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가씨’엔 기대하는 베드신은 없어요
박찬욱 감독, 4년만 국내영화 복귀
파격 동성애로 '관음증' 논란 관건
“매혹적이십니다.”
“남자가 여자의 가슴을 만지고 싶을 때 유혹하기 위한 말인 걸 모를 거라 생각하나요.”
그야말로 파격적이다. 동성애를 담은 국내 영화 중 단연 압도적인 베드신으로 꼽힐 정도다. 김민희와 김태리의 동성간 파격적 베드신은 ‘수위 조절 불가능’이라는 수식어가 왜 붙었는지 다시금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영화 ‘아가씨’ 속 이성 간 베드신은 없다. 반면 동성 간의 베드신은 혀를 내두를 정도로 적나라하고 파격적이다. 관음 논란이 제기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찬욱 감독은 단순히 성관계에만 집착한 베드신이 아닌, 인물들 간의 복잡 미묘한 관계 설정에서 나오는 ‘애틋한 베드신’으로 뽑아냈다. 그렇게 이 영화는 매혹적이다.
# 반전의 반전…영리한 반전의 시놉시스
영화 ‘아가씨’ 시놉시스에는 1930년대 일제강점기 조선,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게 된 귀족 아가씨 히데코(김민희)와 아가씨의 재산을 노리는 백작(하정우), 백작에게 거래를 제안 받은 하녀 숙희(김태리), 아가씨의 후견인 이모부 코우즈키(조진웅)까지, 돈과 마음을 뺏기 위해 서로 속고 속이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린다고 설명돼 있다.
그렇게 ‘아가씨’는 단순히 돈을 향한 4명의 인물들 간의 두뇌 싸움을 담은 서스펜스 스릴러인 듯 표방하고 있지만, 박찬욱 감독은 역시나 그 이상의 얽히고설킨 인물들 간의 관계 설정과 더불어 반전에 반전으로 연출의 정점을 담아냈다. 때문에 영화를 바라보는 관객 입장에서는 한 발 물러서서 3명의 시선과 맞물려 영화를 보게 되고 그 과정에서 박 감독의 연출의도를 다시금 곱씹게 한다. 그 점에서 이 영화는 분명 19금 동성애 베드신만 초점이 맞춰진 영화가 아니다.
복잡한 인물 구도도, 액션도, 그렇다고 집중해서 봐야 이해가 될 만큼의 속고 속이는 강렬한 서스펜스 스릴러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144분이라는 런닝타임은 순식간에 지나간다. 총 세 파트로 나뉘어 여성과 남성간의 시선으로 바라 본 전개가 펼쳐지면서 복잡 미묘하게 그려지고 그 안에서 두 여성의 시선은 반전의 반전을 거듭한다.
언제부터인가 그랬듯, 이번 영화 역시 박찬욱 감독의 ‘여성의 관점과 여성 중심’의 영화다. 남성 캐릭터들은 그저 변태이거나 속물이거나 자신의 중요부위에만 급급한 찌질한 인물들로 그려진다. 혹여나 19금 영화로서 베드신에 관심을 둔 관객들이 꼭 알아둬야 할 영화 관점 포인트인 셈이다. 이성 간 베드신은 없다.
# 억지 웃음과 손발 오글거리는 발연기? ‘그것도 반전’
총 3부로 나뉘어진 영화 속 제 1부에는 하녀 숙희의 시선으로 영화가 펼쳐진다. 이 과정에서 어마어마한 재산 상속녀 히데코는 세상 물정이라고는 하나도 모르는 순진무구한 캐릭터로 그려진다. 때문에 히데코를 연기한 김민희는 극 초반 다소 어색하거나 손발이 오글거리는 대사 처리로 ‘김민희 맞아?’라는 의구심마저 자아내게 한다. 그러나 이는 2부에서 180도 반전을 선사하며 허를 찌른다. ‘역시 김민희’라는 찬사를 이끌어내게 한다.
영화 속 또 다른 포인트는 사기꾼으로 변신한 하정우의 허당 변신과 1500대 1을 뚫은 김태리의 파격 열연이다. 알몸 연기에도 불구하고 전혀 어색하거나 저급해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녀의 눈빛은 묘한 매력을 발산한다. 매혹적이다. 하녀로 잠입한 숙희의 내면이 담긴 연기를 고스란히 담아냈다. 굳이 설명이 필요 없는 배우 조진웅은 3부를 통해 그 연기력을 폭발시킨다.
극의 시작부터 어둡고 싸늘한 분위기 속 돌발적으로 등장하는 코믹 대사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다. 오금이 저리는 대사는 분명 어이없음에도 불구하고 박찬욱 감독의 신선한 시도였다는 점에서 묘한 웃음이 띄어진다.
이 영화는 동성애만도, 베드신만도, 치열한 두뇌싸움만 있는 것도 아니다. 극의 반전에 더한 대사의 반전이 있다. 코믹 요소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터진다. 150분간 집중해야 하는 이유다. 그렇다고 뚫어져라 볼 필요는 없다.
# 노골적인 동성 간 베드신, 논란 가능성
영화 ‘아가씨’는 19금 청불영화다. 매력적인 남자 하정우와 김민희, 김태리의 등장으로 베드신 수위에 대한 관심 역시 높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하정우의 노출은 엉뚱한 장면에서 등장한다. 기대를 해도 좋고 그렇다고 너무 기대하지 않길. 생각하는(?) 파격 베드신은 등장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을 달랠 수 있는 베드신은 등장한다. 다만 논란의 여지가 있다. 극중 히데코와 숙희의 동성 간 베드신은 왜 그렇게까지 해야만 했는지, 이들이 어떻게 서로의 몸과 마음을 가지고 싶게 됐는지 잘 표현되고 있다. 그러나 그 수위에 있어 상상을 초월한다. 단순하고 빤한 베드신은 절대 아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관음증과 사랑을 두고 갑론을박을 펼치고 있다. 영화를 본 관객들 사이에서도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이 베드신 외에도 충격적인 장면이 곳곳에 등장한다. 박찬욱 감독이 그리 녹록하게 영화를 만들지 않을 것으로 기대는 했지만 기존의 영화를 뛰어넘는 충격의 장면과 잔인함이 여실히 그려진다. 인간의 탐욕에 따른 댓가와 그 한계를 파격적으로 담아낸 장면이다. 이 장면 역시 논란의 여지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참 매혹적이다.”
1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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