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심 깊은 재계...'법인세·상법' 통과되면 투기자본만 웃는다
야권, 법인세 인상· 집중투표제 등 상법 추진
경제계 "시류 편승해 논의없이 통과하면 경제 악영향" 지적
재계가 ‘최순실국정농단' 사태로 어수선한 틈을 타 반기업정서를 확산시키면서 법인세율 인상안과 상법 개정안을 연내 처리하겠다는 야당의 움직임에 수심이 깊어지고 있다.
법안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토론없이 한쪽의 주장만을 담은 법안이 통과될 경우, 기업의 경영활동 침해 등 국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는 악법으로 치우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지적이다.
28일 재계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야권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누리과정 예산 확보와 법인세-소득세 인상을 함께 내걸었다.
당장 29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서 법인세율 과세표준 200억원이 넘는 기업에 대해 현행 22%인 법인세율을 평균 25%로 인상하는 방안을 세입 예산안 부수 법률안으로 지정해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새누리당과 기획재정부는 모두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경제계도 법인세를 중심으로 세율 인상 유보를 호소하고 있다. 경기가 나쁜 상황에서 법인세율을 인상하면 투자는 물론 세수와 일자리가 오히려 줄어드는 부메랑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본격적인 법인세 인상 논의를 앞두고 지난 25일 ‘법인세율 인상의 5가지 문제점과 정책대안’ 보고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야권에선 타협안으로 누리과정 예산 해결을 전제로 법인세나 소득세 인상을 미루는 이른바 ‘빅딜설’도 제기하고 있다.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4일 “정부와 새누리당이 누리과정 예산을 중앙정부 예산으로 배정해주면 올해 법인세율 인상을 양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 여당이 누리과정 예산의 중앙정부 지원을 받아들이면 법인세 인상을 양보할 수 있다는 의사를 드러낸 것이다.
이와동시에 야권은 감사위원 분리선출제과 집중투표제 등을 골자로 하는 상법 개정안도 추진할 태세여서 재계의 긴장감은 커지고 있다.
상법 개정안은 감사위원 분리선출제, 집중투표제, 다중대표소송제, 전자투표제 등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감사위원 분리선출제는 기업의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이사를 다른 일반 이사와 분리해 선임하는 것으로 대주주는 의결권이 3%로 제한된다. 대주주가 이사진 선임 과정에서 행사할 수 있는 영향력이 축소되는 반면 투기 자본은 3% 이하로 지분을 쪼개 의결권 제한 규정을 회피하는 방식으로 영향력을 키울 수 있는 부작용이 발생하게 된다.
또 상장사에서 2인 이상 이사 선임시 주주들이 주식 수와 선임 이사 수를 곱한 의결권을 갖는 집중투표제도 투기자본이 소액주주와 힘을 합쳐 사외이사로 진출할 수 있게 돼 기업 경영권을 위협할 수 있게 되는 취약점이 나타나게 될 전망이다.
모 회사 주주가 자회사 경영진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다중대표소송제도 경영진의 독립적인 경영판단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법인세율 인상과 상법 개정안이 현재 안대로 통과되면 투기자본에게 기업의 문을 열어주는 것과 마찬가지”라면서 “자유민주주의 경제체제에 부합하는 법안인지 의문”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법인세율 인상과 상법 개정안이 현재 안대로 그대로 국회를 통과하면 국내 상당수 기업이 경영 활동에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야당이 추진하는 상법 개정안은 다른 국가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제도들로 구성돼 있어 기업 경영 활동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감사위원 분리선출제를 도입한 나라는 한 곳도 없으며 집중투표제는 미국·일본·대만 등 여러 국가가 도입했지만 법으로 의무화한 나라는 러시아·멕시코·칠레 등 3개국에 불과하다. 또 다중대표소송제도 일본만 유일하게 채택하고 있다.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미 지난 2013년에 폐기됐던 법안들을 현재 시류에 편승해 제대로 된 논의 없이 다시 통과 시키려고 하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며 “기업들의 경영 활동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법안 처리 전에 보다 면밀히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