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준, 입국 포기하고 ‘영원한 청년’ 되려하나
홍콩에서 활동 중인 미국인 연예인 스티브 유(한국명 유승준) 씨의 한국행이 또 무산됐다. 지난 9월 30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재판장 김용철)는 입국 금지 상태인 유 씨가 ‘비자 발급 거부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취지로 한국 정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유 씨의 패소 판결했다. 유 씨는 지난해 9월 미국 LA 소재의 한국 총영사관에 재외동포 비자(F-4)를 신청했지만 거부당했고 이에 비자를 발급해 달라며 한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그렇지만 재판부는 “유 씨가 공익요원 소집 기일이 임박한 시점에 출국해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 점 등을 감안할 때 미국 시민권 취득의 목적이 병역 기피를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유 씨의 패소를 결정했다.
유 씨의 한국 입국 시도는 지난해 5월부터 본격화했다. 한 인터넷 방송을 통해 생방송으로 심경을 고백하며 한국 입국을 허락해달라며 대중에 호소한 것. 당시 생방송은 한국 사회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 모았으며 ‘스티브 유 입국 반대’와 ‘유승준 입국 허용’을 두고 어느 정도 사회적인 논의가 이뤄지는 계기를 마련했다.
여론 몰이 이후 유 씨는 재외동포 비자(F-4)를 신청하며 공식 절차에 돌입했지만 결국 거부당했다. 이에 소송에 돌입했지만 한국 법원 역시 유 씨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유 씨가 오랜 기간 입국 금지 상태였음에도 또 다시 입국이 허용되지 못한 결정적인 이유는 아무래도 괘씸죄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가 유승준이라는 이름으로 한국 가요계에서 활동할 당시 군에 입대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으며 이로 인해 ‘아름다운 청년’이라 불렸음에도 돌연 미국으로 떠나 미국 시민권자 스티브 유가 돼 버렸기 때문이다. 병역 기피를 위해 미국 시민권자가 된 부분 자체도 한국 사회에선 엄청나게 중요한 부분임에 분명하지만 그의 군 입대 약속이 대국민 거짓말이 돼 대중이 이에 분노해 그에게 괘씸죄가 있다고 바라보고 있다는 부분이 더욱 결정적으로 보인다.
유 씨 역시 이런 부분을 알고 있었고 지난해 생방송 과정에서 그 부분에 대한 해명을 했다. 우선 해병대 홍보대사에 대해 유 씨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금연 외에는 다른 홍보대사를 한 기억이 없다. 만약 회사에서 한 것이라면 너무 바빠서 그 상황을 몰랐을 것이고, 일단 제 기억에는 없다”고 해명했다.
‘아름다운 청년’이라는 호칭은 그가 군 입대에 대한 명확한 의지를 밝히면서 얻어진 것이다. 그가 한창 한국 가요계에서 활동하던 시절은 90년대 후반으로 당시 한국 사회에서 병역 문제는 매우 중요한 화두였다. 특히 97년 대선에서 당시 신한국당 이회창 대통령 후보의 아들 병역 문제가 불거진 것이 사회적으로 엄청난 이슈가 되기도 했었다. 이로 인해 군 면제를 받은 연예인을 중심으로 한 논란도 가열되고 있는 분위기에서 유 씨는 군 입대 의지를 명확히 밝혔고 이에 감탄한 대중은 그를 ‘아름다운 청년’이라 부르며 열광했다. 그런데 유 씨가 지난 해 생방송에서 들려준 비하인드 스토리는 사뭇 충격적이었다.
“제가 한창 ‘열정’으로 활동할 때부터 군대 이야기가 나왔다. 처음 기사가 나오게 된 것은 집으로 올라가려는 찰나에 숲에서 기자가 튀어나오더니 사담으로 ‘너 군대 가야지? 몸도 좋고 체격도 좋고 바로 해병대 가도 되겠구나’ 이러셔서 ‘군대 가야죠’라고 대답했다. 다음 날 제가 해병대에 자진 입대한다고 신문 1면에 났다. 그 이후 방송이나 라디오에서 계속 질문을 받았다. 주변에서 군대 가기로 한 결정 축하도 해주고 그랬다. 제가 생각해보고 결정 내린 것이 아닌 상황에서 그렇게 보도가 나와, 그 이후부터는 군대 간다고 했다.”
사실 유 씨의 얘기가 어느 정도 이해가 되고 납득이 가기도 한다. 90년대 후반 한국 연예계의 중심은 가요계였다. 엄청난 음반 판매량을 바탕으로 가수들이 전성시대를 누렸으며 가요기획사가 전성기를 누리던 시절이다. 당시 가요기획사들은 엄청난 마케팅 전력을 쏟아내기도 했으며 그 과정에서 연예인 본인의 의지와는 무관한 내용이 홍보 마케팅에 활용되기도 했다. 유 씨의 경우 해병대 홍보대사는 당시 그가 출연하려다 무산된 영화와 관련이 있다. 당시 영화 <제인슨 리>에 주인공으로 출연이 확정됐던 유 씨는 출연 확정을 홍보하는 과정에서 해병대 홍보대사가 된다는 내용도 알려졌다. 결국 해당 영화는 제작이 무산됐다. 당시 유 씨는 전혀 그 사실을 몰랐음에도 소속사와 영화사가 그런 내용을 홍보했을 수 있다.
군 문제 역시 당사자인 유 씨는 크게 고민해보지 못한 상황에서 언론이 이 부분에 관심을 보이면서 다소 끌려간 측면이 있을 수 있다. 이로 인해 대중 호감도가 급상승하는 것을 소속사 역시 마다할 이유가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유 씨는 아름다운 청년이 됐으며 그로 인해 더 엄청난 인기를 누리게 됐다. 연예인에게 인기란 곧 엄청난 수익 창출을 의미하는 만큼 ‘아름다운 청년’이라는 호칭은 유 씨에게 엄청난 인기와 부를 가져다주었을 것이다.
‘열정’이 발표된 것은 1999년으로 이즈음 ‘아름다운 청년’이라는 호칭을 얻은 그는 세기말에 최고의 인기를 누리다 2002년 1월 돌연 미국으로 떠난 뒤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그리고 2015년, 그러니까 ‘아름다운 청년’이 된 지 16년여 만에 그 호칭은 본래 자신의 것이 아니었음을 사실상 고백하며 한국 입국을 허락해달라고 얘기했다. 그럼에도 1년 뒤 한국 법원은 유 씨의 한국 입국을 허락하지 않았다.
지난 해 생방송을 통해 유 씨가 심경고백을 하자 국내 여론은 ‘스티브 유 입국 반대’와 ‘유승준 입국 허용’로 엇갈렸다. 여전히 입국 반대 의견이 더 많았지만 입국 허용에 동의하는 의견도 크게 늘었다. 당시 이를 두고 사회적인 논의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가장 쟁점이 된 부분은 바로 유 씨의 진정성이었다. 그가 다시 한국에 돌아오려 하는 이유에 대한 진정성이 무엇이냐에 따라 입국 금지와 허용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던 것.
그런데 유 씨는 한국 법원의 결정이 있기 전에 스스로 한국 입국을 포기하는 듯한 행보를 취했다. 유 씨가 지난 9월 12일 자신의 SNS 웨이보에 “여러분 내가 지금 뭐 하는지 맞혀봐요”라는 메시지와 함께 해변에서 찍은 사진을 공개했다. 함께 공개한 사진도 있는데 거기서 더 눈길을 끄는 부분은 상의를 탈의한 유 씨가 아닌 그 옆에 놓인 의자에 적힌 문구다. 거기엔 ‘영원한 아름다운 청년 유승준’이라 적혀 있다.
지난 해 생방송을 통해 ‘아름다운 청년’이라는 호칭을 사실상 반납한 그가 다시 그 호칭을 사용했다. 게다가 ‘영원한’이란다. 다신 반납하지 않겠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그렇다면 이미 법원 결정에 앞서 ‘한국 입국’이 아닌 ‘아름다운 청춘’을 선택하겠다는 본인의 의지를 드러낸 것일까. 게다가 ‘영원한’이란 표현이 더 이상 한국 입국을 시도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일까.
물론 그런 의미는 아닐 것이다. 단지 팬들과 소통한다는 의미로 사진을 올렸으며 별다른 의미 없이 ‘영원한 아름다운 청년’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을 뿐일 것이다. ‘아름다운 청년’이라는 호칭이 자신이 염원하는 ‘한국 입국’과 어떤 상관관계로 해설될 수 있는 지를 두고 깊은 고민은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유 씨 측은 항소를 고민 중이라고 알려져 있다. 항소는 유 씨 본인의 법적 권리인 만큼 개인이 내릴 수 있는 결정이다. 그렇지만 이제는 보다 깊이 고민해야 할 사안이 더 많아졌다는 부분도 다시 한 번 되새겨야 할 것이다. 군 입대를 약속한 발언이 대국민 거짓말이 아니었다면 스스로 ‘아름다운 청년’이라는 호칭도 내려놓아야 한다. 그렇게 진정성을 먼저 보이는 것이 한국 국민들의 여론을 조금이나마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