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명 빅텐트' 난항 속…이재명은 '홍준표에 손 내밀기'

김은지 기자 (kimej@dailian.co.kr)

입력 2025.05.13 04:00  수정 2025.05.13 04:00

李 중도보수 전선 넓히며 단독질주

김문수 '빅텐트' 필요성 강조하지만

이준석·이낙연 모두 연대 선 그어

민주당은 '자통당까지 품나' 맹공

2023년 5월 10일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구광역시청 산격청사를 찾아 홍준표 대구광역시장과 면담하고 있다. ⓒ뉴시스

이낙연 새미래민주당 상임고문의 대선 불개입 선언과 국민의힘의 대선 후보 교체 시도 무산이 맞물리며, 반(反)이재명 연합의 '빅텐트' 구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반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구야권 원내정당과의 단일화를 통해 중심축을 공고히 하는 한편, 중도보수 표심을 겨냥한 외연 확장에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덕수 후보와 개헌 연대 논의에 긍정적이었던 새민주당은 반명 연합의 실익과 정당성에 회의적인 기류를 다시 드러냈다.


전병헌 새민주당 대표는 페이스북에 "윤석열의 자폭(자뻑)계엄으로 촉발된 조기 대선의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됐다"며 "이낙연 고문은 '오물통에 가담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고 적었다.


반명 빅텐트 구축의 중요한 한 축인 새민주당은 개헌 연대 논의와 국가 위기 극복을 위한 협력 조직 구성에 착수하며, 한덕수 후보 캠프와의 소통에 무게를 두고 있던 상황이다. 한 후보 역시 개헌 빅텐트를 위해 새민주당 대권주자인 이낙연 고문과의 협력에 공을 들였지만, 개헌을 고리로 한 연대 구상은 국민의힘 대선 후보 교체 소동을 거치며 사실상 공중분해됐다.


이 고문은 지난 10일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고심 끝에 나는 이번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지 않기로 했다. 다른 사람의 선거를 돕지도 않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확정된 김문수 후보는 단일화 논의 대상이었던 한덕수 후보와 이낙연 후보 그리고 이준석 후보까지 포함된 '반명 빅텐트'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김 후보는 이날도 이재명 후보의 당선을 막기 위해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와 연대해야 한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지만, 이준석 후보는 단일화 불가론과 함께 완주 의지를 내보이며 설득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준석 후보는 같은 날 광화문 출정식에서 "안타깝게도 그 빅텐트는 더 이상 우리 개혁신당이 언급되지 않는 빅텐트"라고 선을 그었다.


아직 '반명 빅텐트'의 후보군이 여전히 존재하는 가운데, 정치권의 시선은 자유통일당 구주와 후보와 무소속 황교안 후보에게로도 향하고 있다. 남은 선거운동 기간 중 이들과 실제 연대 논의가 가시화될 경우, 국민의힘 안팎의 우려는 한층 커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아직 실현되지도 않은 이같은 반명 빅텐트 구상을 '극우 결탁'으로 미리 규정하며, 보수층 내부의 이탈을 유도하고 있다. 박경미 민주당 선대위 대변인은 당사 브리핑에서 "김 후보와 국민의힘이 말한 '광폭의 빅텐트'는 내란(비상계엄) 세력과 극우 폭동 세력까지 아우르는 '광기의 빅텐트'냐"고 선제적으로 비난했다.


이런 가운데 이재명 후보 측이 홍준표 전 대표의 정책통으로 알려진 이병태 전 카이스트 교수와 접촉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민주당의 중도보수 공략 전선이 한층 더 넓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이 후보는 지난 10일 홍 전 대표의 고향인 경남 창녕을 찾아 홍 전 대표와 통화한 일화를 언급했고, 이날 페이스북에서는 "솔직히 이번 대선에서 내게는 홍 선배 같은 노련한 정치가가 가장 부담스러운 상대였다"며 "하지만 선배님과 일합을 겨룬다면 한국 정치가 지나친 사법화에서 벗어나고, 정정당당하게 선의의 경쟁을 펼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보기도 했다"고 치켜세웠다.


또 "한국정치사에 큰 족적을 남기고 보수정당을 위해 평생 헌신한 홍 선배가 결국 뜻을 펼치지 못하고 정계은퇴를 선언하셔서 참으로 안타까웠다"며 "홍 선배의 국가경영의 꿈, 특히 제7공화국의 꿈, 좌우통합정부를 만들어 위기를 극복하고 전진하자는 그 말씀에 깊이 공감한다. 첨단산업강국을 위한 규제혁신, 첨단기술투자확대, 모병제 등도 꼭 필요한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 잘 다녀 오시라. 돌아오시면 막걸리 한잔 나누자"고 덧붙였다.


해당 글이 올라온 후 홍 전 대표의 '브레인'으로도 불리는 이병태 전 교수는 페이스북에 "의외로 이재명 캠프가 문재인 정부와는 다른 경제 운영을 고민하고 있다는 설득을 계속해왔다. 내가 주장했던 규제 개혁과 성장 복원에 기여할 공간이 있다는 말씀을 해왔고, 나를 아끼는 분들 중에 '호랑이 굴에 가서 문재인 2 를 막는 일을 하라'는 조언을 주시는 분들도 많았다"면서 "이재명 캠프에 조인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 전 교수의 민주당 선대위 영입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가 합류 의사를 밝힌 이후에도 선대위 측의 공식 발표는 나오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영입이 무산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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