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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수 "싱글이면 어때요? 다 사정이 있겠죠"


입력 2016.06.20 08:50 수정 2016.06.22 09:40        부수정 기자

영화 '굿바이싱글'서 철부지 톱스타 고주연 역

경력 30년차…"고마운 사람들 덕분에 여기까지"

배우 김혜수는 영화 '굿바이싱글'에서 철부지 톱스타 고주연 역을 맡았다.ⓒ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주)

"누군가 감당하기 힘든 선택을 했을 때는 나름의 사정과 이유가 있겠죠."

'굿바이싱글'(감독 김태곤·29일 개봉)로 스크린에 돌아온 김혜수(45)가 영화를 통해 가장 하고 싶은 말이란다. 1986년 영화 '깜보'로 데뷔한 그는 올해 경력 30년 차를 맞았다. 중학교 3학년 때 연예계에 입문해 어느덧 40대 중반이 된 그에게 작품 제목처럼 '굿바이싱글'은 언제쯤 외칠 거냐고 물었더니 이 같은 대답이 나왔다.

"그건 모르죠. 싱글이면 어때요. 나름대로 사정이 있겠죠"라고 말한 김혜수는 영화 속 여중생 미혼모 단지(김현수)의 상황을 빗대어 얘기를 이어갔다.

"단지는 여중생의 몸으로 아이를 낳겠다는 결심을 합니다. 본인이 감당하기 힘든데도 말이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던 거예요. 영화 속 어른들은 전후 사정을 모르고 비난만 합니다. 결혼은 진짜 모르겠어요. 제 나름의 상황에 대해 다 설명할 필요도 없고요."

김혜수가 출연한 '굿바이싱글'은 톱스타 고주연(김혜수)이 내려가는 인기와 남자친구의 공개 배신에 충격을 받고 대국민 임신 스캔들을 일으키는 코믹 영화다. 영화는 김혜수와 마동석이 티격태격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렇다고 단순한 코믹 영화는 아니다.

배우 김혜수는 영화 '굿바이싱글'에서 철부지 톱스타 고주연 역을 맡아 마동석과 호흡했다.ⓒ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주)

여중생 미혼모 소재를 적절하게 버무려 사회적인 문제도 건드리는 동시에, 피가 안 섞인 사람들이 따뜻한 정으로 뭉쳐 가족이 되는 과정을 매끄럽게 담아냈다.

15일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혜수도 이 점에 동의했다. 김혜수는 "무거운 이야기를 너무 무겁지 않게 풀어내고 싶었다"며 "화려해 보이지만 외로운 주연과 사회적으로 보호받지 못한 단지가 서로의 편이 되는 모습이 진정성 있게 다가왔다"고 했다.

"결핍 덩어리인 두 여자가 마음과 진심을 나누는 모습이 와 닿았어요. 사실 주연이 곁엔 '내 편'이 있었는데 그걸 깨닫지 못해요. 곁에 있는 사람을 당연시한 거죠. 이야기가 정말 신선하거나, 전개 방식이 특별하진 않지만 진심을 담은 영화예요. 누구나 살면서 마주할 수 있는 편견, 특히 여성이라면 한 번쯤을 겪을 법한 문제들을 다뤘죠. 바로 우리 이야기랍니다."

극 중 주연이가 거짓 임신 스캔들을 만드는 이유는 '내 편'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런데 그녀 곁에는 20년 지기 스타일리스트 평구(마동석)와 평구의 가족, 그리고 소속사 대표 등 그녀를 위해주고 아껴주는 사람이 많다.

김혜수는 '굿바이싱글'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주연이와 비슷한 경험을 했다고 털어놨다.

"밖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많은 일을 겪고 살아가잖아요. 그래서 '내 편'이 있다는 걸 느끼지 못했는데 어떤 계기를 통해 가족보다 나를 더 위로해주고 지켜주는 친구들이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래서 영화에 더 공감할 수 있었고요. '굿바이싱글'은 운명 같은 작품입니다(웃음)."

배우 김혜수는 영화 '굿바이싱글'에 출연한 이유에 대해 진정성 있는 이야기에 끌렸다고 했다.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주)

작품을 선택한 것도 코미디라는 장르 때문이 아닌 이야기에 끌려서다. 연예인, 배우도 한 인간이라는 보편성이 영화에 묻어났다고 배우는 말했다.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더 외롭냐고 묻자 "그렇진 않다. 사람은 다 외로운 존재다. 가족, 친구가 있어도 인간은 그런 존재다. 앞으로도 외로움을 느끼는 순간들은 있을 것"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굿바이싱글'은 시나리오 수정 작업에만 2년이 걸렸다. 김혜수도 제작진 회의에 참여해 치열하게 고민했다. 자칫 뻔하게 흐를 수 있는 얘기를 어떻게 조절해야 하는지 중점을 뒀다고.

마동석과의 호흡은 찰떡궁합이었단다. 김혜수는 "배우는 혼자서만 잘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없는 걸 만들어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캐릭터를 효과적으로 잘 드러낼 수 있게 만드는 좋은 상대 배우를 만난다는 건 큰 복이고 소중한 경험"이라고 했다.

아역 배우 김현수와의 케미스트리(배우 간 호흡)도 돋보인다. 두 여배우는 우리 사회에서 여성이 처해 있는 힘든 상황을 현실적으로 연기해낸다.

"여성분들이라면 결혼, 임신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잖아요. 사회가 달라지면서 여자로서 살아내야 하는 부분, 그리고 공허함을 느끼는 부분이 공감 포인트예요. 힘든 세상을 버티기 위해 가족보다 더 따뜻한 친구를 만드는 과정을 제대로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배우 김혜수는 영화 '굿바이싱글'에 대해 "결핍이 있는 두 여성이 만나 가족이 되는 이야기"라며 "진심을 담은 영화"라고 말했다.ⓒ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주)

성인 배우도 하기 힘든 감정 연기를 탁월하게 소화한 김현수에 대해선 극찬을 쏟았다.

"꽤 오랜 기간 단지를 찾았는데 현수 양을 보니 딱 단지더라고요. 연기 잘하는 아역 배우들이 많았는데 현수는 달랐어요. 기교, 가식 없는 진짜 연기였죠. 현수를 보고 제 데뷔 때가 생각나더라고요. 제가 어릴 땐 춥고 배고픈 걸 못 참아서 촬영을 접었는데 현수는 졸음을 참으면서 당차게 연기하더라고요. 대견스럽고 이쁘고, 순수한 친구예요(웃음)."

20년지기 친구 평구와 같은 '남자사람친구'는 없단다. "오랜 동성 친구는 없는데 '남사친'은 아직 없어요. 정말 좋은 '남사친'이 있다면 또 다른 위로나 위안을 얻는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친구가 있는 분들은 부러워요."

평소 정석대로 연기한다는 그는 이번 영화에서 다양한 애드리브를 시도했다. "(결혼도 하지 않고 애를 가졌다면) 다들 째려보시더라고요"가 대표적인 예다.

"캐릭터가 좀 더 확장되더라고요. 마동석 씨가 애드리브엔 탁월하죠. 호호. 어떤 상황에서 딱 들어맞는, 현실적인 대사를 툭툭 던지는 게 놀라웠어요. 영화에서 고주연이 뉴스에 나왔을 때 '고주연스러운' 대사를 했는데 재밌더라고요(웃음)."

톱스타 고주연을 연기한 '진짜 톱스타' 김혜수는 "김혜수와 고주연이 만나는 부분을 신경 썼다"며 "오래 한 배우의 치명적인 단점은 줄이고, 특유의 장점을 살렸다. 코미디 영화에 대한 부담감이 있는데 캐릭터에만 집중할 수 있게, 연기가 과잉되지 않게 노력했다"고 했다.

영화 '굿바이싱글'로 스크린에 돌아온 김혜수는 "항상 성장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주)

김혜수는 '순심이'(1988), '첫사랑'(1993), '짝'(1994), '닥터봉'(1995), '신라의 달밤'(2001), '타짜'(2006), '도둑들'(2012), '직장의 신'(2013), '차이나타운'(2014), '시그널'(2016) 등 60여 편이 넘는 작품에 출연하며 끊임없이 도전했다.

대한민국에선 김혜수는 독보적인 위치에 있다. 안 좋은 일에 휘말린 적도 없고, 연기도 잘하는 '믿고 보는 배우'다.

마동석은 김혜수를 두고 '항상 진화하는 배우'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김혜수는 "나이 들면서 성장하는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배우 김혜수도, 인간 김혜수도 성장하는 게 중요해요. 당장 드러나지 않더라도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싶어요. 특히 배우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야 하거든요. 연기에 대한 진심을 전달하면서요."

30년이란 긴 시간 동안 연기를 할 수 있었던 비결은 '사람'이란다. "누군가를 만나서 아이디어도 얹고, 공부도 한답니다.

그때 당시엔 모르더라도 돌이켜 보면 그렇더라고요. 전 사람을 대할 때 경계를 두지 않아요. 운이 좋게도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요. 사람들에게서 체득한 것들은 사소한 부분도 도움이 돼요."

30년이나 연기한 배우도 흥행에 대한 감은 없다. 관객들의 판단이라는 이유에서다.

영화 '굿바이싱글'로 스크린에 돌아온 김혜수는 3년 동안 연기 생활을 이어온 원동력으로 '사람'을 꼽았다.ⓒ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주)

김혜수는 당당한 태도로 여성들의 롤모델로 꼽히기도 한다. 그는 "고마운 얘기"라고 웃은 뒤 "대중들은 언론이나 작품을 통해 정제된 모습을 본다"며 "실제 내 모습을 본다면 환상이 깨질 것"이라고 웃었다.

차기작은 이선균과 찍은 '소중한 여인'이다. '차이나타운', '시그널', '굿바이싱글', '소중한 여인'의 촬영 스케줄이 잘 맞물려 연달아 선보이게 됐단다.

토크쇼, 시사프로그램 등에서 훌륭한 진행 실력을 뽐낸 바 있는 그는 "다큐멘터리의 본질을 다룬 프로그램이 없다"며 "그런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는 여유가 시청자들에게 없다는 뜻"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김혜수는 "이런 영화 홍보 인터뷰에서 취재진을 만나는 게 좋고, 이런 자리에 와줘서 고맙다. 요즘엔 소중한 것들을 잡고만 싶다"며 취재진을 향해 감사 인사를 건넸다. '혜수 언니'의 겸손한 태도가 빛나는 순간이었다.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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