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최초 개발자, 옥시에 독성 경고했었다
검찰, 유해성 경고 받은 옥시 직원 메모지 발견…무시하고 시판한 것으로 확인
가습기 살균제 사태 관련 최대 가해업체인 옥시레킷벤키저(현 RB코리아)가 제품을 개발하기 전에 살균성분제 분야의 국내 최고 전문가로부터 직접 제품 유해성 경고를 받았지만 이를 무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18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검찰은 이같은 내용을 확인하고 해외 저명학자의 경고 메일 등과 더불어 옥시 주요 책임자의 업무상 과실치사 및 과실치상죄를 입증하는 핵심 증거로 판단하고 있다.
지난 2000년 중반께 옥시 연구소 당시 선임연구원 최모 씨는 서울 모처에서 생활화학제품 제조업체 E사 대표 노모 씨를 만났다.
당시는 옥시가 문제의 성분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을 첨가한 새로운 가습기 살균제 개발을 검토하던 때였다.
노 대표와의 만남은 PHMG가 인체에 무해한지, 흡입독성 검사 필요성은 없는지 자문을 받기 위해 옥시 측에서 먼저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대표는 SK케미칼의 전신인 유공 바이오텍 사업부장으로 있던 1994년 세계 최초로 가습기 살균제를 개발한 인물이다.
이 가습기 살균제는 해외에서 흡입독성 실험을 통해 인체 무해 용량·농도가 수치화된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을 함유한 제품이다.
노 대표는 당시 최 씨에게 "CMIT·MIT와 달리 PHMG의 흡입독성은 국내외에서 전혀 검증된 바 없다"며 "자체적인 독성 실험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고 경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최 씨는 이 의견을 당시 연구소장 김모 씨에게 전달했지만 결국 흡입 독성실험은 생략된 채 2000년 10월 PHMG를 원료로 한 가습기 살균제가 시판됐다.
검찰은 지난 2월 옥시 본사와 연구소 등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최 씨의 메모지를 발견했고 최 씨는 검찰 조사에서 노 대표를 만난 사실과 당시 무슨 얘기가 오갔는지 등을 모두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은 이날 롯데마트·홈플러스의 유해 가습기 살균제를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제조한 용마산업 김모 씨를 재소환한다. 김 씨는 16일 1차 조사에서 "두 유통사가 시키는대로 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