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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알몸 광란 막장 졸업식 안보이는 이유가...


입력 2016.02.21 10:02 수정 2016.02.21 10:02        하재근 문화평론가

<하재근의 닭치고tv>언론 교육계 경찰 모두 함께 나서서 바뀌는 것도 있다

지난 2011년 대전지역 중학교 여학생으로 추정되는 졸업생들이 교복을 찢은 채 뒤풀이를 한 사진이 인터넷에 떠돌고 있어 교육 당국과 경찰이 사실 관계 확인에 나섰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와 교육청 등에 따르면 한 블로거가 지난 15일 오후 11시 44분쯤 자신의 블로그에 모 중학교에 다니는 친구의 졸업식 뒤풀이 모습이라며 모두 10여장의 사진을 게재했다. 연합뉴스tv 보도화면 캡처.

2000년대 이후 막장졸업식 문화가 퍼져 사회에 충격을 안겨줬었다. 2007년에 무릎 꿇은 학생들을 폭행하고 그들에게 소화기를 분사한 사건이 화제가 됐고, 2010년엔 졸업식 날 여중생의 교복을 강제로 찢고 머리에 케첩을 뿌리는 영상이 인터넷에 퍼져 이를 계기로 막장졸업식 문화를 개탄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그후에도 부산에서 졸업생들이 팬티 차림으로 시내를 활보하는가 하면, 광안리 해수욕장에서 속옷 차림의 남학생들과 옷이 찢긴 여학생들이 경찰의 해산명령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서로 밀가루와 계란을 집어던지는 광란의 추태를 보이기도 했다. 청주에서도 속옷 차림 행진 사건이 있었고, 제주에선 학생들의 교복을 찢고 바다에 던진 사건이, 강원도에선 학생을 전봇대에 묶어놓고 밀가루를 던진 사건이 있었다.

교복을 찢거나 밀가루를 던지는 이른바 ‘졸업빵’ 문화는 과거부터 있어왔다. 조선시대에 성균관 유생들이 졸업식 날 제복을 찢는 ‘파청금’ 의식을 치른 것에서 유래됐다는 설도 있고, 일제 강점기 때 일본식 교복에 밀가루를 던지고 찢어버렸던 것에서 유래됐다는 설도 있다. 혹은, 밀가루 업계의 상술이라는 주장도 있다.

어쨌든, 교복을 찢어버리고 밀가루를 뿌리며 난동을 피우는 일탈은 한국 학교의 현실과 맞아떨어졌다. 학생들이 극단적인 억압과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학교에 다니기 때문에, 졸업의 해방감이 폭력적으로 분출될 토양이 충분했던 것이다.

그래도 과거엔 사회문제로까지 번지지는 않을 수준이었다. 그러나 21세기 들어 한국의 졸업식 문화는 문명화되기는커녕 더욱 야만적으로 변해갔다.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알몸, 폭력이 난무하는 광란의 막장졸업식 문화가 나타났던 것이다. 이것은 21세기 들어 더욱 극심해진 경쟁문화, 학교황폐화, 그에 따른 10대 문화 황폐화와 연관이 있을 것이다.

보통 이런 식으로 악화된 문화는 순화시키기가 어렵다. 10대 폭력, 왕따 등의 문화에 대해서 사회적 개탄이 있어왔지만 그동안 속수무책이었다. 일단 폭력적으로 변한 문화는 사실상 되돌릴 수 없다는 무력감이 퍼져갔다. 그런데 놀랍게도, 최근 들어선 막장 졸업식 문화가 대폭 약화됐다고 한다. 올 졸업식 시즌에 막장 졸업식 논란이 나타나지 않았다.

2010년대에 접어들어 경찰이 막장 졸업식 문화에 나타나는 대표적인 일탈 행위들을 철저히 단속했다. 졸업식 날에 위험물질(밀가루, 계란 등)을 대량 구입하는 사람이 나타나면 신고하도록 계도하기도 했다. 교육청과 교사도 나섰다. 서울 교육청의 경우 2011년에 교사 전원과 장학사 등이 경찰과 함께 순찰을 돌았고, 바람직한 모범 졸업식 사례를 전파하기도 했다. 이러한 노력들이 결실을 맺고 있는 것이다.

막장졸업식 문화의 퇴조는 점점 폭력적으로 변해가는 사회 문화, 10대 문화를 얼마든지 개선할 수 있다는 희망을 던져준다. 보통 사회적인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전문가는 처벌을 확실하게 하고 언론, 교육계, 경찰 등이 나서서 상황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기 때문에 무의미한 보도용 멘트일 뿐이라고 사람들은 냉소해왔다. 그러나 막장졸업식 문화의 퇴조가 언론, 교육계, 경찰 등이 정말로 상황을 개선시킬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시켜줬다. 세상은 정말, 마냥 나빠지는 쪽으로 변해가는 것만은 아니었다.

글/하재근 문화평론가

하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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