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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생보사, 여론 압박에도 '자살보험금' 버티는 속사정은?


입력 2016.06.21 21:08 수정 2016.06.21 21:09        배근미 기자

'빅3' 실제 부담해야 할 자살보험금이 조 단위? 축소 보고 의혹까지

당국, 문제 소지 인정하면서도 "알아서 지급할 것"..."무책임의 극치"

"다른 곳에서 자살보험금 지급 결정을 내렸다고 해서 우리 입장이 달라질 것은 없습니다. 저희는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 지급 여부에 대해서는 여전히 법원 판단을 지켜본 후 결정한다는 입장입니다." (대형 생보사 한 관계자)

'빅3' 생명보험사들이 '진퇴양난'에 빠졌다. 지난달 대법원 판결과 금융당국의 압박에 이어 최근에는 ING생명 등 6개 생보사들이 잇따라 자살보험금 전액 지급 결정을 발표하면서 보험금 지급을 거부한 대형 3사는 궁지에 몰리게 됐다. 매년 많은 돈을 들여 광고는 물론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펼치는 대형 생보사들이 여론 악화에 따른 이미지 손상까지 감수하며 이처럼 버티는 이유는 무엇일까.

'빅3' 실제 부담해야 할 자살보험금이 조 단위? 축소보고 의혹까지

일각에서는 현재까지 알려진 대형 생보사들의 자살보험금 미지급금 규모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을 제기한다. 이들 보험사들의 미지급금 규모가 현재까지 알려진 대로 2000억원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실 그 수 배 이상인 조 단위에 달할 정도로 큰 액수로 이 과정에서의 축소 조사는 물론, 허위 보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 5월 금감원은 대형 생보사 3사가 가입자들에게 지급해야 할 재해사망보험금에 대해 삼성생명 706억원, 교보생명 265억원, 한화생명 97억원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미지급 보험금과 지연이자를 모두 합친 금액으로, 당시 자료는 각 보험사들이 지난 2월 제출한 자료를 바탕으로 감독당국이 취합해 발표한 것이다.

그러나 이 자료에서 업계 순위 8위권인 신한생명과 업계 2위인 한화생명과의 미지급금 규모가 거의 같다는 점에서 이 같은 의혹에 불을 지핀다. 두 보험사의 시장 점유율은 2015년 기준 신한생명 4.4%, 한화생명 12.4%로 3배 가까이 차이가 나지만, 자살보험금 미지급금 규모에 있어서만큼은 오히려 신한생명이 업계 2위인 한화생명을 2억원 가량 앞지른다.

자산 230조원, 점유율 24%대로 업계 순위 1위인 삼성생명 역시 자살보험금 지급 규모에서만큼은 점유율 4.1% 규모인 ING생명에 1위를 내줬다. ING생명이 1등 기업을 상대로 그만큼 많은 상품을 판매할 만큼 엄청난 선방을 했거나, 삼성생명이 판매한 보험상품 규모만큼 자살보험금 산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추정이 가능한 상황이다.

게다가 실제로 이 금액은 재해사망특약 자살보험금에 관한 총액이 아니다. 한국보험학회에서 주계약과 특약으로 나뉜 보험금 지급 여부에 따라 분류해 놓은 4개 유형 중 2번째 유형에 대해서만 조사를 벌인 것이다.

이 2번째 유형 외에 나머지 3개 유형에 해당하는 상품에 대해서는 그 어떤 조사조차 이뤄지지 않은 상태여서 현재로써는 대략적인 규모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만 특약이라는 특성 상 암보험, 연금보험, 건강보험 등 다양한 상품에 대한 조합이 가능하다는 측면에서 그 규모가 엄청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결국에는 당국 차원에서의 전수조사가 이뤄지지 않는 한 이처럼 수 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실체 없는 추측만 가능할 뿐이다.

당국, 문제 소지 인정하면서도 "알아서 지급할 것"..."무책임의 극치"

이 같은 의혹에 대해 금융당국은 일부 문제의 소지는 인정하면서도 현재까지 별도의 전수조사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보험준법검사국 관계자는 "지난 2014년 금감원에서 자체 조사를 벌일 당시부터 ING유형(2유형)에 대해서만 검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1유형과 3유형의 경우 이미 법원에서 회사 측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에, 검사의 의미가 없다고 보고 있다"면서 "만약 문제가 발생한다면 이번 대법원 판단처럼 법원이 민원인의 손을 들어준 4유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만일 보험사들이 4유형에 해당하는 자살보험금에 대해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라면서도 "이 역시 보험사들이 당연히 알아서 지급하지 않겠느냐"고 말을 이었다.

그러면서도 "만약 검사를 하게 된다 해도 추후에 일반적인 다른 검사를 하면서 이 내용까지 함께 살펴볼 수는 있겠지만 이 내용만을 가지고 보험사들에 대한 전수조사 계획을 별도로 갖고 있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한편, 금융소비자연맹 이기욱 사무처장은 "금융당국은 금융소비자들의 권리를 구제하기 위해 그 존재 역할을 해야 하는 기관인데 현재 그 역할은 커녕 오히려 바람막이 역할만 자행하고 있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배근미 기자 (athena350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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