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나는 부채의 왕, 돈 찍어 빚 갚겠다”

전문가들 “재앙이 되어 돌아올 허황된 생각”경고

미국 공화당 유력 대선주자 도널드 트럼프가 중앙은행의 발권력을 이용해 미국 국채를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을 해 논란이다.(자료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미국 공화당 유력 대선주자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정부의 부채를 줄이기 위해 “돈을 찍을 수 있다”는 발언을 해 논란이다. 중앙은행의 발권력을 이용하겠다는 이 주장에 경제 전문가들은 미국을 그리스로 만들 정책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트럼프는 9일(현지시각) CNN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정부는 돈을 찍어낼 수 있으므로 채무불이행(디폴트)을 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미국 국채가 너무 많이 발행돼 채권금리가 오르고 가격이 내려가는 상황에 대해서도 “국채를 할인된 가격에 살 수 있다”며 “기업 경영에서는 언제나 발생하는 일”이라고 답했다.

그의 이러한 주장은 지난 6일 CNBC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자신을 ‘부채의 왕’이라고 칭하며 만기가 돼 갚아야 하는 국채 가운데 일부는 상환하지 않은 채 ‘협상’하겠다고 말한 것과 맞물려 금융시장 전문가들의 우려를 사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 세계의 금융체계를 완전히 무너뜨릴 위험한 발상이라며 세계 금융시장에서 대표적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 ‘안전성’에 의심이 생기면 신용이라는 말에 없어진다고 경고했다. 또한, 그렇게 된다면 투자자들이 모든 금융자산을 외면하고 금 같은 실물자산만을 보유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정보업체 라이트슨 ICAP의 한 연구원은 트럼프가 채권자들에게 협상을 시도한다고 해도 “전화를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며 “채권자들은 계약대로 돈을 받아내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 의회예산국(CBO) 국장으로 일했던 홀츠-에이킨 대표는 “트럼프의 의도대로 ‘좋은 협상’이 성공하더라도 그 협상은 다음 대통령에게 재앙이 되어 돌아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금융 전문매체 마켓위치는 이 발상이 모든 미국인이 금융시장을 이용할 수 없게 만드는 발생이라며, 트럼프가 경제 현안에 대해 “얼마나 허황한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비난했다.

이렇듯 미국 언론이나 금융 전문가들은 정부의 채무 상환을 협상 사안으로 삼을 수 있다는 트럼프의 발상 자체가 비현실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채권이 유가증권으로서의 가치를 가지는 것은 정해진 조건에 따라 표시된 금액을 반드시 갚는다는 약속 때문이고, 그런 속성을 바탕으로 금리나 가격이 정해진다. 또한, 채권을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수많은 파생상품의 가격도 책정된다. 그렇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채권 상환을 ‘협상’의 대상으로 삼으면 채권은 물론 태권과 연관된 모든 유가증권의 가격체계가 무너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