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청년수당은 졸속행정" 박원순 "시범사업"
<안행위>박원순, 시장직 내려놓고 대선출마? "여러 고민 중" 즉답 회피
박원순, 시장직 내려놓고 대선출마? "여러 고민 중" 즉답 회피
4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열린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서울특별시 국정감사’에서 중앙정부와 마찰을 빚고 있는 청년활동지원사업(청년수당)이 또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무엇보다 고액 연봉을 버는 가정의 자녀에게 청년수당이 돌아가는 등 정책 대상자 선정 과정에서의 허점이 불거지자 박원순 서울시장은 ‘시범사업’이라고 일축했다.
이날 여야 의원들은 박원순 시장의 정책 브랜드로 꼽히는 청년수당을 놓고 창과 방패가 돼 치열한 논전을 펼쳤다. 여당 의원들은 청년 일자리 관련 정부 지원책인 취업성공패키지와 중복되는 문제를 비롯해 청년수당 지원심사 기준의 부실함 등을 지적했고, 야당 의원들은 지방정부에 대한 중앙정부의 과도한 개입이라며 막아섰다.
서울시 청년수당은 서울에 1년 이상 거주한 만19~29세 미취업 청년(근무시간 30시간 미만) 가운데 가구소득·미취업기간·부양가족 수 등 경제·사회적 조건과 지원동기·활동목표·활동계획 등을 평가해 별도의 선정심사위원회에서 3000명을 선정, 매월 50만원씩 최장 6개월간 현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하지만 최근 서울시 청년수당 수혜자 중 연봉 2억 원 이상 고소득 가정 출신이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지난달 8일 서울시의회 이숙자(새누리 서초2) 의원에 따르면 청년수당 지급자 가운데 동작구에 사는 27살 A 씨 부양자는 월평균 건강보험료 53만 원을 냈고, 강북구 거주 25살 B 씨 역시 부양자의 건강보험료가 53만 원이었다. 건강보험료는 직장 가입자 기준으로 월 보수의 3%가량을 내기 때문에 이들 가정의 연 소득은 2억 원이 넘는 수준이다.
이와 관련 여당의원들은 청년수당의 부적절성을 집중 지적하고 나섰다. 장제원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7월 27일 지원대상을 심사할 때 3300명을 6시간 반 동안 심사했는데, 이는 1명당 42.5초 만에 심사를 한 것”이라면서 “지원서 3300개가 42초 만에 탈락되고 말고가 결정되는 것은 졸속행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원 대상자로 선정되려면 가구소득이 중요한데, 부모 소득이 연 7000만원~2억 원인 중산층 가정 자녀들이 요리학원, 단기알바, 자기계발을 명목으로 청년수당을 받았다”면서 “고액 연봉을 받는 부모님 밑에서 ‘가족의 일부로서 소명을 다하고자’ 하는 활동목표를 보고 청년수당을 지급한 것이야말로 졸속행정”이라고 거듭 비판했다.
이에 박 시장은 “기존 통계자료를 정량적으로 활용하다보니 예상보다 긴 미취업 현실을 반영하는 사례도 있었고, 지적한 부분도 있었다”면서 “이번 사업은 시범사업으로 설계한 것으로, 그런 사례들을 확인했고 시정할 생각”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도 “청년수당 지원사업 취지는 여전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같은 당 황영철 의원도 미리 배포한 자료를 통해 “현금지원이 수반될수록 지원조건이 더욱 엄격해져야 한다”면서 “서울시가 청년수당 지급을 정책적·행정적 검증 없이 지나치게 급하게 추진하다 보니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다수 어려운 처지에 있는 청년들의 사정이나 청년수당의 당초 취지가 퇴색되지 않도록 명확한 기준에 따른 꼼꼼한 수혜 대상 선정이 우선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같은 당 강석호 의원도 자료를 통해 “청년수당은 청년과 같이 근로능력이 있는 계층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구직활동이나 취업역량강화를 위한 교육훈련에의 참여를 전제로 지원해야 하는 고용정책의 원칙에 어긋난다”면서 “서울시가 미취업 청년들에게 청년수당을 지급한 건 명백한 불법으로 폐지돼야 마땅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아울러 더불어민주당 김영호 의원이 서울시 청년수당과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추진하는 청년수당과의 차이를 지적하며 “남 지사는 바우처나 카드로 후지급하는 제도이기 때문에 청년수당과 다르고, 박 시장에게 청년수당이 잘못 쓰일 수 있다고 조언하고 싶다더라”라고 전했다.
이에 박 시장은 “본질은 다르지 않다고 본다”면서도 “청년들이 상황이 어려워서 청년수당을 지급하자는 것인데, (경기도의 청년구직 지원금처럼) 먼저 빚을 내서 쓰도록 하는 방식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청년들이) 남 지사의 제안을 들으면 웃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이날 국정감사에서는 박원순 시장의 대선 출마 여부가 화두로 오르기도 했다. 박 시장은 대선출마 여부와 관련 여야의원들의 질문세례에 “나라가 어려운데 유력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고민하는 것이 당연하다”면서도 “이런 일은 혼자 결정할 일이 아닌 시대의 요구, 국민의 부름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또한 대선 출마시 시장직을 내려놓겠냐느 국민의당 이용호 의원의 질문에는 “서울시장이란 자리가 그렇게 가벼운 자리가 아니라 생각한다”며 “여러가지 고민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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