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로 독일로...'삿갓 쓴' 김종인의 속내는...
휴가 후 '플랫폼' 제시키로, 독일행으로 '개헌 통일 경제민주화' 체화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대선 플랫폼론'을 내놨다. 오는 8월 27일 전당대회를 앞두고, 정국 구상을 위해 1일 강원도로 닷새간 휴가를 떠나면서다. 대선행 기차를 타기 위해선 누구든 김 대표라는 플랫폼을 거치도록 판을 만들겠단 뜻으로, 전대 후 예정된 독일행(行) 역시 이같은 구상의 연장선으로 읽힌다.
김 대표는 지난달 31일 언론 인터뷰에서 "휴가 기간 동안 정국이 돌아가는 것도 보고 여러 입장도 정리할 생각"이라며 "내가 한번 플랫폼을 만들고 대선행 티켓을 끊어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거창하게 말할 건 없지만 휴가가 끝나면 한번 정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대위 체제 종료를 한달 여 앞둔 만큼, 일찍이 당 안팎에선 김 대표의 향후 역할 및 행보에 대한 갖가지 전망이 제기돼왔다.
대선 플랫폼으로서 가장 먼저 꼽히는 콘텐츠는 김 대표의 전매특허인 '경제민주화'다. 이미 지난 18대 대선에서 파괴력이 입증된 이슈인 동시에, 중도층 표심을 붙잡을 수 있는 대표 콘텐츠다. 김 대표로서도 대선 정국에서 본인이 발휘할 수 있는 가장 막강한 브랜드이기도 하다.
휴가 기간 읽을 도서 목록도 의미심장하다. 김 대표는 아내인 김미경 이화여대 명예교수의 추천으로 소설가 조정래 씨의 ‘허수아비춤’을 읽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기업의 부패와 실태를 고발한 이 책의 서문에는 "'경제민주화'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우리는 영원히 선진국이 될 수 없다", "진정 사랍답게 사는 세상이 되는 것은 '경제민주화'"라는 등 경제민주화라는 단어가 직접적으로 언급됐다.
전대 직후엔 독일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일각에서 '이래문'(이래도 저래도 문재인)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주류 일색의 전대가 치러지는 상황에서 후보들 역시 문심(文心)잡기에 한창인 만큼, 전대에서 김 대표의 역할을 찾긴 어려워 보인다. 따라서 김 대표의 이번 독일행은 '킹 메이커 김종인'의 입지를 재정립할 만한 '개헌'과 '통일' 콘텐츠를 업데이트하는 목적이라는 게 중론이다.
독일은 김 대표가 오랜 시간 유학생활을 한 국가이자, 유럽경제의 핵심이면서 그간 김 대표가 여러 차례 추진 의지를 밝혔던 의원내각제를 채택한 곳이기도 하다. 아울러 독일 사례를 기반으로 한 통일 아젠다도 세팅도 가능하다. 김 대표가 이번 휴가를 통해 경제민주화 재정립을, 독일행을 통해 개헌과 통일을 본인의 브랜드로 체화할 거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아울러 '문재인이 아닌' 주자들이 대선판에 들어올 수 있게 하려는 준비단계로 해석된다.
실제 김 대표는 언론 인터뷰에서 문 전 대표를 향해 “수준이 부족하다”거나 “대선후보를 한 사람으로 고정시킬 필요가 없다”, "지난 대선 때 지지율의 환상에 젖어있으면 안된다"고 말한 바 있다. 최근에는 손학규 전 상임고문을 비롯해 안희정 충남지사, 박원순 서울시장 등 야권 대선잠룡들을 연이어 만나는가 하면, 우상호 원내대표와 안 지사를 공개적으로 극찬했으며, 여권 주자인 남경필 경기지사를 만나 수도이전 문제를 논의키도 했다.
이에 대해 신율 명지대 교수는 "김종인 대표 입장에서 볼 땐, 문재인 전 대표가 대통령이 되느냐 안 되느냐는 문제가 아니라, 본인이 대선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사람"이라고 잘라 말했다. 김 대표로서는 기존 더민주 주류세력이 추구하는 문 전 대표의 대통령 당선이나 더민주의 정권 창출에서는 명분을 찾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이어 "지금은 문재인 외에는 어느 누구라도 더민주 대선후보가 될 수 없다. 손학규 전 상임고문이 더민주에 절대 안 들어오는 것도 이런 이유"라며 "결국 김종인 대표로서는 손학규든 안희정이든 김종인 본인의 역할이 필요한 사람이 대권 경쟁에 들어오게끔 판을 만들기 위해 움직이는 거다. 독일행도 이러한 측면에서 개헌 등을 염두에 둔 행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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