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나선' 이재용, 삼성 승계 공식화..."책임경영"
등기이사 선임 9년 만...내달 주총에서 의결
이건희 회장 장기 부재 ·최근 배터리 문제 등 영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등기이사로 선임된다. 이는 '사실상 부재'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뒤를 이어 삼성그룹을 이끄는 후계자로서 지위 승계를 대내외적으로 공식화하는 의미를 갖는다. 이 부회장이 1991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이후 25년만에 실질적인 최고경영자에 오르게 된 것이다.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 등기이사로 선임된 것은 지난 2007년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난 이후 9년만이다. 특히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를 대표하는 최고경영자로서 전면에 나선 것은 갤럭시노트7 배터리 문제로 위기에 봉착한 삼성전자를 구하기 위해 책임경영과 정면돌파로 직접 사태를 수습하려는 의지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12일 개최된 이사회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 건을 주주총회 안건으로 채택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이 안건과 함께 공시한 프린팅사업부 분할 매각건을 처리하기 위한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결의했다.
내달 열리는 임시주총에서 이 부회장이 이사로 선임되면 당일부터 등기이사로서의 직무를 수행하게 된다. 이 부회장이 등기이사로 선임되면 지난 2007년 등기이사에서 물러난 지 9년만에 다시 이사회의 일원이 된다.
이건희 회장은 지난 2008년 삼성전자의 등기이사 및 대표직에서 사임한 이후 삼성전자의 등기이사를 맡지 않았었고, 시민단체들은 책임경영을 이유로 이 회장이나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직 등재를 여러 차례 요구해왔었다.
2014년 이 회장이 쓰러진 이후 사실상 삼성그룹의 경영을 책임져왔던 이 부회장이 부친의 장기공백을 더 이상 방치 하기 힘든 상황에서 등기이사직을 맡게 된 것으로 해석된다.
2012년 삼성전자 부회장으로 승진한 후 자동차 전장사업과 바이오헬스 사업에 힘을 쏟은 이 부회장은 지난해엔 삼성문화재단과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장을 맡아 이건희 회장의 뒤를 잇는 승계작업도 속속 진행해왔다.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의 이사 선임 배경에 대해 "급변하는 IT산업환경 속에서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과감하고 신속한 투자와 중장기 성장동력 확보 등 장기적 안목을 바탕으로 한 전략적 의사결정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이사회는 이러한 사업환경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이재용 부회장이 이사회 일원으로서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맡을 시기가 됐다고 판단해 등기이사 추천을 추진해 왔다"고 밝혔다.
이사회는 이 부회장이 이미 최고운영책임자(COO)로서 수년간 경영전반에 대한 폭넓은 경험을 쌓았다고 평가했다. 부친인 이건희 회장 와병 2년간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실적반등과 사업재편 등을 원만히 이끌며 경영자로서의 역량과 자질을 충분히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등기이사 선임을 계기로 와병중인 아버지인 이건희 회장의 뒤를 이어 공식적인 삼성의 최고경영자의 자리에 오르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사회도 이 부회장의 이사 선임이 회사의 글로벌 위상을 더욱 강화하고 기업가치를 제고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사회는 “변화무쌍한 IT 사업환경 아래 미래 성장을 위한 과감하고 신속한 투자, 핵심 경쟁력 강화를 위한 사업재편, 기업문화 혁신 등이 지속 추진돼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 부회장의 이사 선임과 공식적인 경영 참여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데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내달 열리는 임시주총에서는 이 부회장의 이사 선임에 맞춰 경영지원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이상훈 사장(최고재무책임자·CFO)이 이사직을 사임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이사회는 사내이사 4명, 사외이사 5명의 현 체제를 유지하게 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프로필]
- 1968년생
- 1987년 경복고등학교 졸업
- 1992년 서울대학교 동양사학 학사
- 1995년 게이오기주쿠대학교 대학원 석사
- 2000년 하버드대학교 경영대학원 경영학 박사과정 수료
<경력>
- 1991년 삼성전자 총무그룹 입사
- 2001.03 ~ 2003.01 삼성전자 경영기획팀 상무보
- 2003.02 삼성전자 경영기획팀 상무
- 2004 ~ 2007.01 에스엘시디(S-LCD) 등기이사
- 2007.01 ~ 2009.12 삼성전자 전무
- 2009.12 ~ 2010.12 삼성전자 최고운영책임자(COO·부사장)
- 2010.12 ~ 2012 삼성전자 COO(사장)
- 2013.01 ~ 삼성전자 부회장
- 2015.05 ~ 삼성문화재단 및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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