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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국회는 드디어 동물국회?…한밤의 의장실 점거


입력 2016.09.02 06:17 수정 2016.09.02 06:18        장수연 기자

정 의장·새누리 의원들, 정기국회 개회사 사과 놓고 대치

"술 마셨어?" "카메라 다 들어와!" 고성에 멱살잡이까지...

1일 저녁 새누리당 의원들이 국회 본청 국회의장실을 방문해 정세균 국회의장의 발언과 관련해 강하게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 의장·새누리 의원들, 정기국회 개회사 사과 놓고 대치
"술 마셨어?" "카메라 다 들어와!" 고성에 멱살잡이까지...

국회선진화법 시행 이후 찾아보기 힘들었던 국회 내에서의 몸싸움이 20대 국회의 정기국회 첫날부터 벌어졌다. 새누리당 국회의원 50여명은 1일 밤 국회의장실을 찾아 정세균 의장의 개회사에 대해 집단 반발했다. 항의 과정에서 정 의장을 향한 새누리당 의원들의 고성이 쏟아졌으며 의장실 관계자와 여당 의원들 사이에 멱살잡이 등 몸싸움까지 벌어져 아수라장을 방불케했다. 정작 당사자인 정 의장은 한마디의 유감 표명없이 묵묵히 비난을 듣기만 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새누리당 의원들은 의장 비서실장을 비롯한 의장실 직원들의 저지를 뚫고 의장실을 점거했다. 먼저 들어가있던 원내부대표단 사이에서 고성이 발생했으며 뒤이어 재선 이상의 중진 의원들도 대거 의장실로 입장했다. 한선교 의원은 내부 상황을 둘러보고는 밖에서 대기하던 취재진을 향해 "카메라 다 들어와!"라고 외치며 문을 열었다.

이때부터 소란이 빚어졌다. 의장실 안으로 들어가려는 새누리당 의원들과 취재진, 저지하려는 의장실 관계자가 뒤엉켜 좁은 문으로 여러 사람들이 밀리듯 들어가기 시작했다. 내부에는 정 의장이 홀로 의자에 앉아 있었으며 새누리당 의원들이 정 의장을 빙 둘러싸고 고성을 지르고 있었다.

정 의장은 이날 정기국회 개회사에서 사드배치 반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사퇴, 고위공직자 비리 전담 특별수사기관 신설 등을 언급했고, 새누리당이 이에 강력 반발해 본회의가 파행되면서 추가경정예산안 등이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정 의장에게 사과를 요구하다가 사과 의사가 없다면 사회권을 국회부의장에게 넘길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 의장실 관계자는 고성을 지르는 새누리당 의원을 향해 "지금이 어느 때인데 술을 마시고 의장실에 들어와! 나가라!"며 그를 밀어냈지만 해당 의원은 "술을 한 방울도 안 마셨습니다"라고 버텼다. 이 와중에 김성태 의원은 정 의장에게 손가락질을 해가며 "대한민국 국회를 갖다가 이렇게 수모를 줄 수 있나"라며 "대한민국 국회가 의장님 혼자 국회입니까? 잘못을 했으면 사과를 하고, 사과를 하기 싫으면 사퇴를 해야지!"라고 의장직 사퇴를 촉구했다.

이에 김학용 의원이 "새누리당 의원들이 의총에서 있었던 일을 의장님께 말씀드리러 왔으니 차분하게 말씀해주세요"라고 중재하려들자 반대편에서 그 말을 듣던 한선교 의원은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뭘 차분히 하나!"고 소리쳤다. 박대출 의원은 "저희는 오늘 의장님이 하신 그 발언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습니다"라며 "의장님이 그리고 집권여당 의원들을 우습게 아니까 밑에 직원까지도 저렇게 행패를 부린다"고 비난했다.

정 원내대표도 정 의장을 향해 "오늘의 파행사태에 대해 의장님이 원인 제공을 하신 게 아닙니까"라며 "의원 개개인이 다 인격체고 판단능력이 있는데 책임감을 느끼셔야 한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이런 상태에서는 정상적인 대화가 이뤄질 수 없다"며 "여러번 여러분들의 말씀은 듣고 할 말은 했다"며 끝까지 기존 입장을 고수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 의장이 한마디를 할 때마다 비난은 수십마디가 쏟아졌다. 이완영 의원은 "정상적인 대화는 앞서 원내대표가 했잖아요! 했는데도 안 되지 않았냐"며 즉각 반발했다. 곧장 새누리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사회권을 부의장한테 넘기세요" "지금 의장님을 인정할 수가 없습니다" "신속하게 추경 처리할 수 있도록 하세요. 그게 의장님이 국민한테 해야할 도리입니다" 등의 말들이 터져나왔다.

결국 의장실 항의 방문은 새벽 1시가 돼서야 마무리됐다. 정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의장께서 오늘 새누리당 의원들의 얘기를 진지하고 무겁게, 충분히 검토하셨다"며 "듣고 보니 생각이 또 많이 들었다며 오늘 밤 심사숙고해서 내일 오전 10시에 수습책을 이야기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정 의장을 상대로 장시간의 발언을 마친 새누리당 의원들은 "수고했다" "잘했다"는 말을 주고 받으며 서로를 격려하기도 했다.

장수연 기자 (telli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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