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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명패를 고집하는 국회의원은 9명 이유가...


입력 2016.10.09 07:02 수정 2016.10.10 09:33        장수연 기자

90% 이상이 한글명패 사용…새누리 소속 가장 많아

창의성·역사 단절 방지 등 한자 쓰는 이유도 다양

지난 4월 11일 국회에서 열린 제20대 국회 개원종합지원실 개소식에서 국회의원들에게 지급될 제20대 국회 국회의원 배지가 공개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한글반포 567주년을 맞는 한글날을 하루 앞둔 2013년 10월 8일 오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의장석의 명패를 한글날을 맞아 개헌이래 줄곧 써왔던 한문명패 대신 한글명패로 교체한 가운데 이병석 국회 부의장이 본회의 개회를 선언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90% 이상이 한글명패 사용…새누리당 소속이 가장 많아
창의성 향상·역사 단절 방지 등 한자 쓰는 이유도 다양


올해로 한글이 570돌을 맞았다. 1446년 10월9일 훈민정음 반포를 기념하는 한글날은 1990년 법정공휴일에서 제외됐다가 23년 만인 2013년 법정공휴일로 재지정됐다. 한 나라의 민의를 대변하는 기관인 국회의 모든 상징 역시 한글로 탈바꿈했다. 국회의원의 90% 이상은 국민의 대표 기관인 국회가 한글 사용에 앞장서야 한다며 명패를 한글로 바꿨다. 그러나 나름의 이유를 갖고 '이름만은 한자로 써야겠다'고 주장하는 의원들도 여전히 남아있다.

지난 1975년 이후 본회의장에는 한자로 '國'이라고 쓴 상징물이 걸려 있었다. 하지만 2014년 국회기와 국회 배지가 한글로 바뀐 데 이어 2015년에는 본회의장 상징물까지 한글로 교체됐다. 국회의원 배지는 4대 국회 때 한글로 바뀌었으나, 6대 국회에서 다시 한자로 바뀌었다. '국'자가 거꾸로 하면 '논'자가 된다고 해 국회가 논다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줄 수 있다는 취지라고 전해진다. 결국 한글 배지를 사용한 기간은 5대 참의원과 8대 국회 각각 2년에 불과하다.

13년 전에는 한자 대신 한글 명패를 쓰려던 의원들이 국회에서 쫓겨나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2003년 10월, 김성호 당시 통합신당 의원은 "국회의원이 개별적으로 돈을 내서 한글 명패로 교체하겠다는 것을 막을 권한이 누구한테 있나"고 호소하기도 했다.

국회 본회의장에 놓이는 명패는 의원 본인의 뜻에 따라 한글 또는 한자로 제작된다. 이같은 '명패자율제'는 16대 임기 말인 2003년 10월 당시 박관용 국회의장이 명패의 한글전용을 원한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요구를 절충해 수용함에 따라 시행된 것이다.

현재 20대 국회 300명의 국회의원 중 9명을 제외한 291명의 국회의원이 한글 명패를 사용하고 있다. 다만 동명이인을 구분하기 위해 사용하는 경우가 1명 포함됐다. 한자 명패를 쓰는 의원을 정당별로 살펴보면 새누리당이 8명(김광림·김성태·김세연·유재중·이은재·이헌승·정종섭·하태경 의원), 국민의당이 1명(정인화 의원)이고, 더불어민주당은 전원 한글 명패를 사용 중이다.

한자 명패를 사용 중인 의원들은 저마다 이를 고집하는 이유가 있었다.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한자와 한글을 대립시키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지적했다. 당내에서 북한, 중국 전문가로 통하는 하 의원은 "한자가 우리말이 아니라고 인식하는 경향이 있는데 한자는 동아시아 공용어였다"며 "조상들이 모두 한자어를 사용했는데 우리 세대에서 한자 사용을 중단한다면 역사의 단절으로도 볼 수 있다. 공동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억을 같이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헌법학자 출신인 정종섭 새누리당 의원도 한자 명패에 대한 뚜렷한 소신을 갖고 있다. 정 의원 측 관계자는 "대한민국 헌법 자체가 한자로 돼 있고, 한자로 써야만 우리말을 풍부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가 있다"고 말했다.

초선으로 국회에 처음 발을 들일 때부터 한자 명패를 사용했다는 김세연 새누리당 의원 측 관계자는 "우리나라 언어의 70% 이상이 한자어이기 때문에 순우리말만 가지고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이 많다. 이에 한자 병기에 대한 필요성을 느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으로서 평소에도 한자 교육의 중요성을 설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창의적인 사고를 하기 위해서는 조어 능력이 좋아야 하고, 조어능력은 표의문자가 가지고 있는 특성에 의해 향상된다"며 "한자 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간담회나 토론회도 여러차례 가졌다"고 밝혔다.

장수연 기자 (telli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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