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기로 베테랑, 마지막 배려 주어진다면?

데일리안 스포츠 = 이경현 객원기자

입력 2016.11.19 09:33  수정 2016.11.20 01:09

이병규-김병현-홍성흔, 사실상 은퇴 기로

물러설 시점 선택할 배려 주어져야 한다는 목소리

은퇴 기로에 내몰린 이병규(왼쪽부터)-김병현-홍성흔. ⓒ 연합뉴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슈퍼 스타들도 세월의 무게 앞에 장사가 없다.

한쪽에서는 FA 자격을 얻은 선수들이 100억 시대와 해외진출을 부르짖는 시대이지만, 세월의 흐름에 밀려난 몇몇 베테랑들에게는 은퇴와 현역 연장이라는 갈림길 사이에서 고뇌해야하는 추운 겨울이다.

야구팬들이라면 익숙한 이름의 스타 선수들이 올겨울 대거 선수생활의 기로에 섰다. LG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꼽히는 ‘적토마’ 이병규(42, 등번호 9번)는 올 시즌 1군 경기에서 단 한 경기에 출전하여 1타수 1안타에 그쳤다. 세대교체와 리빌딩을 선언한 2016년의 양상문 감독 체제에서 이병규의 자리는 없었다.

두산의 간판스타 홍성흔(40) 역시 상황이 비슷하다. 첫 번째 FA였던 롯데 시절(2009~2012년)을 제외하면 늘 두산의 유니폼을 입고 활약해왔지만 쟁쟁한 선수들이 넘쳐났던 올해는 고작 17경기 출전에 타율도 0.250(40타수 10안타)에 그쳤다. 가뜩이나 수비력이 약한 홍성흔은 사실상 지명타자 외에는 소화할 포지션이 없어서 기용폭이 제한된다.

최후의 메이저리그 1세대로 꼽히는 김병현(37, KIA)은 최근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됐다. KIA는 김병현의 고향팀이지만 올 시즌 아예 1군 경기에 단 한 차례도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그나마 이병규와 홍성흔이 2군에서는 좋은 성적을 올리며 경쟁력을 보여준 것과 달리, 김병현은 올해 퓨처스리그에서도 매우 부진했다. 스프링캠프부터 맹장 수술로 시즌 준비가 늦었고 8월 이후로는 아예 퓨처스리그 등판 기록도 없다. 전문가들은 김병현의 직구 구위가 이미 전성기에 비하여 현저히 떨어졌다고 평가한다.

선수들은 아직 현역 연장에 대하여 미련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흔히 그 정도 야구했으면 할 만큼 하지 않았느냐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지만, 평생을 바쳐온 직업을 내려놓는 것은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다. 오히려 한 시대를 풍미한 슈퍼스타들일수록 잘했던 시절의 추억과 자부심이 강하게 남아있어서 달라진 현실을 받아들이거나 포기하는 게 쉽지 않다. 실제로 슈퍼스타 출신 중에 소속팀과의 결별이 그리 원만만하지 않았거나, 은퇴 과정에서 감독-구단과 심각한 갈등을 빚었던 경우도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물론 구단 입장에서도 여러 가지 부분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작게는 선수의 팀 내 역할과 대우 문제에서 팀 전체적인 밸런스와 세대교체로 생각해야한다. 야구는 그나마 다른 종목에 비하여 팀에 오랫동안 프랜차이즈 스타를 우대하는 문화가 있지만 활용가치가 떨어지면 냉정하게 작별을 고해야하는 순간이 오기 마련이다.

지켜보는 야구팬들은 아무래도 아쉬움이 크다. 소속팀과 한국야구를 위하여 많은 업적을 남긴 선수들이라면 그에 걸맞은 존중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물론 가장 좋은 모양새는 오랫동안 열정을 바쳐온 구단에서 팬들과 함께 호흡하며 유종의 미를 거두는 것이겠지만, 만일 팀에서 자리가 없다면 다른 구단에서라도 현역 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적어도 쫓기듯 떠밀려 유니폼을 벗기 보다는 자신의 의지와 판단으로 은퇴 시점을 결정할 정도의 권리는 주어져야 한다. 이병규와 홍성흔, 김병현을 과연 다음 시즌에도 그라운드에서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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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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