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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보 '성과주의' 논의 공회전…노사 입장차 확인만


입력 2016.03.27 21:46 수정 2016.03.28 15:57        배근미 기자

사장-직원 간 ‘성과주의’ 독대 토론 무산...노조 항의에 총평만

'1등' 강조 곽범국 사장, ‘창립 20주년·취임1년 치적 쌓기만 몰두‘ 지적도

예금보험공사의 성과주의 도입이 공회전하고 있다. 최근 사측의 직원 압박 논란에, 성과주의를 논의하기 위한 연찬회 역시 노조 반발 속에 취소되는 등 내홍이 잇따르고 있다. ⓒ예금보험공사

예금보험공사의 성과주의 도입이 공회전하고 있다. 최근 사측의 직원 압박 논란에, 성과주의를 논의하기 위한 연찬회 역시 노조 반발 속에 취소되는 등 내홍이 잇따르고 있다.

◇사장-직원 간 '성과주의' 독대 토론 무산...노조 항의에 총평만

연찬회 당일인 지난 25일, 오전 근무를 마친 예금보험공사 4·5급 직원 300여명은 전세버스에 올라 연찬회 장소인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로 향했다. 논란 속에 열린 올해의 주제는 ‘성과주의’였다. 곽범국 사장이 오는 4월 도입을 천명한 ‘성과연봉제’에 대한 논의를 위해 하급직원들의 오후 근무는 일시 중단됐다.

연찬회장을 가득 채운 30여개의 원형 테이블에는 9명에서 10명씩 각 조별로 좌석이 미리 배치돼 있었다. 지난해 입사한 신입 5급 직원에서부터 4급 실무자들까지 주로 20~30대 젊은 층으로 구성된 직원들은 1시간여 동안 ‘성과주의’와 관련한 분임토의를 벌였다.

이날 토의를 통해 나온 내용 대부분은 조별로 취합돼 곽 사장과 조별 대표 간 토론에서 제시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날 노조 측 반발로 사장-직원 간 토론은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실제로 이날 노조 측 항의로 뒤늦게 도착한 곽 사장은 직원과의 토론 대신 각 조별로 취합된 분임토의 결과를 서면으로 받아 읽고 20여분 간 총평을 한 뒤 돌아갔다.

이에 대해 사측 관계자는 “분임토의라는 자체가 성과주의만 가지고 이야기를 나누는 게 아니고, 회사가 어떻게 성장해 나가느냐 하는 것에 대한 논의”라며 “당초 계획됐던 토론 역시 직원들의 생각을 임원진들과 주고받고 해야 하는 대화의 장이었다. 성과주의 뿐만 아니라 직원들이 사장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을 것 아니냐. 그런 취지로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반면 노조 측에서는 상당수의 직원들이 이날 토론에 대해 부담을 느끼고 있는 상황에서 사측에 공식적으로 항의에 나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성과주의’라는 주제 자체가 예보 직원들에게 쉽지 않은 사안인데다, 회사 수장과 독대를 통해 논의해야 한다는 자체가 큰 스트레스라는 것이 직원들 내부의 주된 여론이라는 것이다.

노조 한 관계자는 “각 조별로 조장을 뽑아 1시간 동안 사장과 직원이 ‘성과주의’에 대해 면담을 하는데, 별도의 장소에서 독대 형식으로 진행되는 논의가 과연 진정한 토론인지 의문”이라며 “우리의 기본 원칙은 이렇듯 직원 개개인이 아닌 공식창구인 노조와 대화를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1등 강조 곽범국 사장, 일각선 '창립 20주년·취임1년 치적 쌓기' 지적도

예금보험공사 곽범국 사장
현재 예금보험공사의 성과주의 도입 관련 용역은 오는 5월 말 그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다. 예보에 따르면, 용역 중간 결과가 4월 초쯤 발표된다고는 하지만, 이를 통해 직원들을 설득하거나 성과주의 도입에 나서기에는 시간이나 상황 모두 역부족인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곽 사장이 성과주의 도입에 드라이브를 거는 배경에는 오는 6월 1일로 다가온 예금보험공사 창립기념일이 있다고 보고 있다. 오는 10월 서울에서 열리는 국제예금보험기구협회(IADI) 제15차 연차총회를 비롯해 예보 창립 20주년을 맞아 펼쳐지는 각종 행사에 어울리는 곽 사장의 ‘치적’이 필요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예보의 한 관계자는 “오는 6월이 예보 창립 20주년 기념일이고, 5월 말이 곽 사장 본인의 취임 1주년”이라며 “단순한 예보 내의 성과주의 연착륙을 넘어서 조기 도입의 필요성, 2등이 아닌 1등을 강조하는 데에는 이러한 이유도 분명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배근미 기자 (athena350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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