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새누리 주류, 무리한 요행심리인가? 탁월한 안목인가?


입력 2016.12.26 05:00 수정 2017.01.04 23:22        권혁식 정치부장(부국장) (kwonhs1234@dailian.co.kr)

침몰하는 '새누리호' 잔류를 택한 주류의 생존전략

내년 대선보다 '20년 21대 총선 겨냥, 상황 반전 기대

지난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새누리당 친박계 의원들의 주도로 열린 '혁신과 통합 보수연합 출범식'에서 공동대표를 맡은 김관용 경북도지사, 이인제 전 의원과 서청원, 최경환 의원 등 참석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새누리당 주류 진영이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지난 23일 한때 ‘저승사자’로 통했던 인명진 전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을 새로 출범하는 비대위 위원장으로 내정했다. 앞서 16일에는 원내대표 경선에서 주류 측 정우택 의원을 당선시켰다. 정 의원은 62표를 얻어 55표에 그친 나경원 의원을 7표차로 따돌렸다. 지난 9일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시 반대표 56표보다 6표가 늘어난 숫자다. 그럼에도 경선의 인물대결 측면을 감안하면 정 원내대표 쪽으로 넘어간 6표가 꼭 계파색을 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에 맞서 오는 27일 탈당을 예고한 신당 창당 세력은 34명 정도.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내년초 귀국에 맞춰 2차 탈당에 나설 충청권 및 중립지대 의원을 30명 가량으로 계산하면 새누리당 전체 128명 중 새누리호에 남을 만한 주류 의원은 50~60명 선으로 예상된다.

주류 측이 내년 대선에서 자파가 공천한 후보를 당선시킬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주류 내부에 존재감이 뚜렷한 대선 후보가 없는 데다, 반 총장의 합류 가능성도 기대 난망이기 때문이다. 일찌감치 정권 창출 가능성에서 멀어진 ‘불임정당’으로 전락할 위험도 있다.

그럼에도 이들이 주류 영역에서 벗어나지 않고 ‘진지 사수’로 기우는 이유는 무엇일까?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의리 때문인가? 지난 총선 때 친박 깃발을 흔들고 다녔던 족적 때문인가? 그것만으로 침몰하는 ‘새누리호’에 잔류를 택한 그들의 행태를 설명하기는 힘들 것이다. 정치인들도 ‘생명 유지’를 최우선 목표로 삼고 진로를 정하는 인지상정(人之常情)을 가졌기 때문이다.

주류 시선은 내년 대선 아닌 2020년 21대 총선 겨냥
그런 의미에서 주류 측의 시선은 내년 대선이 아니라 2020년 21대 총선을 겨냥하고 있다는 일각의 해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설사 내년 대선전에서 패배해 야당의 지위로 떨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받아들일 각오가 돼 있다는 것이다. 그보다는 총선에서 승리해 의원 임기 4년을 연장하는 게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선 주류에 대한 민심의 평가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선회해야 한다. 대통령에 대한 국민 여론도 호전되길 기원해야 한다. 앞으로 3년4개월 안에 무슨 변곡점이 찾아올 것인가?

정치권 상황은 가끔 예전에 경험했던 친숙한 장면처럼 기시감(旣視感)을 느끼게 할 때가 있다. 2000년 16대 총선 결과, 여당인 새천년민주당 의석수는 115석이었다. 2003년 11월 열린우리당 창당을 위해 당내 개혁신당파 40명이 탈당했다. 이듬해 4월 17대 총선에 임할 당시 동교동계 구주류 중심의 민주당 의원은 62명으로 4년 전 절반 수준이었다. 그마저도 총선전을 치르면서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을 맞아 참패하는 바람에 의석수가 9석으로 줄어들었다.

현재 새누리당 의석수는 128석, 1․2차 탈당을 거쳐 잔류가 예상되는 주류세력은 50~60명 선. 17대 총선 전야의 민주당 구주류 처지와 닮아가고 있다. 대통령 탄핵이 최대 정치현안인 점도 유사하다. 단지, 탄핵의 역풍이 분다면 2004년 당시에는 탈당파인 열린우리당에 호재였지만, 지금은 잔류파인 새누리당 주류에게 이득이 될 것이란 점이 다를 뿐이다.

탄핵의 역풍, 민심의 반전 포인트를 기다리며
탄핵의 역풍 포인트, 민심의 반전 포인트는 있을까? 있다면 언제인가? 1차적으로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안이 기각될 경우를 가정해 볼 수 있다. 중립적인 재판부가 설득력 있는 논리로 기각 사유를 밝힌다면 성난 민심도 상당부분 수긍하고 돌아올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다.

반대로 탄핵안이 인용될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절망은 아니다. 헌재 결정이 내년 중반에 나온다면 21대 총선까지 여전히 3년 가까운 시간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 사이에 박 대통령은 권좌에서 내려오고 새로운 정권이 들어설 것이다.

조기대선에서 만약‘정권 교체’가 이뤄진다면 박 대통령의 위상은 당장 김영삼 전 대통령이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전철을 밟을 것이다. 자파 진영 내에서 정권교체의 원인 제공자라는 비난과 원망을 들을 수 있다. 그럼에도 시간이 좀더 흘러 2020년에 접어들면 21대 총선은 새 정부의 ‘중간평가’라는 성격을 띄며 유권자들에게 다가가게 된다.

내년 '정권교체'시 2020년 총선은 '중간평가'…야당에 유리
역대 선거에서 정권 교체 뒤 중간평가는 늘 야당에 유리했다. 1998년 정권 교체 뒤 첫 전국선거는 2000년 4월 16대 총선. 여기서 야당인 한나라당은 대구․경북 27석을 몽땅 싹쓸이했고, 부산․울산․경남에선 38석 중 37석(97%)를 석권했다. 서울․인천․경기 97석 중에선 40석(41%)를 차지해 새천년민주당(56석 ․ 58%)과 엇비슷하게 나눠 가졌다. 양당의 전체 지역구 성적은 한나라당 112석, 민주당 96석으로 야당 승리였다.

노무현 정부를 뒤이은 이명박 정부의 경우 2010년6월 지방선거에서 중간평가의 저주를 피해갈 수 없었다. 기초단체장 선거결과를 보면, 서울․인천․경기 66석 중에서 야당인 민주당이 46석(70%)을 차지, 15석(23%)에 그친 한나라당을 압도했다. 한나라당의 텃밭인 영남권에서도 전체 70석 가운데 49석(70%)을 건지는 데 그쳤고 나머지 의석은 대부분 무소속이 차지했다. 양당의 전체 기초단체장 성적은 민주당 92석, 한나라당 82석으로 역시 야당 승리였다.

주류와 신당 간 '보수본류' 경쟁 예고
새누리당 주류가 2020년 총선에서 ‘중간평가’의 혜택을 누리려면 국민들로부터 ‘보수 본류’로서 인정받아야 한다. 최근 신당창당 세력과 보수 선명성 경쟁을 벌이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신당 참여 인사들의 면면을 감안하면 안보 정책 같은 데선 차별화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경제와 복지 분야에선 주류 측이 보수층을 상대로 호소력을 발휘할 여지가 있다.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고 했던 유승민 의원을 비롯해 ‘경제민주화’ 지지자들이 대거 신당 창당 대열에 합류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19대 대선에서 정권 재창출에 실패할 경우 보수 진영 분열의 책임을 신당 측에 물을 가능성도 주류 측 호재가 될 수 있다.

주류 입장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는 비주류 신당에서 공천한 대권후보가 '보수 정권 재창출'에 성공하는 경우다. 신당이 명실공히 보수원류의 자리를 차지함으로써 주류는 12년 전 새천년민주당 동교동계가 걸었던 가시밭길에 들어서야 한다. 특히 수도권 의원들 타격이 상대적으로 클 것이며 추가 탈당도 예상된다. 급기야 주류 측 몸집은 대폭 오그라들어 ‘영남당’ 혹은 ‘TK당’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이런 열악한 여건에서 총선 때까지 의지할 수 있는 최후 카드는 박 대통령에 대한 지역민심일 것이다. ‘선거의 여왕’이라는 화려했던 영예는 회복하지 못하더라도 ‘우리가 남이가?’ ‘같은 보리문디 아이가?’ 식의 ‘지역감정’만 꿈틀거려도 박 대통령이 구세주가 돼줄 수 있는 가능성은 남아 있다.

주류 중 대구·경북 의원 최다…최후카드는 '지역정서'
현재 새누리당 주류 진영에서 대구․경북 의원이 21명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TK 새누리당 의원 23명 중 유승민․주호용 의원만 신당행을 예고하고 있다. 서울․인천․경기 약 14명, 부산․울산․경남 약 16명에 비해 유난히 많은 숫자다. 대구․경북 의원들로선 여타 지역에 비해 더 많은 안전판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들의 ‘진지 사수’ 배경을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친박 주류, 그들은 너무 많은 요행을 바라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몇 년 앞을 내다보는 탁월한 안목을 가진 것인가? 두고 볼일이다.

권혁식 기자 (kwonhs1234@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권혁식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