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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황식 이어 이번엔 김수한, 화합은 끄덕 혁신은 글쎄


입력 2016.04.24 10:01 수정 2016.04.24 10:01        문대현 기자

89세 고령에도 건재함 과시하며 당의 기둥 역할 도맡아

김수한 전 국회의장이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한 음식점에서 열린 새누리당 상임고문단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데일리안

새누리당이 4.13 총선 참패 이후 비상대책위원장을 놓고 극심한 내홍을 겪고 있는 가운데 원로인 김수한 전 국회의장이 부각되고 있다. 김 전 의장은 난국을 벗어나기 위해 힘 쓰는 가운데 비대위원장 후보로까지 거론되고 있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21일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김수한 전 국회의장 등 새누리당 상임고문단 14명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원 원내대표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며 송구의 뜻을 표했고 원로들은 "새누리당의 자성이 선행돼야 한다"고 고언했다. 이 자리는 김 전 국회의장의 요청으로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원 원내대표는 모두발언에서 "상임고문들께서 당을 잘 지켜주시고 국민께 희망을 주시고 대한민국을 이만큼 잘 사는 나라로 만들어주셨는데 후배인 저희들이 제대로 민심을 받들지 못 했다"며 "국민들은 민생 현장에서 어려움을 겪는데 집권 여당이 살생부 파동, 막말 파동, 옥새 파동 등 공천과정에서 보여준 추태 때문에 국민들이 저희에게 마음을 돌린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자 김 전 의장은 "헌정사상 집권당이 원내 제1당 자리를 내주는 일은 드물다. 참담하기 그지 없다. 막장 드라마를 국민들에게 보여줬다"며 "지금 다시 삿대질하고 책임론을 벌이는 것은 추태다. 이번 결과를 전조현상으로 여기고 당 전체가 통렬히 배우고 각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대오각성과 새로운 변화도 결국 박 대통령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박 대통령이 먼저 친박 계파 해체를 선언해야 한다"며 "모든 책임은 청와대로 가게 돼 있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 김 전 의장은 "상임고문단으로서 책임감을 느낀다. 당이 현재 처한 상황을 보면 상임고문단이 적극적 역할을 했어야 하는데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동에 참석했던 유의동 원내대변인에 따르면 원로들은 "지금 우리가 아무리 짜임새 있게 하려고 해도 타이밍이 늦으면 국민들에게는 진정성이 제대로 전달이 안 되니까 속도감 있게 과감하게 진행해나가자 이런 말씀이 있었다"고 했다.

중요한 순간마다 부각된 '원로' 김수한, 이젠 비대위원장?

1928년생의 김 전 의장은 제7대 총선에서 신민당 전국구 의원으로 국회에 들어온 이후 6선을 지낸 정치계 원로다. 그는 정계 입문 이후 신한민주당 부총재, 통일민주당 중앙상무위원회 의장, 민주자유당 상임고문, 신한국당 상임고문, 제 15대 전반기 국회의장, 국제의회연맹 총회의장, 새누리당 상임고문, 한일의원연맹 회장 등 수 많은 굵직한 자리를 도맡았다.

국회의장직에서 물러난 이후 16대 때부터 정계를 떠난 그는 상임고문을 맡아오며 2002년 한나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상임고문, 2011년 전당대회 선거관리위원장, 2012년 새누리당 대통령후보 경선관리위원회 위원장, 2014년 전당대회 선관위원장 등 당에서 필요할 때마다 역할을 했다.

특히 김 전 의장은 지난해 11월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당시 맨 먼저 빈소에 도착해 5일 내내 자리를 지켰고 영결식 때에는 노구임에도 불구하고 흩날리는 눈발을 맨 몸으로 맞으며 추도사를 해 대중의 머릿 속에 더욱 각인됐다. 김영삼민주센터 이사장 자리도 맡은 그는 "존경하고 사랑하는 김영삼 대통령님"이라고 추도사를 시작해 준비해 온 원고를 읽으며 눈물을 쏟아 내 많은 사람들의 안타까움과 함께 감동을 이끌어 냈다.

그는 올해 우리 나이로 89세에 이르지만 최근까지도 원로들이 모이는 각종 행사에 모습을 비추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김 전 의장은 특별히 어떤 자리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역할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당의 입장에선 정치생활에서 산전수전 다 경험한 그가 뒤에 버티고 있다는 존재만으로도 든든하게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있었다.

이런 가운데 김 전 의장이 이제는 당을 위기에서 구할 비대위원장이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당 내에서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시한부인 '바지사장' 비대위원장이 아닌 정가에 대한 사정을 잘 알고 리더십과 카리스마로 당 재건 역할에 큰 역할을 할 인물로 적합하다는 것이다.

22일 이혜훈 서울 서초갑 당선자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비대위원장을 두고 "정계 은퇴해서 사심 없는것이 입증된 강창희 전 국회의장이라던가, 김수한 전 의장이라던가, 이런 훌륭한 분들이 있는데 왜 정치를 잘 모르는 외부인사를 데려와야 하나"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김 전 의장은 1950년 지금으로 따지면 진보정당인 민주혁신당을 통해 정치판에 발을 담궜다. 또한 김 전 의장과 그의 옛 동지들이 추구하던 국가상은 스칸디나비아 반도국가와 같은 복지국가였다고도 전해진다. 또한 국회의원 신분으로는 박정희 정권시절 항상 대여투쟁의 일원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이러한 그의 경력은 혁신과 쇄신을 꾀하고 있는 당 상황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거라는 의견도 있다.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열린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김수한 전 국회의장의 손을 잡고 머리를 숙여 인사 하고 있다. ⓒ데일리안

전문가 "화합엔 제격이지만 혁신엔 글쎄..."

그러나 전문가들은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원로로서 당을 하나로 합치는 데는 효과적일지 몰라도 구시대적 인물을 데려 와서 당을 바꿀 수는 없다는 것이다. 김용철 부산대 교수는 "지금 새누리당은 전반적으로 화합과 혁신을 해야 한다"며 "화합적인 면에서 구심점을 만들어 내는 것은 괜찮을 것 같지만 혁신적인 면에서는 국민에게 어떻게 비춰질 지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지금 당의 상황은 조직의 대개혁을 해야 하는 긴급 비상사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정치 원로가 나타나서 얼만큼의 개혁을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도 "지금 당의 위기를 각종 구태 정치로 본다면 원로를 모셔오는 게 맞는 지 싶다"고 운을 뗐다. 엄 소장은 "원로를 모셔 온다면 통합에는 도움이 분명 될 수 있지만 지금 그것이 답이 아니다. 국민에게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통합과 혁신이 필요충분조건이라 볼 때 통합은 필요조건 정도일 뿐이고 혁신이 더 선행돼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며 "좀 더 개혁적이고 확장성이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더 옳지 않을까라고 본다"고 부연했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 역시 "김 전 의장은 나이가 너무 많다. 젊은 인물이 와서 당을 쇄신해도 국민들이 어떻게 바라볼 지 모르는 상황에서 김 전 의장은 좋은 의견을 들을 수가 없을 것 같다"고 비판적인 견해를 내놨다.

그러면서 "김황식 전 국무총리가 비대위원장에 거론됐던 것은 관리형이 아니라 당이 어떤 결정을 할 때 중요한 판단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었는데 김 전 의장은 이제는 관리형에 가깝다고 본다"며 "또한 비대위원장이 차기 당대표가 뽑힐 때까지 한 달 남짓 밖에 활동을 하지 않기 때문에 별로 권한도 없고 김 전 의장이 맡으려고 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대현 기자 (eggod6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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