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보약 같은 우즈베키스탄 ‘제2의 공한증’

데일리안 스포츠 = 이준목 기자

입력 2016.11.16 09:44  수정 2016.11.17 08:47

고비에서 만난 우즈벡에 극적인 2-1 역전승

중국에 이어 가장 좋은 상대전적...22년 무패

1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우즈베키스탄의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5차전에서 손흥민이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한국 축구가 다시 한 번 우즈베키스탄을 제물로 기사회생했다.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의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5차전에서 짜릿한 2-1 역전승을 거뒀다. 한국은 3승1무1패(승점 10점)를 기록, 우즈베키스탄(3승2패승점 9점)을 3위로 내려앉히고 2위로 올라섰다.

이로써 한국은 우즈벡과의 역대 전적에서 10승3무1패의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게 됐다. '공한증'의 원조로 꼽히는 중국(18승12무1패) 다음으로 좋은 전적이다. 한국은 지난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4강전에서 0-1로 패한 뒤에는 무려 22년 동안 무패 행진 중이다.

한국은 과거에도 고비마다 우즈벡을 상대로 승리, 기사회생한 경우가 많다. 2014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에서도 우즈벡과 한 조에 편성된 한국은 상대전적 1승1무로 우위를 점했고, 골득실에서 우즈벡을 앞서 간신히 월드컵 티켓을 잡았다. 홈에서 열린 7차전에서는 우즈벡의 자책골 덕에 신승하는 행운도 따랐다.

슈틸리케 감독 부임 이후에도 한국은 우즈벡과 3차례 맞붙어 2승1무의 우위를 이어가고 있다. 첫 대결이었던 지난해 아시안컵 8강전에서는 연장 접전 끝에 2-0으로 이기며 결승까지 진출했다. 그해 3월 국내에서 열린 친선전에서는 1-1로 비겼다.

우즈벡전은 한국축구의 최종예선 판도를 가늠할 수 있는 분수령이자, 슈틸리케 감독의 거취까지 좌우할 수 있는 ‘단두대 매치’로 평가받았다.

1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우즈베키스탄의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5차전에서 구자철이 역전골을 넣은 뒤 포효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날 경기에서 패할 경우 상위권과의 승점차가 5점 이상 벌어져 월드컵 진출이 멀어지는 상황에 놓인다. 최종예선 들어 연이어 부진한 경기력을 도마에 오르던 슈틸리케 감독은 우즈벡전마저 놓칠 경우 경질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한국은 전반 24분 수비진의 실수로 선제골을 허용했다. 답답한 템포와 부정확한 전진패스로 일관한 슈틸리케호는 전반 만회골을 넣는데 실패, 한 골 뒤진 채로 후반에 접어들면서 불안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경기 후반 장신 공격수 김신욱을 투입하며 반전에 성공한 한국은 남태희와 구자철이 연속골을 넣으며 뒤집는데 성공했다. 이전까지 최종예선 4경기에서 단 1골만 허용했던 우즈벡이 역전과 멀티골을 허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즈벡의 공한증 징크스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을 보여준 장면이다.

한국은 상대 전적에서 열세인 이란을 상대로 1974년 이후 테헤란 원정에서 한 번도 이겨 보지 못했다. 반면 중국과 우즈벡은 한국 원정에서 역시 한 번도 승리하지 못했다. 오랜 역사를 통해 형성된 천적 관계와 먹이사슬이 결코 단순한 우연이 아님을 보여준다.

전반까지만 해도 우즈벡에 승점 ·5점차까지 뒤질 수 있었던 위기는, 역전승과 함께 한국이 조 2위를 탈환하며 골득실 +1 상황에서 최종예선의 반환점을 돌게 됐다. 절체절명의 위기를 탈출한 슈틸리케호에게 후반기 도약의 실마리를 제공한 귀중한 승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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