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년만에 히로시마 방문한 오바마 "핵무기 없는 세계 만들자"

18분가량 연설서 한국인 희생 거론…한국인 위령비 찾지는 않아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일본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투하된 지 71년만에 현직 미국 대통령으로는 처음 히로시마 내 평화공원을 찾아 헌화·묵념한 뒤 '핵무기 없는 세계'를 외쳤다.(자료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일본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투하된 지 71년만에 현직 미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히로시마를 찾아 '핵무기 없는 세계'를 외쳤다.

오바마 대통령은 27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직후 일본 미에현을 출발해 히로시마에 있는 평화공원에 도착했다. 오바마는 연설에 앞서 히로시마 원폭 투하 당시의 참상을 보여주는 평화공원 내 자료관을 시찰한 뒤 위령비 앞에서 헌화하고 묵념했다.

이후 오바마는 약 18분간의 연설에서 "우리는 두려움의 논리를 떠날 용기를 가져야 하며, 그것들(핵무기)이 없는 세계를 추구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곳의 모든 영혼들이 편히 쉬게 해야하며 우리는 다시 죄악을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생명을 빼앗긴 죄없는 사람들의 존재를 잊어선 안 되며, 역사를 제대로 직시할 책임을 공유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원폭 투하에 대해 사죄하지는 않았다.

이어 "히로시마에 원폭이 투하된 그 운명의 날 이후 우리는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선택을 해왔다"며 "미국과 일본은 동맹 관계를 구축했을 뿐 아니라 우정을 키워왔다"고 미일동맹의 중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특히 오바마는 연설에서 한국인 원폭 희생자들의 존재를 일본·미국인 희생자와 함께 소개했다. 그러나 평화공원 내 한국인 희생자 위령비를 찾지는 않았다.

그는 연설 직후 쓰보이 스나오(91) 일본 원·수폭피해자단체협의회 대표위원 등 현장에 있던 일본인 원폭 피해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악수하거나 포옹을 하기도 했다.

이날 오바마의 히로시마 평화공원 방문 일정에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동행했다.

오바마의 뒤를 이어 연단에 오른 아베 총리는 "미·일의 화해와 신뢰, 우정이란 역사의 새로운 한 페이지를 새기는 오바마 대통령의 결단과 용기에 경의를 표한다"며 "미국과 일본이 힘을 합쳐 세계 사람들에게 희망을 만들어내는 오바마 대통령의 방문에 다시 한 번 감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와 오바마 대통령은 2차대전, 원폭 투하 때문에 희생된 모든 사람에게 애도를 표했다"며 "핵무기 없는 세계를 향해 노력할 책임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