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교 당무감사 한다지만...문제는 김종인
비대위, 비리 알고도 공천...공관위 "부적격 판정 내렸지만 비대위서 정무적 판단"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4.13 총선 공천 당시 서영교 의원의 ‘가족 채용’ 사실을 알면서도 지역구 공천을 결정한 것이 드러난 가운데, 공천관리위원회의 공천 부적격 판정과는 별개로 정무적 판단을 내린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책임론이 부상하는 조짐이다.
당시 비대위원으로 활동했던 한 의원실 관계자는 27일 ‘데일리안’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지도부 내에서도 서 의원을 두고 이견이 뚜렷했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당직자들도, 비대위원들도 서 의원의 문제를 다 알고 있었다”며 “우리는 (공천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이었다”고 말했다. 책임 소재가 전직 비대위를 향할 경우 대응책을 묻는 질문에는 “누구 하나가 딱 불면 서로 이름이 다 밝혀질 텐데 누가 이야기를 하겠느냐. 더 이상 얘기하기가 어렵다”고만 했다.
특히 지난 공천에서 컷오프 조치를 당한 의원 측 관계자에 따르면, 서 의원은 같은 달 한 비대위원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 해당 비대위원을 만나 "살려달라"며 읍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어 “컷오프 의원들도 부글부글 끓고있다. 출당조치 정도는 돼야지, 그 이하로 하면 제대로 역풍을 맞을 것”이라고도 했다. 다만 “컷오프 의원들도 대선 정국이니 원외에서 일을 돕고 자리도 얻어야 하기 때문에 공개적으로 나서서 반발하기는 힘들다”고 덧붙였다.
앞서 더민주 공천관리위원회는 지난 3월 14일 서 의원의 서울 중랑갑 단독 공천을 발표했다. 당시 경선 대상자가 아닌 단독 공천을 신청한 현역 의원 대다수는 일찍이 결정이 끝난 상태였다. 반면 서 의원의 경우 공천 심사가 거의 끝날 무렵에 이르러서야 이 같은 결정이 내려졌으나, 일정이 지연된 이유에 대해선 공개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당시 서 의원을 두고 발표 직전까지 내부에서도 논쟁이 격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 지도부가 서 의원의 가족 채용 문제와 보좌진 월급의 후원급 상납 문제를 알게 된 건 공천 심사가 한창이던 지난 3월이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당시 해당 문제에 관한 제보가 접수되자 공관위원들은 서 의원의 공천 여부를 두고 두 차례 자율투표를 진행했고 두 차례 모두 부적격 판정이 나왔다. 공관위가 이 같은 사실을 지도부에 보고했으나, 김종인 대표는 서 의원을 대체할만한 인물이 없다며 단수 공천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비리 전력으로 공천에서 탈락한 타 의원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지도부의 딜레마로 떠오르게 됐다. 강력 조치를 취할 경우, 사실상 정무적 판단을 주도한 김 대표의 실책을 스스로 인정하는 셈이다. 반대로 경미한 수준에서 마무리하려 했다간 대선 정국을 앞두고 여당발 공세에 두고두고 발목을 잡힐 뿐 아니라 ‘제 식구 감싸기’라는 여론의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실제 새누리당에선 서 의원을 국회 윤리특위에 회부해야한다며 장기전을 노리고 있다.
실제 지난 공천 과정에서 신기남 의원은 자녀의 로스쿨 졸업시험 과정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으로, 전병헌 의원은 보좌진이 비리 전력으로 실형으로 받았다는 이유로 공천에서 배제된 바 있다. 반면 서 의원의 경우, 친딸뿐 아니라 친오빠와 남편까지 채용 의혹에 휩싸인 데다 보좌관 월급 상납 의혹 문제까지 엮인 상태였으나, 이들보다 양적으로도 무거운 전력을 갖고도 공천을 받은 것이다.
서 의원 문제가 단순히 개인에 대한 징계 차원에서 끝날 문제가 아니란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당 관계자는 “그냥 서영교 의원 한명 징계 받는 수준으로 끝날지 의문”이라며 “다른 문제도 아니고 공천 아닌가. 당이 그런 전력을 알고도 공천을 줬고, 형평성 부분에서 억울한 사람이 한둘이 아니기 때문에 그 결정을 주도한 (당시) 김종인 비대위가 책임을 지라는 소리가 안 나올 수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서 의원 의혹에 대해 아무런 입장 표명이 없던 김 대표는 27일 오전 비대위 회의에서 “우리당 소속 서영교 의원의 문제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금주 내 당무 감사를 통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것으로 약속드린다”고 뒤늦게 공식 사과했다. 서 의원 의혹이 언론에 첫 보도된 지 6일만이다.
앞서 김 대표는 지난해 비대위 대표로 취임한 직후부터 이른바 친노(친노무현)·친문(친문재인)계로 불리는 주류 인사들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인사 혁신을 단행하는 등 거침없는 리더십을 선보였다. 주류계에선 김 대표를 ‘짜르’에 비유하며 독단적 당 운영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지만, 계파 중심의 문화를 혁파하며 당 혁신을 주도하고 당 혼란을 수습했다는 여론의 호평이 힘을 얻으며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와는 달리 서 의원 사건 국면에선 ‘속전속결식’ 김 대표의 리더십이 자취를 감췄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정성이 핵심인 공천 과정에서조차 명확한 기준보다는 ‘정무적 판단’이라는 칼을 휘두르다 스스로 발목이 잡힌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현재 김 대표의 지시에 따라 당무감사원은 서 의원에 대한 조사에 착수, 오는 30일 2차 회의를 열고 징계 여부 및 당 윤리심판원 회부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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