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량미달 김현수vs상도의 볼티모어, 무엇이 문제?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입력 2016.04.01 09:10  수정 2016.04.01 09:11

볼티모어, 언론플레이 통해 김현수 압박 중

'마이너거부권'이라는 강력한 무기 들고 있어

김현수와 댄 듀켓 단장이 악수할 때만 하더라도 이런 전개가 될지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볼티모어 캡처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김현수(29) 측이 거취 문제를 놓고 첨예한 대립 양상을 보이고 있다.

볼티모어의 벅 쇼월터 감독은 1일(이하 한국시각) 애틀랜타와의 시범경기를 앞두고 현지 취재진들과 만나 “김현수와 다시 만났지만 새로운 소식은 없다”고 말했다. 즉, 구단 측이 요구한 마이너리그행을 김현수 측이 거절했다는 뜻이다.

그러자 김현수 측도 즉각 응답에 나섰다. 김현수의 에이전시인 리코스포츠는 "구단 측의 마이너리그행 요청을 공식적으로 거부했다. 그리고 계약서에 명시된 대로 메이저리그에서 도전을 계속하고 싶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구단 입장에서 선수의 기량이 부족하다면 마이너리그로 내려 보내면 된다. 메이저리그는 가뜩이나 빡빡한 일정과 이동거리를 소화해야 하며, 이를 25인 로스터로 운용해야 때문에 선수 1명이 소중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시범경기서 가능성을 보이지 못한 김현수의 마이너리그행 요청은 당연한 수순일 수 있다.

문제는 계약서에 명기한 ‘마이너리그 거부권’이다. 이는 선수 동의 없이 구단 임의대로 마이너리그에 보낼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사실 김현수 입장에서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 없는 입장이다. 그는 이번 시범경기 16경기서 타율 0.182 2타점에 그쳤다. 뛰어난 콘택트 능력과 선구안이 갖춰졌다는 당초 평가와는 상당히 거리가 멀었다.

그렇다고 기회가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 쇼월터 감독은 김현수가 부진할 때마다 두둔해주며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을 누차 강조해왔다. 실제로 쇼월터 감독은 김현수의 컨디션이 올라올 수 있도록 타순 조정과 휴식 등 많은 공을 들였다. 현재 선수와 구단의 첨예한 갈등의 씨앗은 김현수 부진에서 비롯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구단 측의 조치다. 볼티모어는 김현수가 안타를 만들어내고 점점 나아지는 모습을 보였음에도 현지 매체를 통해 언론플레이를 하기 시작했다. 계약 파기 후 한국행을 타진해야한다든가 마이너리그행을 수용해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이미 볼티모어 측은 김현수가 메이저리그 수준의 선수가 아니라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공식적인 절차가 아닌 언론에 흘림으로써 선수를 압박하는 모양새로 비춰지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김현수가 들고 있는 강력한 카드인 ‘마이너리그 거부권’을 봉쇄하기 위함이다. 상도의를 저버린 볼티모어의 조치에 메이저리그 선수 노조까지 나설 기미가 보이고 있다.

패는 김현수가 쥐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이너리그 거부권’을 사용하게 되면, 볼티모어는 25인 로스터 한 자리를 김현수에게 보장해야 줘야 한다. 이게 아니라면 보장 연봉 700만 달러를 모두 지급한 뒤 방출 수순을 밟으면 된다.

다만 한 가지, 어떤 선택을 하든 김현수의 메이저리그 연착륙 가능성은 극히 희박해졌다는 점이다. 짧은 시범경기 기간이었지만 구단 측은 메이저리그용 선수가 아니라고 결론을 내렸다. 이는 다른 어떤 구단을 가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전망된다.

설령 거부권을 사용해 메이저리그에 남더라도 눈엣가시가 된 선수를 볼티모어가 중용할리 만무하다. 높은 연봉을 받으며 메이저리그 특급 선수들과 한솥밥을 먹는 것 자체가 커다란 경험일 수 있지만 눈칫밥을 먹어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도 동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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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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