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당국, 알카에다와 IS 존재 부정
IS가 무신론적인 시와 소설을 쓴 대학교수를 살해한 것으로 의심되는 방글라데시에서 동성애자 인권운동을 이끌어온 남성 2명이 피살됐다.
AFP 통신은 25일(현지시각) 경찰의 발표를 인용해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남자 5~6명이 소포를 배달하러 온 것처럼 속여 칼라바간에 있는 아파트에 침입한 후 2명을 살해했다고 보도했다.
목격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범인들이 “알라후 아크바르”라고 외치면서 달아났다고 민영방송 자무나 TV가 보도했으며, 범인이 외친 말은 ‘신은 위대하다’는 뜻의 아랍어다.
경찰은 피해자들의 신원을 밝히지 않았으나, 방글라데시 유일의 성 소수자 잡지 ‘루프반’은 이번 사건의 희생자가 루프반의 편집장인 줄하즈 만난과 집행위원 마흐붑 토노이라고 밝혔다. 인권단체 국제 앰네스티는 두 번째 피해자의 이름이 ‘타나이 모줌다르’라고 발표한 상태다.
루프반은 “방글라데시에서 인권과 사랑의 자유를 증진하는 발판이자 출판물”이라고 소개하고 있으며, 살해된 만난과 토노이는 모두 공개적으로 동성애자임을 밝힌 이들이었다. 방글라데시는 인구의 85% 이상이 이슬람교로 동성애가 법적으로 금지되어있다.
특히 만난은 미국 국제개발처(USAID)에 고용돼 주방글라데시 미국대사관에서 근무해 온 인물로, 이들의 피살에 존 커비 미국 국무부 대변인과 마샤 버니캣 주방글라데시 미국 대사가 각각 “만난은 우리 대사관 가족의 사랑스러운 멤버로 성 소수자 권리의 용감한 옹호자였다”며 애도를 표하고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무자비한 폭력행위를 증오한다”며 정부 당국에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한편, 이번 피살 사건은 방글라데시의 한 대학 교수가 괴한들의 흉기에 살해된 지 이틀 만에 벌어져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공격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당시 교수 살해 직후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범행을 자처했다.
IS뿐만 아니라 알카에다 연계단체도 범행에 가세했다고 주장했지만, 방글라데시 정부는 자국에는 IS도 알카에다도 없다며 자생적 극단주의자들의 소행이라고 반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