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스캔들이 다가 아니에요 '굿바이싱글'
김혜수·마동석·김현수·곽시양 출연…코믹 영화
연기 앙상블 인상적…김태곤 감독 첫 장편 데뷔
각종 스캔들과 구설에 오르는 철없는 톱스타 주연(김혜수). 제멋대로인 성격에 주변 사람은 늘 피곤하고, 주연이 저지른 일은 스타일리스트 평구(마동석)와 소속사 식구들이 뒷수습하기 일쑤다.
올라가면 내려오는 게 세상의 이치. 주연의 인기는 점점 떨어지고, 시상식에서도 찬밥 신세가 된다. 연하 배우이자 남자친구인 지훈(곽시양)이 바람 피우는 현장까지 목격한 순간 '세상에 믿을 만한 내 편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영원한 내 편은 자식 밖에 없다고 생각한 그녀는 검사 차 산부인과에 갔고, 그곳에서 폐경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진단을 받는다.
상심한 채 탄 엘리베이터에서 주연은 구세주를 만난다. 중학생 몸으로 임신한 단지(김현수)가 그 주인공. 단지는 낙태를 하려고 병원을 찾았고, 주연은 단지와 운명처럼 엮인다. 단지가 낳을 아이를 주연이 키운다는 조건으로 주연은 가짜 임산부 행세를 하게 되는 것.
부모가 없고, 집안 형편이 어려운 단지는 주연의 집에 얹혀살면서 태교를 시작한다. 임산부인 단지를 살뜰히 보살피던 주연은 언론을 통해 임신 사실을 거짓 고백한다. 이후 뜻하지 않게 일이 술술 풀린다.
대중은 '용기 있는 선택'이라며 주연을 응원하며 지지한다. 그러자 끊겼던 광고와 작품 섭외가 물밀 듯 쏟아진다. 단지가 복덩이가 된 셈이다. 다시 바빠진 주연은 어린 임산부 단지를 소홀히 대하는데...
'굿바이 싱글'은 톱스타 주연이 내려가는 인기와 남자친구의 공개 배신에 충격을 받고 대국민 임신 스캔들을 일으키는 코믹 영화다. 2014년 개봉해 호평을 받은 '족구왕'의 각본, 기획, 제작을 맡은 김태곤 감독의 첫 상업영화 데뷔작이다.
영화는 자칫 뻔하게 빠질 뻔한 '임신 스캔들'을 적당한 유머와 감동으로 버무려냈다. 피도 안 섞인 주연과 단지가 가족이 되는 모습은 따뜻한 정과 인간애를 보여준다. 특히 여중생 미혼모인 단지를 통해 한국 사회가 미혼모에 대해 갖는 부정적 시선과 편견을 건드린 게 미덕이다.
"난 잘못한 게 없는데 왜 나만 피해자냐?"는 단지의 울음 섞인 대사, 미혼모 단지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는 학부모에게 "어른들이 너무하네!"라고 외치는 주연의 대사가 마음에 와 닿는다.
'부도덕하다'는 낙인, 우리 사회에 뿌리깊이 박힌 편견과 차별적 시선 속에서 미혼모들은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힘들다.
영화 속 단지도 그렇다. 배가 불렀다는 이유만으로 미술대회조차 나가기 힘든 현실이다. 소녀를 보듬어주고, 보호해야 할 사회와 어른은 없다. 오히려 "창피하다"고 윽박지른다. 가시돋힌 말은 소녀의 꿈, 인격, 가치관을 짓밟아버린다.
미혼모 소재를 영화로 택한 김 감독은 "민감한 소재라 투자받기가 힘들었다"고 토로한 뒤 "미혼모 소재를 전면으로 내세우기보다는 톱스타 주연과 단지가 서로를 이해하고 가족이 되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표현했다"고 밝혔다.
김혜수와 마동석의 앙상블이 인상적이다. 서로 티격태격, 주거니 받거니 하는 장면에서 웃음이 터진다. 두 배우의 힘이 스크린에 오롯이 묻어나는 영화다.
단지 역을 맡은 아역 배우 김현수는 성인 배우가 하기 힘든 감정 연기를 절절하게 소화했다. 500대 1의 경쟁률을 뚫었다. 대선배 김혜수와 극을 이끌며 모든 연령층의 마음을 울린다.
김혜수는 "현수의 표정 연기는 거짓이 없다. 맑고 순수한 친구로, 배우로서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가졌다"고 극찬했다.
아쉬운 점도 있다. 후반부에 눈물과 감동을 억지로 강조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코미디 영화치고는 긴 상영시간이라 전개가 늘어지는 부분도 있다. 주연의 스캔들이 너무 빨리 해결돼 해피엔딩이라는 결말에 갑작스럽게 도달한다. 최상의 결말을 위해 뿌려놓은 것들을 서둘러 봉합한 듯하다.
김혜수는 "유쾌한 분위기 속에 따뜻함이 있는 영화"라며 "주변을 돌아보고, 타인에게 손을 뻗을 수 있는 용기가 생기는 작품이다. 사람들이 외로움에 고립되지 않고, 서로 의지하고 위안받고 살았으면 한다"고 밝혔다.
6월 29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1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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