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특허 또 4장 추가…신규 발급 두고 '잡음'
<면세점의 허와 실(중)>추가 신규 특허 발급에 1인당 구매제한?
"오락가락 정책…특정 업체 염두한 듯" 잇단 잡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며 유망 사업으로 떠올랐던 면세점. 최근 국내 면세점업계는 특허권을 두고 그야말로 '전쟁'을 치렀다. 지난해 관세청이 신규면세점 특허권을 대거 내주면서 '롯데-신라' 양강구도였던 면세점 시장은 신세계-한화갤러리아-두산-하나투어 등이 합류해 춘추전국시대 체제로 재편됐다. 하지만 대내외 악재가 겹치면서 최근 오픈한 신규면세점들이 줄줄이 적자를 내는 등 출발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관세청은 또다시 신규 특허 4개를 추가키로 해 면세점 업계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이에 본보에서는 국내 면세점의 역사와 현황, 앞으로 면세점이 나아가야할 방향 등을 시리즈로 집중 조명한다.
면세점업계는 지난해에 이어 한번 더 혼돈의 시기를 겪어야 하는 기로에 놓여있다. 관세청이 서울 시내 면세점 신규 특허 4장 추가 발급 방침을 밝혔기 때문이다. 지난해 신규 면세점 특허권을 대거 내준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의 일이다. 업계 혼란을 야기한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잇달아 신규 특허를 내준 관세청이 이번에는 '면세점 구매 제한'이라는 '모순'적 지침을 내려보냈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관세청이 시내면세점 신규 특허를 추가로 발급하는 방안을 내놓으면서 또 한번의 '특허권 전쟁'이 예고됐다. 이번 입찰 공고가 전해지자 곧바로 롯데와 SK네트웍스, 현대백화점이 참여의사를 밝혔다. 일 매출 평균 20억원을 올리던 월드타워점을 잃은 롯데는 월드타워점 되찾기에 나섰고 워커힐면세점을 잃은 SK네트웍스도 마찬가지 사정으로 경쟁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특허 획득에 실패한 현대백화점은 재도전 의사를 강력히 밝히고 나섰다.
여기에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시내면세점 특허권 입찰에) 관심이 많고 성공 가능성도 있다"며 경쟁 참여 의지를 내비쳤다. 호텔신라 역시 이번 입찰과 관련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하고 다각도로 긍정적인 검토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특허권을 잃었던 곳, 획득에 실패했던 곳은 물론, 심지어는 입찰에 성공한 곳까지 참여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솔직히 (특허권 입찰 공고가) 다시 언제 날지도 모르는 상황인데 신청 안할 곳이 어디있겠느냐"고 전했다.
정해진 입찰 주기나 시기 선정 기준이 없는 데다 신규면세점이 자리를 잡기도 전에 추가 입찰 공고가 나면서 업계 불확실성을 야기했다는 지적이다. 기업들이 정말 필요해서가 아닌 일단 특허를 따내는 것에 의미를 두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 역시 "지금처럼 제대로 된 기준이 없고 선정 기준과 선정 방식 등이 수시로 바뀌게 된다면 계속 업계가 혼란에 휩싸일 것"이라며 "특허권을 빼앗았다가 경제적 손해가 발생하자 특정 업체에 다시 특허를 주기 위한 방침을 급히 세운 것 아니냐는 낭설까지 나오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실제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추가 입찰 공고가 사실상 특정 업체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는 등 이번 관세청 조치를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 2013년 관세법은 면세 사업권의 특허기간을 10년에서 5년으로 줄이고 갱신방법도 자동에서 경쟁입찰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해 개정됐다. 당시 백화점 등과 달리 직접 물건을 구매해 관리하는 면세 사업 운영에 5년은 너무 짧다는 반발이 나오기도 했다. 결국 지난해 관세청이 롯데와 SK네트웍스의 특허권을 거둬들이면서 면세점은 '5년 시한부 사업'이라는 꼬리표를 달게 됐다.
이 가운데 1년도 안 돼 관세청이 다시 신규 발급 카드를 꺼내든 것을 도저히 이해할수 없다는 게 업계 반응이다. 관세청은 추가 발급 입찰 검토 당시 드라마 '태양의 후예' 이후 한류 열풍이 다시 거세지면서 관광객이 증가하고 있고 이에 따라 출혈경쟁 등 문제가 일어날 가능성이 낮다는 논리를 펼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중국 정부가 국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배치에 반발, 경제보복 가능성까지 내비치면서 중국인관광객 감소가 현실화될 우려에 처했다. 신규 입찰 공고에 기존 면세점에 입점해있던 브랜드들이 잔류를 택하면서 신규면세점 입점에 적신호가 켜진 것도 악재로 작용했다.
이에 따라 신규면세점들은 줄줄이 적자를 내고 브랜드 유치와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처럼 업계 전체가 혼란에 빠진 상황이지만 관세청은 또 한번 이해하기 어려운 지침을 내려보냈다. 출국일 기준으로 한 사람당 가방과 시계를 합산해 10개 이내, 화장품과 향수는 브랜드별 50개 이내로만 구매 수량을 제한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조치의 이유는 일명 '중국 보따리상 사재기'를 막기 위함이다. 일부 보따리상이 국내 면세점에서 물건을 대량 구매해 중국으로 돌아가 자국에서 불법적으로 유통, 큰 이득을 얻는 것을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관세청은 화장품 등 관세가 적용되지 않는 국산품은 공항에서 인도받지 않고 시내면세점에서 바로 수령하는 점을 악용, 대리구매로 국내 사업자들이 넘겨받아 차익을 챙기는 편법을 바로잡으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재 이미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등에서 구매개수 제한을 시행하고 있었고 정작 구매제한이 시행되면 피해를 입는 곳은 중소·중견기업들이라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관세청은 "업체별 의견이 달라 보완 중"이라며 한발 물러섰다.
이처럼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기준 탓에 관세청의 정책 시행이 '오락가락 정책'이라는 비판 도마에 오르면서 한동안 업계는 혼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관세법 개정과 관세청 개입이 오히려 업계에 혼란을 주고 있다"며 "원래 경쟁력이 없는 곳은 오래 사업을 유지하기 어려운 만큼 아예 시장에 맡기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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