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지붕' 잃은 더민주, 당 지도부로 호남 세력화
"사즉생의 각오로 진정성 보일 수 있는 의식 필요"
정세균, 추미애 등 호남 대변할 수 있는 인물 당 지도부로
더불어민주당은 20대 총선에서 123석을 확보하며 원내 제1당으로 발돋움했지만 당의 지지기반인 호남에서 참패했다. 이를 두고 당내에선 "수도권에서 월계관 쓰고 호남에선 회초리 맞았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향후 구성될 당 대표 및 원내대표 등 주요 지도부의 호남 인사 등용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호남이라는 '지붕'을 잃은 더민주는 수도권에서 압승했지만 마냥 축포를 쏠 수 없는 상황이다. 당장 더민주는 다음 달부터 원내대표 경선을 시작으로 당 지도부를 결정해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또 이들이 2017년 당 대선후보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킹 메이커' 역할의 중심에 서는 만큼 각 지역별, 계파별 분배는 물론, 등 돌린 호남 민심을 제대로 대변할 수 있는 사람을 물색해야 하는 부담도 있다.
이를 의식한 듯, 더민주 비대위원들은 첫 회의부터 '호남 민심 복원'에 초점을 맞추는 모습을 보였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지난 18일 열린 첫 비상대책회의에서 "우리는 호남을 전부 잃다시피 했다. 반쪽의 승리"라며 "회초리로 때리는 어머니의 심정을 우리가 잘 받아들여야 한다. 정권교체를 위한 대장정의 시작"이라고 말해 긴장감을 높였다.
같은 날 문재인 전 대표 또한 김대중 전 대통령 3남인 김홍걸 당 국민동합위원장과 함께 DJ의 고향인 전남 신안군 하의도를 찾아 호남 민심 파악을 시도했다. 그는 "김 대통령은 야당에게는 민주주의의 뿌리다. 우리 당이 잘하는 모습 보여드리지 못하고 실망을 드려 회초리로 맞았다. 앞으로 더 잘하겠다"고 무게를 실었다.
그러나 문 전 대표의 이와 같은 호남 방문에도 불구 '참패'라는 성적표를 받아든 당내에선 '이벤트'가 아닌 '당 지도부'의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개호 더민주 의원은 지난 18일 비대위원회의에서 "1회성 행사가 아니라 호남민들의 민심을 어루만질 수 있고 아픔을 치유할 수 있는 진정성 있는 행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호남 지역은 정권창출의 진원지 '야권 심장'이라고 할 수 있다. 광주·전남 지역민들이 이러한 문제의 중심에는 전현직 지도부가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지도부가 사즉생의 각오로 잃어버린 심장을 되찾기 위한 시도, 진정성을 보일 수 있는 의식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호남민들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보내야하고 위로를 해야 한다"며 "지난번에 삼성과 관련된 공약을 제시하기도 했는데 그런 부분에 대해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저 사람들이 정말 광주에 다가서기 위해서 진지한 마음으로 노력하는 구나' 이런 것을 느끼게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당 지도부에 호남을 대표할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 일단은 호남 출신이고 호남에 우호적인 사람들을 꼽을 수 있다"며 "호남 출신인 정세균 의원과 김종인 대표 진영 의원들이 나서 호남 민심을 잡아야한다"고도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종훈 시사평론가는 "호남 민심이 국민의당으로 갔다고 전제하면, 지금부터 할 일은 기본적으로 문 전 대표가 선거 운동 끝자락에 약속한 '정계은퇴'를 실천하든 상징적인 조치를 하는 것이다"며 "김 대표 또한 더민주가 수도권에서 압승했지만, 호남 참패를 책임지고 물러나든가 앞으로 당내에서 정치를 더 하고 싶다면 국보위 활동에서 받은 훈장을 반납하는 그런 제스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당 지도부의 호남 인사 필요성에 대해선 "일단 호남을 대변할 수 있는 정세균이나 추미애 의원 등이 당 지도부에 포함되지 않겠나. 굳이 호남 출신이 아니더라도 원내대표나 당 대표 중 하나는 호남 출신이 하게 될 것"이라며 "김 대표 중심의 비대위 체제를 허물고 새로운 인물로 다시 '혁신 비대위'를 구성하는 것도 민심을 다잡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라고 말했다.
한편 중진 의원실 관계자는 "호남이 중요해서 '호남 특위'를 만들자는 제안이 나오고 있지만, 호남 때문에 전혀 다른 분야의 사람을 등용한다든지 인위적으로 (당 지도부를 구성)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호남이든 수도권이든 부산이든 더민주에게는 똑같이 중요하다"고 말해 호남에 과도한 관심이 쏠리는 것을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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