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변칙 난무하는 주택조합 "사업절차 알아도 피해 속출"
<긴급진단, 지역주택조합의 득과 실②>조합원이 사업 주체인 만큼 사업 절차 명확히 이해해야
조합설입인가 전 단계는 지자체의 관리 권한 못 미쳐 피해 양산
지역주택조합은 본인이 살 주택을 마련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결성하는 조합으로, 조합원들이 스스로 비용분담을 통해 땅을 사고 그 위에 아파트를 짓는 제도이다.
간혹 조합원 가입을 단순히 아파트를 분양(매입)받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으나, 일반 분양아파트와 엄격한 차이가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일반분양 아파트는 건설사 등의 등록사업자가 단독으로 사업을 시행하고 분양하므로 이를 구매하는 수요자들은 순수한 매수인의 지위에 가깝다.
반면 주택조합 아파트는 조합원 스스로가 사업시행주체라는 점에서 차이가 크다. 토지 매입을 비롯해 건설 계획을 수립하고 행정기관에 승인을 받는 등 모든 절차를 직접 수행해야 한다.
이에 최초 조합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면 사업 진행 절차 및 그에 맞는 세부 충족 요건 등을 제대로 파악하고 조합 결성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또한 최초 발기 조합원이 아닌 모집 등을 통해 가입하는 조합원들도 어느 사업 단계에서 조합에 가입할지를 확인하고 결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사업 추진 절차…제도상 이론과 실제 현장 달라
우선 제도상의 사업추진절차는 이렇다. 지역주택조합원의 자격을 가진 20명 이상이 모여 '(가칭)OO지역주택조합'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조합 규약 마련 및 조합원 모집에 나선다.
이어 아파트 건설 예정 가구수의 1/2 이상의 조합원으로 모집하고, 예정 부지의 80% 이상에 대해 '토지사용승낙서'를 확보하게 되면 비로소 ‘주택조합설립인가’를 받을 수 있는 요건을 갖추게 된다.
아울러 '(가칭)OO지역주택조합'은 창립총회를 통해 '조합장'을 선정하고, 사업 시기 및 방법 등의 건축계획 세부내용을 확정해야 한다. 조합원 전원이 자필로 연명한 조합규약도 필요하다.
이 같은 조건이 모두 갖춰지면 관할 지자체에 '조합설립인가'를 신청하고, 인가권자인 시장·군수·구청장은 건축 심의 기준, 도시·군 계획, 토지이용계획 등을 검토해 인가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인가 시 비로소 정식으로 '지역주택조합'으로 인정 받게 된다.
이때부터 사업 성패는 나머지 토지 확보에 달렸다. 조합은 아파트를 지을 땅에 대해 토지사용동의가 아닌 실제 매매 체결 등을 통해 소유권을 95%까지 조합명의로 확보(등기이전)해야 한다. 아울러 조합원 총회 의결을 거쳐 공동사업주체인 등록사업자, 즉 시공사를 선정하고 공사 협약도 체결해야 한다.
위의 과정은 사업계획승인을 받기 위한 일련의 절차로 모두 완료해 지자체에서 사업 승인이 떨어지면 향후 착공까지 큰 문제는 없다. 확보되지 않은 나머지 토지 5%는 소유주와 협의해 매수하거나, 매도청구권(3개월 이상 협의 후 시가로 매도 청구)을 통해 강제 집행할 수 있어서다.
즉 임의단체 구성(가칭 OO지역주택조합 추진위원회)→ 건설 예정 가구수의 1/2 조합원 모집 및 토지사용승낙서 80% 확보→ 조합창립총회→ 주택조합설립인가→ (추가조합원 모집)→ 건설 대지의 소유권 95% 이상 확보 및 등록사업자와 협약체결→ 사업계획승인→ 착공 및 입주 순이다.
통상적으로 지역주택조합이 추진되는 과정은 이렇지만 현장의 사정은 다르다. 애초 취지는 조합 자율에 의한 사업이지만 실제로는 업무대행사에 의해 이뤄지면서 실제 사업주체인 조합은 조합사업자금을 집행하는 '거수기' 역할에 그치는 실정이다.
지역주택조합 주체 사실상 '업무대행사'…행정 감독 못 미쳐 '피해 속출'
대다수 지역주택조합사업은 최초 조합의 자발적인 결성으로 추진되기 보다 업무대행사 손에 의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업무대행사는 지역주택조합사업을 컨설팅해주는 일종의 브로커업체로 보면 된다.
이들 업무대행사는 사업 초기 단계에서 아파트를 지을 토지를 물색하고 토지소유주로부터 토지사용승낙을 구두로 얻는다. 이어 토지주 일부를 앞세워 '(가칭)OO지역주택조합' 추진위원회를 발족시키고 조합원 모집에 나서는 형태다.
업무대행사는 다시 분양대행사를 재고용, 조합을 대신해 조합원 모집 및 가입 알선 등의 위탁 업무를 맡긴다. 통상적으로 업무대행사와 분양대행사는 사업을 위해 함께 가는 구조이기 때문에 한 업체인 경우도 많다.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정책연구실장은 "조합이 주택조합사업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다 보니 업무대행사에 이끌려 일을 추진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그러나 이들 업무대행사는 어디까지나 업무를 대신해주는 업체에 지나지 않아 사업 지연이나 중단 등의 문제가 터져도 그 피해는 결국 조합원 손해로 돌아간다"고 지적했다.
특히 각종 피해 사례는 조합설립인가를 받기 전 사업 초기 단계에서 불거지고 있다. 이 시기는 지자체의 행정력이 미치지 않기 때문에 각종 변칙 등의 불법행위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우선 이들은 일부 신문과 인터넷을 통해 마치 조합사업 아파트를 마치 일반분양 아파트인 것처럼 둔갑해 조합원들을 모집하고 있다. 주변 시세 대비 저렴한 분양가, 시공사 확정 등 내용을 과장 광고 하거나 토지 확보 완료, 조합원 1차 마감 임박 등을 허위로 명시해 수요자들을 현혹하고 있는 것.
모두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사항으로 제17조(벌칙)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그러나 실제 판례를 보면 사업 진행을 위한 약간의 과장은 있을수 있다는 유권해석이 있어 실제는 가벼운 처벌에 그친다.
또한 조합원이 아닌 자가 주택조합 가입을 알선하거나 주택가격 외의 수수료를 받는 것은 불법이지만 이를 제대로 지켜는 사업장은 드물다.
분양대행사들이 조합원 한명당 가입시 천만원 안팎의 수수료를 받는 것은 업계의 공공연한 사실이다. 이에 조합원 자격이 없는 사람을 가입시키거나 조합원 1명당 주택 1채만 가입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향후 정식으로 조합설립인가를 받기 전에 프리미엄을 받고 팔아준다고 꼬드겨 2채를 가입시키는 경우도 있다.
실제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가칭)지역주택조합 조합원에 따르면 이 사업장의 분양대행사는 일부 조합원에게 한명 당 2채씩 가입을 시켰고, 해당 조합사업의 자격이 없는 제주도민도 가입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조합원 1명당 가입 수수료 1600만원씩 받아 지금껏 32억원을 수수료를 챙겨왔다.
이 같은 행위는 모두 불법 사항으로 주택법 제96조(벌칙)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그러나 이를 사전에 제재할 방안은 없다. 어디까지 개인간 사적 계약을 통해 이뤄지는 만큼 정식 설립인가를 받기 전까지는 이를 관리감독할 지자체의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국토부, 업무대행 요건 강화했지만 무용지물…"초기 사업 단계에서 신고제 필요"
이에 국토교통부는 무자격 대행업자의 난립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앞으로 지역조합아파트의 조합원 모집 등의 대행업무를 주택·건설사와 정비사업자, 신탁사 등 법에서 정한 공신력 있는 주체만 할 수 있게 관련 법령을 손질했다.
그러나 개정된 법령은 현재 조합원을 모집하고 있는 단계의 기존 지역주택조합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오는 8월 12일 법 시행 이후 계약 체결분부터 적용되기 때문에 기존 조합원을 모집하고 있는 단계의 지역주택조합 사업장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셈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업무대행자(특정자격) 지위 신설은 기본적으로 새롭게 만들어진 규제다 보니 기존 사업장까지 확대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면서 "다만 조합원들이 내부 합의를 거쳐 기존 업무 대행사와의 계약을 종료하고 새롭게 체결을 체결할 경우 적용된다"고 말했다.
특히 조합 사업 초기 단계에 이들을 관리감독할 수 있도록 신고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현재 지자체는 조합설립인가 신청이 들어오기 전에는 관할 구역 내에서 누가, 어떻게 조합원을 모집하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전무해 피해는 여전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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