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도, 시민도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는 국회 앞
늘어선 경찰차벽에 시민들, “추워죽겠는데 끝도 없다”
늘어선 경찰차벽에 시민들, “추워죽겠는데 끝도 없다”
탄핵안 표결일 있는 9일 오후 국회 앞은 시장 통을 방불케 했다. 광화문에서의 친절한 경찰은 오간데 없었고, 시민들은 경찰과 굳게 닫힌 국회 정문 앞에 갇혀 우왕좌왕했다.
9일 오후 1시 30분부터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 등 시민단체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는 시민들 800여 명(경찰 추산)이 모여 “박근혜는 퇴진하라 박근혜를 구속하라”고 소리 높였다.
이에 경찰은 새누리당 당사가 있는 국회대로 맞은편에 경찰버스를 빽빽이 대고 상황을 주시했다. 1시 40분경 국회대로에 전국농민총연맹 ‘전봉준 투쟁단’의 트랙터 2대가 도착하자 경찰은 급히 경력을 증원하고 시민과 차량 통행을 통제했다.
주최 측은 “경찰들이 불법으로 길을 막고 있다”고 시민들에게 호소하며 “비켜라”를 연호했다. 시위대 내부에서 길을 막아선 경찰에게 과격한 행동을 하려는 시민도 있었지만, 같은 시위대에서 곧장 제지에 나섰다.
경찰 측은 많은 인파에 차도까지 내려온 시민들을 인도위로 올리기 위해 애썼다. 경찰은 확성기를 통해 “경찰도 자제하자. 서로 웃으면서 하면 좋지 않겠느냐”며 인도 앞에 폴리스라인을 설치했다. 또 트랙터를 향해서는 “트랙터 한 대로 인해 이렇게 많은 인원이 도로에 나왔다”며 “트랙터는 유턴해서 주차장으로 가달라”고 말했다.
경찰들이 인도에 폴리스라인을 설치하기 위해 시민들 사이에 끼어들자 한 시민은 “아니 경찰을 한쪽으로 모아놔야지 이렇게 시민들 사이에 경찰이 들어오면 애들이 다친다”며 “나중에 부결이라도 나면 여기 가운데 있는 경찰들 큰일나는데 어쩌려고 이러냐”고 강력히 항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내 경찰들이 밀어붙이기 시작하자 시민들은 폴리스라인 안쪽 인도로 밀려나고 트랙터는 1시간을 채 버티지 못하고 경찰에 견인됐다. 폴리스라인과 경찰 사이에 있던 시민들은 “아니 이 많은 사람을 어떻게 인도로 다 올리려고 하냐”고 우왕좌왕 했고, 이런 상황에 익숙한 취재기자들도 다급히 카메라를 들고 폴리스라인을 넘어 가며 당혹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휠체어를 타고 국회 앞으로 나온 임모 씨는 “나이가 들고 하반신 마비로 몸이 불편하지만, 티비를 보다가 대의(代議) 민주주의 하는 사람들에게 대의(大義)를 전하기 위해 나왔다”며 경찰이 밀어붙이는 모습에 “평화 시위하는 사람들을 이렇게 함부로 밀어붙이는 것이 경찰이냐 용역이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시위현장에서 벗어나는 것도 쉽지 않았다. 국회대로를 완전히 막아선 차벽에 이모 씨는 “추워서 카페에 가려고 하는데 걸어도 걸어도 차벽이 끝이 안 난다”며 “비상상황을 위해 통제하는 것도 좋지만 서강대교 입구까지 막아놓다니 해도 너무 한다. 광화문은 많이 해봐서 그런가 잘하더니 여의도는 경찰들이 길을 모르다보다”하고 쓴 소리를 했다.
한편, 탄핵을 찬성하는 보수단체들도 국회 앞에 도착했다. 새누리당 당사 앞에서 집회를 가지기도 하고 1인 시위를 하기도 했지만, 진보단체와 별다른 충돌은 없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