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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로 독일로...'삿갓 쓴' 김종인의 속내는...


입력 2016.08.02 05:30 수정 2016.08.02 10:26        이슬기 기자

휴가 후 '플랫폼' 제시키로, 독일행으로 '개헌 통일 경제민주화' 체화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지난달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정부의 경제인식 상황과 추경편성 등과 관련해 정부를 비판한 뒤 얼굴을 만지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대선 플랫폼론'을 내놨다. 오는 8월 27일 전당대회를 앞두고, 정국 구상을 위해 1일 강원도로 닷새간 휴가를 떠나면서다. 대선행 기차를 타기 위해선 누구든 김 대표라는 플랫폼을 거치도록 판을 만들겠단 뜻으로, 전대 후 예정된 독일행(行) 역시 이같은 구상의 연장선으로 읽힌다.

김 대표는 지난달 31일 언론 인터뷰에서 "휴가 기간 동안 정국이 돌아가는 것도 보고 여러 입장도 정리할 생각"이라며 "내가 한번 플랫폼을 만들고 대선행 티켓을 끊어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거창하게 말할 건 없지만 휴가가 끝나면 한번 정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대위 체제 종료를 한달 여 앞둔 만큼, 일찍이 당 안팎에선 김 대표의 향후 역할 및 행보에 대한 갖가지 전망이 제기돼왔다.

대선 플랫폼으로서 가장 먼저 꼽히는 콘텐츠는 김 대표의 전매특허인 '경제민주화'다. 이미 지난 18대 대선에서 파괴력이 입증된 이슈인 동시에, 중도층 표심을 붙잡을 수 있는 대표 콘텐츠다. 김 대표로서도 대선 정국에서 본인이 발휘할 수 있는 가장 막강한 브랜드이기도 하다.

휴가 기간 읽을 도서 목록도 의미심장하다. 김 대표는 아내인 김미경 이화여대 명예교수의 추천으로 소설가 조정래 씨의 ‘허수아비춤’을 읽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기업의 부패와 실태를 고발한 이 책의 서문에는 "'경제민주화'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우리는 영원히 선진국이 될 수 없다", "진정 사랍답게 사는 세상이 되는 것은 '경제민주화'"라는 등 경제민주화라는 단어가 직접적으로 언급됐다.

전대 직후엔 독일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일각에서 '이래문'(이래도 저래도 문재인)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주류 일색의 전대가 치러지는 상황에서 후보들 역시 문심(文心)잡기에 한창인 만큼, 전대에서 김 대표의 역할을 찾긴 어려워 보인다. 따라서 김 대표의 이번 독일행은 '킹 메이커 김종인'의 입지를 재정립할 만한 '개헌'과 '통일' 콘텐츠를 업데이트하는 목적이라는 게 중론이다.

독일은 김 대표가 오랜 시간 유학생활을 한 국가이자, 유럽경제의 핵심이면서 그간 김 대표가 여러 차례 추진 의지를 밝혔던 의원내각제를 채택한 곳이기도 하다. 아울러 독일 사례를 기반으로 한 통일 아젠다도 세팅도 가능하다. 김 대표가 이번 휴가를 통해 경제민주화 재정립을, 독일행을 통해 개헌과 통일을 본인의 브랜드로 체화할 거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아울러 '문재인이 아닌' 주자들이 대선판에 들어올 수 있게 하려는 준비단계로 해석된다.

실제 김 대표는 언론 인터뷰에서 문 전 대표를 향해 “수준이 부족하다”거나 “대선후보를 한 사람으로 고정시킬 필요가 없다”, "지난 대선 때 지지율의 환상에 젖어있으면 안된다"고 말한 바 있다. 최근에는 손학규 전 상임고문을 비롯해 안희정 충남지사, 박원순 서울시장 등 야권 대선잠룡들을 연이어 만나는가 하면, 우상호 원내대표와 안 지사를 공개적으로 극찬했으며, 여권 주자인 남경필 경기지사를 만나 수도이전 문제를 논의키도 했다.

이에 대해 신율 명지대 교수는 "김종인 대표 입장에서 볼 땐, 문재인 전 대표가 대통령이 되느냐 안 되느냐는 문제가 아니라, 본인이 대선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사람"이라고 잘라 말했다. 김 대표로서는 기존 더민주 주류세력이 추구하는 문 전 대표의 대통령 당선이나 더민주의 정권 창출에서는 명분을 찾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이어 "지금은 문재인 외에는 어느 누구라도 더민주 대선후보가 될 수 없다. 손학규 전 상임고문이 더민주에 절대 안 들어오는 것도 이런 이유"라며 "결국 김종인 대표로서는 손학규든 안희정이든 김종인 본인의 역할이 필요한 사람이 대권 경쟁에 들어오게끔 판을 만들기 위해 움직이는 거다. 독일행도 이러한 측면에서 개헌 등을 염두에 둔 행보"라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wisdo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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