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면세점 정책에 업계는 고육지책

김영진 기자

입력 2016.10.06 15:09  수정 2016.10.06 17:11

신규면세점 반대했던 신세계·HDC신라 '출혈경쟁'에 오히려 뛰어들어

지난 3월 16일 서울 반포 서울지방조달청에서 열린 '관광산업 발전을 위한 면세점 제도개선 공청회'에 신규면세점 5사 사장단이 참석했다. 사진 왼쪽부터 권희석 SM면세점 대표, 성영목 신세계디에프 대표, 양창훈 HDC신라면세점 대표, 황용득 한화갤러리아 사장, 이천우 두산 부사장. ⓒ연합뉴스
"신규면세점 추가 허용에 반대하고 행정소송까지 불사하겠다고 말한 분들이 웃으면서 특허신청서를 직접 제출하러 오셨네요."

지난 4일 서울 논현동 관세청 서울본부세관에 양창훈 HDC신라면세점 대표와 성영목 신세계디에프 대표가 신규면세점 특허신청서를 직접 제출하는 것을 보고 업계 관계자가 한 말이다.

이 관계자는 "HDC신라면세점과 신세계디에프(신세계면세점)는 서울 시내면세점 추가 허용에 반대하고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고 밝힌 장본인"이라며 "이런 말을 한 사람들이 막상 신규면세점이 나왔을 때 또 다시 참여하는 것은 '내가하면 로맨스, 남이하면 불륜'과 뭐가 다른 것이냐"며 비판했다.

실제 지난 3월 14일 HDC신라면세점과 신세계디에프, SM면세점, 갤러리아면세점, 두타면세점 등 신규면세점 대표들은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관에서 회동을 가지며 정부의 신규면세점 추가 허용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냈다. 심지어 이들은 업계 전체의 공멸을 불러올 수 있다며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아울러 이들은 "추가 면세점 출점이 허용되면 출혈경쟁이 심해져 국내 면세점 산업 전체가 위기를 맞는다"고도 표현했다.

지난 3월 16일 서울지방조달청에서 열렸던 면세점 제도개선 공청회 자리에서도 이들은 나란히 앉아 면세점 추가에 반대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정부가 서울 시내 신규 면세점으로 대기업 3곳을 추가로 허용하겠다고 발표하자 HDC신라와 신세계는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뒤집고, 특허신청서를 제출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취했다.

HDC신라와 신세계의 이같은 행보는 기업의 탓도 있지만 정부의 오락가락 면세점 정책 탓이 컸다.

정부는 지난 3월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를 4개 추가하면서 "2015년 서울지역 방문자가 직전년도 대비 88만명 증가해 특허 요건을 충족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전혀 달랐다. 문화체육관광부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정책위의장에게 제출한 '2015년 기준 관광동향에 관한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지역 방문객이 2014년(1141만8000명)보다 8.8% 감소한 1041만3000명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누구를 위한 것인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면세점 특허 4개를 추가하기 위해 무리수를 뒀다는 해석이다.

현재 신규 면세점들은 시장에 완전히 안착한 상태가 아니다.

올 상반기 HDC신라는 945억원 매출에 8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고 신세계 역시 218억원 매출에 175억원의 영업적자를 봤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신규면세점에 또 다시 뛰어든 배경은 '바잉파워'와 '기회' 때문이다.

면세점 시장 역시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는 곳이다. 점포가 많을수록 바잉파워를 키울 수 있고 영향력 역시 커지는 것이다. 또 향후 신규면세점 추가 특허가 나오기 쉽지 않다는 점 역시 이들이 이번 경쟁에 뛰어든 배경이기도 하다.

오락가락하는 면세점 정책 탓에 피해는 면세점을 영위하는 기업들이 지고 있는 실정이다. '출혈경쟁'을 우려하고 '국내 면세점 산업 전체 위기'를 논했던 기업들이 어느 날 갑자기 태도를 바꿔 출혈경쟁에 뛰어드는 모습을 보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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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진 기자 (yj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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