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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말도, 찍을 사람도 없다?' 극단적 무관심, 광주 광산을


입력 2016.04.07 23:02 수정 2016.04.08 17:20        광주 = 데일리안 전형민 기자

<2016 총선 뜨거운 현장을 가다-광주 광산을>

"이용섭 뽑으면 또 내던지고...?" vs. "권은희는 현역, 속으면 안돼"

20대 총선 '카운트 다운'이 시작됐지만, 표심은 여전히 부유(浮遊)하고 있다. 선거판을 주도할 이슈의 부재, 정치권 전반에 대한 불신 상승으로 부동층만 30%에 이르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역대 어느 선거보다 '격전지'가 늘어나고 있다. '뚜껑'을 열어보기 전엔 그 누구도 승패를 확신할 수 없다는 것. 이에 데일리안은 20대 총선에서 가장 뜨거운 격전지로 꼽히는 지역을 직접 찾아가 조명했다. < 편집자 주 >

광주 광산을 이용섭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권은희 국민의당 후보.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매 선거마다 호남은 수도권에 비해 언론의 관심이 덜 한 지역이었다. 영남과 마찬가지로 '덮어놓고 찍는' 지역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제20대 총선은 다르다. 서로 호남을 '텃밭'이라고 주장하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물러설 수 없는 한 판 승부를 벌이고 있다. 덕분에 호남의 선거판이 재밌어졌다.

특히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광주지역 중 유일하게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선두를 달리고 있는 광산을 지역은 정치권 초미의 관심사다. 이에 데일리안은 지난 2일 광주광역시 광산을 선거구를 방문하고 현지 민심을 청취했다. 현지는 정치에 대한 극단적인 불신과 무관심을 보였다.

"이용섭은 대한민국 최고의 바보지라. 이번도 시장 욕심낼텐디?"
"권은희는 전국 최저 득표율로 당선된 국회의원, 갈아야할 사람"


2일 광주광역시의 날씨는 봄꽃의 대명사인 벚꽃이 제철을 맞아 흐드러지게 필 정도로 따뜻했지만, 광산구 유권자들의 발언엔 여전히 한겨울 찬바람이 몰아쳤다. 최근의 여론조사를 반영하듯 유권자들은 두 후보중 한 후보를 특정해 지지하기도 했지만 두 후보를 전부 비난했다. 그만큼 정치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팽배하다는 반증이다.

광주광역시 광산구 광주송정역에서 잡아탄 택시에서 운전기사인 손모 씨(남·60대)는 "광산구 임방울대로의 이용섭후보 사무실로 가달라"고 말하자 다짜고짜 "이용섭이는 대한민국 최고의 바보지라"라고 말했다. 마침 광산을 선거구 유권자라는 손 씨는 "이용섭이는 기껏 뽑아줬더니 시장선거 나와보지도 못하고 지역구만 내던져버렸어야"라며 "이번에도 찍어주면 또 시장한다고 내던질껀디? 그럴 바에 차라리 권은희 씨가 낫다"고 잘라말했다.

4.13 총선의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된 이후 첫 주말을 맞은 2일 광주를 방문한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가 광주 광산구 수완사거리에서 권은희(광주 광산을) 후보와 손가락으로 기호3번을 그려 보이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반대 의견도 금방 접할 수 있었다. 임방울대로 사거리에 위치한 이용섭후보 사무실 건물 앞에서 마주친 50대 엄모 씨는 기자의 물음에 "할 말이 없다"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다가도 기자가 건넨 명함을 받아들고서야 "광주 시민들이 참 인식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엄 씨는 "국민의당 사람들은 현역들이 아니냐"며 "갈아야할 사람들이라던 여론이 어느샌가 '국민의당'에 속아 찍어주자고 바뀌었다"며 "광주가 옛날의 광주가 아니다"고 말했다.

수완호수공원 뒷편 롯데아울렛에 딸과 함께 쇼핑하러 간다던 40대 주부 임모 씨는 정치권 자체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그는 "이용섭씨나 권은희씨나 결국은 우리 지역을 위해 뭘 했는지 말 모르겠는 사람들"이라며 "투표도 안할 생각"이라고 했다. 임 씨는 특히 "이용섭씨는 찍어주니 본인의 명예를 위해 시장나간다고 내던지고 간 사람인데 왜 다시 나오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용섭 더불어민주당 광주 광산을 후보가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된 후 첫 주말을 맞은 2일 광주, 호남 지원유세에 나선 김종인 비대위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광주공원일대에서 열린 집중유세에서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정치에 대한 무관심·냉담한 반응 팽배
의견 물어도 "어차피 투표 안할건데…"
후보 유세에도 "어수선하기만 하지 관심 없어"


이날 친구들과 함께 롯데아울렛에 놀러왔다는 문 씨(여·20대)는 "선거에 관심이 없다"면서도 "잘은 모르지만 국민의당 지지율이 거품이라는 소리를 들었다"고 했다. 그는 "시민들 입장에서는 2번도 3번도 마음에 안 든다"면서 '유세차 사건'을 언급하고 "지역이 선거에 관심이 없다"고 강조했다.

권은희 국민의당 광주 광산을 후보가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된 후 첫 주말을 맞은 2일 광주 광산구 수완사거리에서 시민들의 손을 잡으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유세차 사건'은 이용섭 후보의 유세차량이 번호판을 가려 자동차관리법을 위반한 사항이다. 문제는 유세차 번호판의 지역이 광주가 아닌 대전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역 유권자의 반감을 고려해 이 후보 측이 고의로 번호판을 테이프로 가렸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이 후보 측은 "광주권에 적당한 차량이 없어서 대전지역의 차량을 이용했지만 대전이라고 적힌 번호판이 찝찝해 테이프로 붙였다가 다시 떼어냈다"고 해명했다.

문 씨는 유세차 사건에 대해 "유세차 사건도 선거의 본질이 아닌데 네거티브로 가면서 유권자들이 오히려 (정치에) 지치고 질리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누가 당선되냐를 떠나 지난 재보선서 최저득표로 당선된 악몽이 다시 재현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용섭 더불어민주당 광주 광산을 후보가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된 후 첫 주말을 맞은 3일 광주 광산구 첨단LC타원사거리에서 한 시민과 포옹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정치에 대한 무관심은 다른 유권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첨단동 LC타워 인근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40대 이모 씨는 "지역이 신도시에 가까워서 사람들이 다 젊고 정치에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이 씨는 "투표하러 갈 생각이 별로 없다"면서 "동네가 어수선하기만 하지 별로 큰 감흥이 없다"고 말했다.

LC타워 인근에서 유모차에 딸을 태운채 산책 중이던 김 씨(남·30대)는 양비론을 펼치기도 했다. 그는 "이용섭씨가 경제인물론을 내세우지만, 뭐가 그렇게 특출난지는 잘 모르겠다"면서 "권은희씨도 댓글사건 말고 뭐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 현역교체지수도 엄청 높았다면서?"라고 되물었다. 그는 "둘 다 별로고 어차피 안찍을(투표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광주광역시 광산구을 지역은 비록 봄을 알리는 벚꽃은 만개했을지라도 지역 유권자들의 마음은 차가운 겨울처럼 냉담했다. 취재를 위해 하루종일 광산구를 돌아다니며 수많은 유권자와 인터뷰했지만 대부분 손사래치며 거부하거나 '할 말이 별로 없고 찍을 사람도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유권자들의 얼어붙은 마음을 녹일 후보자들의 진심이 절실해보인다.

전형민 기자 (verdan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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