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혜리(28)가 세계랭킹 1위를 꺾고 금메달을 차지한 뒤 준비했던 세리머니도 착착 시전했다.
'2전3기' 끝에 올림픽 무대를 밟은 오혜리는 20일(한국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2016 리우올림픽’ 태권도 여자 67㎏급 결승에서 하비 니아르(23·프랑스)를 13-12로 누르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회전 들어 특유의 내려찍기가 연달아 성공하며 승기를 잡은 뒤 거센 추격을 뿌리치고 기어코 금메달을 따냈다. 리우올림픽에서 한국 태권도가 김소희에 이어 수확한 두 번째 금메달이다. 한국 선수단으로서는 8번째 금메달.
다크호스로 보였지만 금메달을 획득할 것이라는 예상은 많지 않았다. 오혜리는 16강에서 멜리사 파뇨타(캐나다)를 9-3으로 물리친 뒤 8강에 안착했다.
이 경기가 압권이다. 지난해 세계선수권 우승자 대만의 좡자자를 21-9로 완파했다. 3라운드 6초를 남기고 점수차 승을 거둔 것이다. 2라운드 종료 후부터 점수 차가 12점 이상 벌어지면 점수차 승이 선언된다.
그리고 준결승에서 파리다 아지조바(아제르바이잔)를 6-5로 꺾고 결승에 올라 마침내 꿈에 그리던 금메달을 획득했다. 모두가 남자 태권도 김태훈(동메달)-이대훈(동메달)에게 관심이 쏠렸지만, 오혜리는 가장 화끈한 경기로 태권도의 재미를 더하며 빛나는 금메달을 차지했다.
경기 후 오혜리는 태극기를 펼쳐들고 매트를 도는 ‘입장 세리머니’까지 펼치는 여유를 보이며 기쁨을 만끽했다. 세리머니까지 준비했다는 것은 결승전 승리에 대한 자신감이 있어 가능했다.
자신감과는 거리가 멀었던 오혜리다.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는 황경선에 밀려 나가지 못했고, 2012 런던올림픽을 앞두고는 부상에 발목이 잡혀 올림픽 무대를 밟지 못했다. 늘 정상급 기량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으면서도 리우올림픽 전까지는 아시안게임 대표 선발전도 통과하지 못했다.
‘키만 큰’ ‘무관’ ‘국내용’ 등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게 할 듣기 싫은 소리에 시달렸다. 하지만 지난해 세계선수권 73kg급에서 정상에 등극하면서 자신감이라는 것이 가슴에 스며들었다. 그리고 세 번의 도전 끝에 참가한 올림픽에서 자신의 기술을 믿는 자신감에 힘입어 세계 최정상에 섰다.
더 이상 무관도 국내용도 아니었다. ‘국내용’이 감히 올림픽 금메달 결정전을 앞두고 다른 생각을 하기란 어렵다. 오혜리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도 “이상하게 자신감이 있었다. 준비한 세리머니까지 다했다”고 밝히면서 “상대가 세계랭킹 1위인데 컨디션이 썩 좋아 보이지 않았다. 그것도 매트에서 자신감이 더 커진 이유”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아직 한 경기 더 남은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믿기 어렵다”며 스스로도 금메달 획득을 믿지 못했다. 하지만 이내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오혜리 안에 스며들었던 자신감이 환희의 눈물까지 선사하며 행복한 현실을 체감케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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