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 할이 내보낸 맨유 vs 판 할이 데려온 맨유

데일리안 스포츠 = 이준목 기자

입력 2016.03.13 19:53  수정 2016.03.14 14:46

디 마리아, 치차리토, 에브라 등 절정의 기량

판 할 감독의 영입 작품 대부분 실패로 끝나

판 할 감독 체제의 맨유는 총체적 난국을 겪고 있다. ⓒ 게티이미지

로빈 판 페르시, 앙헬 디 마리아, 나니, 파트리스 에브라, 대니 웰백, 치차리토, 조니 에반스, 대런 플레처, 하파엘, 가가와 신지.

루이스 판 할 감독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사령탑으로 부임한 이후 팀을 떠난 선수들이다.

빈자리는 채워지기 마련이다. 멤피스 데파이, 앙토니 마샬, 마커스 래쉬포드, 모르강 슈나이덜린,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 마크로스 로호, 달레이 블린트 등은 판 할 감독 부임 이후 맨유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이다.

다비드 데 헤아나 웨인 루니, 마이클 캐릭, 크리스 스몰링처럼 퍼거슨 감독 시대부터 여전히 맨유의 주전으로 함께하는 선수들도 있지만 숫자는 그리 많지 않다. 판 할 감독은 부임 이후 자신만의 팀을 만들기 위하여 선수영입에만 4000억 원 이상을 투자했다.

문제는 맨유의 주축을 이루고 있는 선수들이 과거의 주전 멤버들보다 더 낫다고 할 수 있을까하는 점이다. 퍼거슨 감독 시절만 해도 무수한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리그 3위 아래로 떨어진 적 없던 맨유는 데이빗 모예스 전 감독을 거쳐 판 할 시대에 이르며 더 이상 전통의 강호라고 부르기 어려운 수준으로 전락했다.

판 할 감독은 퍼거슨 시대와 자신의 팀을 비교하는 반응에 대하여 “과거가 아닌 현재를 지시해야한다”고 항변한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의 팀을 만든 장본인이 바로 판 할 감독 본인이라는 점이다. 판 할 감독은 퍼거슨 시대의 유산을 누구보다 앞장서서 청산하려고 했고 그 결과 많은 선수들이 자의반 타의반 팀을 떠나야했다.

더욱 속 쓰린 점은 맨유를 떠난 선수들이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판 할 감독과 불화를 빚으며 한 시즌 만에 팀을 떠났던 앙헬 디 마리아는 현재 파리 생제르맹의 에이스로 거듭났다. 치차리토 역시 바이엘 레버쿠젠에서 무서운 득점 감각을 과시하고 있다. 에브라는 지난해 유벤투스 2관왕의 주역이었고 가가와도 도르트문트로 복귀한 이후 맨유 시절보다 훨씬 좋아진 경기력을 과시하고 있다.

반면 이들이 떠난 맨유의 현실은 어떨까. 맨유는 역대 최악의 공격수 기근에 시달리며 마샬이나 레쉬포드같이 유망주에 가까운 어린 선수들에게 의지해야하는 상황이다. 치차리토와 판 페르시가 남아있었다면 이런 상황까지는 오지 않았을 것이란 평가가 대부분이다.

현재 맨유에서 월드클래스 수준의 경기력을 보여주는 선수는 골키퍼 데 헤아 정도가 유일한데, 만일 레알 마드리드의 행정착오로 이적이 무산되지 않았더라면 지금 맨유의 상황이 얼마나 더 나빠졌을지는 상상만 해도 끔찍한 시나리오다.

맨유의 전설적인 수비수 출신인 리오 퍼디난드는 팀의 달라진 위상에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11일 맨유가 리버풀에 0-2로 완패한 뒤 칼럼을 통해 현재와 과거의 선수단을 비교하면서 “매우 실망스럽다. 예전전의 선수들이 지금의 맨유 선수들보다 훨씬 나았다. 전성기가 아닌 현재의 기준으로 봐도 마찬가지다”라며 후배들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맨유는 올 시즌 무관에 그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심지어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티켓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퍼거슨 시대를 그리워하는 팬들 사이에서 판 할 감독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는 날로 커져만 가지만 응답 없는 메아리로 그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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