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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상 갈등 일파만파…한일 외교전으로 비화


입력 2017.01.09 16:48 수정 2017.01.09 16:50        박진여 기자

아베 "한국 정권 교체돼도 실행돼야할 국가 신용 문제"

"한국 국정공백 틈타 외교적 실익 얻기 위한 노림수"

서울 종로구 중학동에 자리한 '평화의 소녀상'. ⓒ데일리안

아베 "한국 정권 교체돼도 실행돼야할 국가 신용 문제"
"한국 국정공백 틈타 외교적 실익 얻기 위한 노림수"

부산 일본 총영사관 앞 위안부 소녀상 설치를 둘러싸고 촉발된 한일 갈등이 외교 전면전으로 비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일 간 절충적 성격의 모호한 12·28 일본군 ‘위안부’ 합의 이행 과정에서 결국 소녀상 문제를 놓고 정면충돌한 모습이다.

부산 일본 총영사관 앞 위안부 소녀상 설치에 대한 항의로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일본대사와 모리모토 야스히로(森本康敬) 부산총영사가 9일 귀국길에 올랐다. 일본 정부가 부산 소녀상 설치 문제에 반발해 결정한 조치다. 나가미네 대사는 이날 출국길 김포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총영사관 앞 소녀상 설치 문제에 대해 “매우 유감”이라고 말했다.

지난 6일 일본 정부 대변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정례브리핑을 통해 “한국 시민단체가 부산영사관 앞에 소녀상을 설치한 것은 한일관계에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에 대한 항의표시로 주한일본대사와 부산총영사를 일시 귀국 조치하는 동시에 양국 간 경제 협력 논의를 중단하겠다는 조치를 내놨다.

우리 정부는 일본의 이 같은 조치에 유감을 표명하면서 양국 간 신뢰관계를 강조하고 나섰다. 외교부는 이날 대변인 논평을 내고 “일본 정부가 주부산일본총영사관 앞 소녀상과 관련해 결정한 조치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정부는 양국 간 어려운 문제가 있더라도 양국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한일관계를 지속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며 일본의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했다.

같은 날 오후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나가미네 대사를 서울 외교부 청사로 불러 약 한 시간가량 면담하기도 했다. 나가미네 대사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한 채 굳은 표정으로 외교부 청사에 들어섰다. 윤 장관은 소녀상 설치에 반발한 일본 정부의 조치에 항의하고 유감의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에도 ‘소녀상’ 갈등은 계속됐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8일 NHK 프로그램 ‘일요토론’에 출연해 “(2015년 말 한일 위안부 합의에 따라) 일본은 10억엔(약 103억원)의 출자를 이미 했다”며 “한국 측이 확실한 성의를 보이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서울의 일본 대사관 앞의 소녀상에 대해서도 같은 생각이라고 밝히며, 12·28 합의는 정권이 바뀌어도 실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외교부는 아직까지 공식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일일이 반응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현재 정부로서는 소녀상 설치를 지지하는 여론을 무시할 수도, 일본 정부와 전면전을 펼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미 관련 시민단체들은 국내 소녀상 강제 이전과 훼손 등을 막기 위해 ‘소녀상 지킴이’ 활동을 추진하고 있고, 일본은 서울 ‘평화의 소녀상’도 모두 철거해야한다고 주장하는 모습이다.

최근 일본의 이 같은 행태는 우리 국정 공백의 틈을 타 외교적 실익을 얻기 위한 노림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의 탄핵 정국 이후 외교의 주도권을 잡고, 미국 정권교체기 등 혼란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자국의 이익을 추구하려는 움직임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아베 총리는 최근 위안부 소녀상 문제를 언급하며 “(12·28합의는) 정권이 교체된다고 하더라도 실행해야할 국가의 신용 문제”라고 차기 정부를 직접 겨냥하기도 했다. 한국 차기 권력의 외교 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하며 위안부 문제를 선점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9일 KBS 라디오에 출연해 “(일본의 이번 강경 외교는) 우리 국정공백의 틈을 타 미국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밖에도 “한국과 중국이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는 공동 입장을 견지해왔으나, 한반도 사드 배치 문제로 한·중 사이가 벌어진 틈을 타 (위안부 문제를) 치밀하게 공격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아베 총리가 자신의 지지층인 보수 세력을 결집하기 위해 소녀상 문제를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현 시기 아베 총리의 대한국 강경태도는 자신의 지지기반을 다지기 위한 정치적 계산이 깔린 행보라는 해석이 주류를 이룬다.

하지만 북핵 문제에 대해서는 한국과의 공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교도통신은 최근 일본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일본이 화나 있는 것을 전달하고 상대(한국)의 반응을 보고 있다. 한국과의 교섭 라인은 유지하고 있다”고 전하며 “핵과 미사일 개발에 매진하는 북한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한국과 일본 양국 간의 연대가 꼭 필요하다”고 보도했다.

한국과의 공조가 절실한 북핵문제 등 국제적 문제에 있어서는 한미일 3국간의 방위협력이 필수적인 만큼, 소녀상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장기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박진여 기자 (parkjinye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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