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는 새로운 판 짜는데…한국은 '시계제로'
미국 대통령 당선인 트럼프의 칼날이 결국 중국을 향했다. 당선 이후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하는 트럼프가 과연 누구를 시범 케이스로 삼아서 다그치게 될 것인지 많이 궁금했다. 독일일까? 아니면 중국일까? 혹시 우리나라는 아니겠지? 하면서 줄곧 지켜보았는데 이제 답이 나왔다.
트럼프는 타이완 총통 차이잉원과의 통화로부터 시작해서 연 며칠 중국에게 맹타를 가했다. 대만 총통과의 전화 통화는 중국에게 엄청난 충격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KBS의 해당되는 중국 CCTV 채널을 보면 중국과 타이완 관계에 대해 전문적으로 논의하는 '海峽兩岸(해협양안)'이란 프로그램이 있는데 매일 방영된다. 그러다 보니 늘 보게 된다.
이에 CCTV는 일제히 비난의 포문을 열기 시작하더니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대만해협 위기가 또 다시 발발할 것인가? 하는 우려, 만일 트럼프가 취임 후에도 타이완과 그런 접촉을 이어간다면 중국은 미국과 단교할 수도 있다는 경고가 터져 나오고 있다. 그야말로 호떡집에 불난 격이라 하겠다.
트럼프는 또 다시 강타를 던졌다. 트위터를 통해 중국을 건들었다. 중국이 위안화를 낮추고 남사 군도에 대규모 군사 시설을 짓고 있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비즈니스의 거물답게 트럼프는 강약 조절에 나섰다. 시진핑과 오랜 인연이 있는 사람을 주중 대사로 지명한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트럼프가 유화책을 선택한 것은 절대 아니다. 강약 조절을 해가면서 나오는 상대가 실은 상대하기가 가장 까다롭다는 사실이다.
최근 중국은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연일 위안화를 낮추고 있다. 절하폭이 워낙 커서 최근 들어선 어떤 경계선을 넘어선 느낌이다.
중국 위안화는 베이징 올림픽이 개최된 2008년 중반부터 2010년 중반까지 달러 당 6.83 정도를 유지하다가 그 이후 2013년 말까지 6.04 대까지 절상했다. 그러던 것이 그 이후 줄곧 절하되어 현재 6.91까지 대폭 절하되었다. 2008-2010년간의 6.83 대를 넘어선 것이다. 어떤 균형점을 넘어선 것이니 이건 심상찮은 일이다.
환율이 인상되다보니 달러 유출이 심해졌고 이에 중국 당국은 은행들에 대한 비공식 창구지도를 통해 해외 송금을 억제하고 있다. 위안화를 절하하는 것은 수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지만 달러 유출이 커진 결과 외환보유고 관리에 적신호가 켜졌기 때문이다.
중국은 갈수록 일이 꼬이고 있다. 통제가 되지 않는 그림자 금융으로 인해 부동산 가격 폭등을 불러 일으켰고, 남사군도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한 것이 더욱 문제가 되고 있다. 그 바람에 미국과 일본 관계를 친밀하게 해주었고 또 북핵 문제에 대해 어정쩡한 자세로 일관하다가 사드 미사일 배치를 초래했다.
부드러움으로 일관하던 오바마에 이어 이번엔 잽과 강펀치를 함께 구사하는 트럼프가 등장했으니 중국은 장차 그 대응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며칠 전 얘기했던 이탈리아 개헌 투표가 부결되었고, 당초 약속대로 렌지 총리는 즉각 사임했다. 사임하는 현장이건만 렌지는 씩- 웃으면서 준비해온 발표문을 읽었다. 저 친구 뭐 좋은 일이라도 있는 건가? 의아스러울 정도였다.
당장 파산 위기에 처한 이탈리아 은행들의 자본금 확충 작업이 난관에 봉착했다. 부실 자산이 무려 3750억 유로, 우리 돈으로 465조원씩이나 된다는데 저걸 어쩌려고 하는지, 도무지 모르겠다.
부결되었으니 일단은 기존 상황에 아무런 변화가 없다. 당장 큰 문제는 없다는 말이다. 하지만 내년 하반기가 되면 이탈리아 금융위기가 보다 악화된 형태로 변모해서 전 유로 지역과 글로벌 경제에 폭풍을 몰아올 것이다.
이제 곧 미국은 금리 인상을 시작한다 하고 나머지 세계는 몸살을 앓고 있다. 2017년 하반기는 이래저래 일이 많게 생겼다.
왜 일이 많은 것인가? 하는 질문을 해온다면 전 세계가 금융 위기 이후 새롭게 판을 짜고 있기 때문이라 대답하겠다. 다시 말하면 알게 모르게 거대한 튜닝(tuning) 작업이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장차 오랜 시간에 걸쳐 조율을 봐야 할 대목이 너무나도 많다는 말이다.
최근에 나온 IMF 보고서에 의하면 현재 전 세계 총 부채가 전 세계 연간 총생산액 즉 World GDP의 240%를 넘어서고 있다. 실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2000년 말 총부채는 180% 대 초반이던 것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210%로 급등하더니 계속된 양적완화로 해서 240% 이상으로 늘어난 것이다.
금융위기 직후 디레버리징, 부채감축이란 말이 나왔지만 양적완화로 인해 부채는 더욱 더 늘어난 것임을 알 수 있다. 참고로 좀 더 얘기하면 글로벌 경제가 이런저런 면에서 가장 좋았던 호시절은 1990년대 중반이었는데 당시 글로벌 GDP 대비 부채는 170% 수준이었다.
금리인상은 불가피하다. 그렇다면 과다한 부채를 줄이지 않고선 상황이 좋아질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느 선까지 부채를 줄여야 하는 것일까?
부채를 줄이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경제가 회복되어 GDP 자체가 늘어나는 방법이고 또 하나는 부채 자체를 줄이는 것 즉 디레버리징이다. 물론 바라는 바로는 경제 전체의 파이를 키우는 것이지만 당장은 그게 어렵다. 따라서 일단은 일정 수준까지 부채를 줄이는 방법밖에 없다. 그렇다면 현재 240% 수준의 부채를 180% 대까지 낮추어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부채를 줄이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바로 금리인상이다. 돈줄을 조이면 부채는 줄어들게끔 되어있으니 그렇다. 다만 문제는 향후 몇 년에 걸쳐서 줄이느냐 하는 것인데 바로 그 기간이야말로 글로벌경제의 감축조정이 이어지는 시간이라 볼 수 있다.
그렇다고 일관해서 줄곧 고금리 흐름으로 이어갈 순 없을 것이라 본다. 그랬다가는 글로벌 경제위기가 또 다시 발발할 것이니 그를 피하기 위해선 조이고 풀어주는 작업, 즉 금리인상과 인하 또 다시 인상하는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 본다.
그런 과정에서 글로벌 경제 전체는 물론이요 나라마다 많은 개혁과 변화를 거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승자와 패자가 새롭게 갈리게 될 것이라 볼 수 있다.
대표적으론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일종의 승부수인 셈이다. 미국은 기업가 출신의 아웃사이더 트럼프를 선택했고, 이번 이탈리아의 개헌 투표는 부결되었으니 또 다른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오스트리아는 대통령 당선이 예상되었던 극우파 후보가 패배했다. 프랑스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올랑드 총리가 이미 포기했다고 한다.
이제 그리스 문제는 문제도 아니게 되었으며, 유로가 과연 살아남을지 현재로선 지극히 불투명하다. 우리 대한민국은 이미 성장탄력성을 상실했으며 중국 또한 급속도로 성장 엔진이 식어가고 거품이 누적되고 있다.
그런 와중에 우리나라는 대통령이 탄핵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제 시계 제로의 상황으로 들어서고 있는 대한민국이고 대한민국 경제라 하겠다.
현 시점에서 신기한 것은 스페인 경제가 그런대로 순항 중이라는 점이다. 현재 스페인은 정부가 구성되어 있지도 않다. 하지만 테러 문제로 프랑스와 터키, 이집트로 향하던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대거 스페인으로 몰려드는 바람에 예상을 뒤엎고 스페인 경제가 괜찮다는 소식이다.
앞으로 2-3년 후면 글로벌 무대에서 승자 그룹과 패자 그룹이 확연하게 나뉘게 될 것이다. 물론 각 나라 안에서도 그럴 것이다.
글/김태규 명리학자 www.hohod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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