치 안 보는 사이, 한예리와는 그런 동료 관계라고 윤계상은 정의했다.

윤계상은 영화 '극적인 하룻밤'이 100만명을 돌파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사랑에 서툰 정훈과 시후는 서로를 보듬어주며 한 뼘 자란다. 특히 시후는 자살 시도를 하는 '불행'을 통해 '극적인 사랑'을 찾는다. 윤계상도 어떤 경험을 통해 성장한 계기가 있을 터. 그는 '사람'을 통해 삶을 살아간다고 말했다.

"실수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기적 같은 일이 생겼을 때, 죽어라 안 되다가 어떤 사람의 도움을 받아 '빵' 터졌을 때 성장합니다. 그럴 때마다 '나 혼자서는 세상을 살아갈 수 없구나'하죠. 이후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주위를 둘러보면 결국엔 사람이 보여요. 사람으로 연결된 게 인생사 같아요."

사실 윤계상은 흥행 배우와는 거리가 멀다. 필모그래피를 보면 답이 나온다. 그는 "상업 영화와 비주류 작품을 놓고 고민하는데 '윤계상답다'는 작품을 많이 했다. 쉽게 흥행할 수 없는, 어려운 작품에 끌린다. 남들이 외면하는 사회적 현실을 담은 작품을 배우는 외면하면 안 된다. 마지막 찰나에 잡는 작품들이 내 필모그래피"라고 단단한 소신을 전했다.

그래도 이번 영화는 흥행 욕심이 들 법도 한데. 윤계상은 "욕심 있다"고 웃은 뒤 "100만명만 넘으면 소원이 없겠다"고 강조했다.

윤계상은 쉬지 않고 연기하는 배우 중 하나다. '소수의견' 개봉 후 JTBC 드라마 '라스트'를 찍고 또 영화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중순에는 지오디 콘서트를 연다. 가사를 못 외웠다면서 걱정하면서도 팬들과 만날 생각에 얼굴이 밝아졌다.

"지오디는 그 시대 사람들에게 추억이에요. 청중들과 눈을 맞추면서 같이 떼창하는 교감이 정말 좋아요. 노래하다 실수해도 괜찮다고 해주고, 제겐 힐링이에요. 지오디로 다시 만나서 인생의 큰 숙제를 푼 듯해요. 연기도 더 열심히 하게 되고 보고 싶었던 멤버들도 맘껏 볼 수 있고 행복해요(웃음)."

이젠 배우라는 수식어가 잘 어울리는 윤계상은 "예전에는 '빨리, 더, 더, 더'만 외쳤다"라며 "배우로서의 내 모습을 증명하고 싶은 마음에 그랬다"고 했다.

그런 그가 바뀐 계기는 좋은 작품과 함께한 선배들이다. '소수의견', '비스티 보이즈', '집행자', '조금만 더 가까이', '라스트' 등이 인생작이란다. "이런 작품이 또 나올 수 있을까 생각해요. 한치의 부끄럼 없는 작품이랍니다. 꼭 다시 보세요."

영화 '극적인 하룻밤'에 출연한 윤계상은 이제부터가 진짜 연기 인생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포기하고 싶을 만큼 힘든 상황에서 만난 선배들은 윤계상에게 "나도 힘들어, 너만 힘든 게 아니야. 잘 될 거야"라고 용기를 줬다. 매 순간 지독하게 연기라는 한 우물을 파는 선배들은 윤계상에게 피와 살이 됐다.

연기를 '끝나지 않은 싸움'이라고 정의한 그는 "성실하게 꾸준히 밀고 나가는 게 내 강점이다. 하루아침에 얻을 생각은 버렸다. 연기에 대한 태도와 마음, 그리고 기다림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여태까진 준비 단계였고 올해부터가 진짜 시작이에요. 이제 조금씩 연기의 맛을 알 것 같아요. 예전엔 제 연기에 대해 떳떳하지 않았는데 이젠 연기에 대한 생각이 잡혀서 확실하게 얘기할 수 있답니다."

지치고 팍팍한 현실에 연애를 포기하려는 친구들에게 윤계상이 한마디를 던졌다. "평생 진짜 사랑은 열 번도 못한다고 하는데 왜 포기하려고 하는지 묻고 싶어요. 사랑만은 포기하지 말라고 응원의 메시지를 주고 싶습니다."

윤계상에게 '극적인 하룻밤'이 있을까. "술 마시는 날"이라는 단순 명쾌한 답변이 돌아왔다. "술 마시면 돌변하는 스타일인데 제가 그렇게 거짓말을 한대요. 다음날 기억이 안 나는데...허허. 또 거짓말할까 봐 술을 피하려고 합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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